1. 

내일 같은 지역에서 유학하는 친구들과 대사관에 투표하러 가요.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해외 부재자 선거(재외선거)가 생겨서 이번엔 꼭 하려구요. 대사관에는 몇 해 전 같은 지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때 여권 연장하러 간 이후로 처음인 것 같네요. 그 땐 군미필에게는 1년짜리 단수 여권밖에 나오지 않아서 여기서 체류허가 연장하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교환학생 마치고 곧장 입대할 즈음엔 제도가 바뀌었지요. 대사관 대기실에서 반성문 쓰듯이 왜 군대 가기도 전에 교환학생을 왔는지, 무슨 공부를 하는지, 학기를 마치면 곧장 한국으로 가서 입대하겠다는 다짐까지 꾹꾹 눌러 썼던 기억이 나요. 아, 그리고 또 사무보시던 분이 깐깐하고 고압적인 50대 후반 정도의 여자분이었는데, 저와 함께 대기실에 있던 어떤 아주머니에게 알은 체를 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그냥 뭐 "아, @# 엄마 오랜만이네" 나 "%#집사님 왜 오셨어?"  같은 종류가 아니었어요. 굉장히 수수하고 지친 인상의 아주머니가 30년 만엔가 한국에 가시려고 무슨 서류를 하러 오신 거였는데요, 피부도 까맣게 그을렸고 얼굴에는 주름이 깊었어요. 어릴 적 시골 외가 동네에서 마주쳤을 법한 인상... 그런데 그 사무보시는 분이 한참을 유심히 쳐다보시다가 "우리, 아는 사이 아니에요?" 하시는 거였어요. 옛날 영화 말투로. 일 보러 오신 아주머니가 좀 수줍게 "어디서요?"하니까 그 직원이 "197@년도에, 서울에서 독일로 올 때 같이 온 것 같은데?" 하던 게 이상하게 뇌리에 박혀있네요. 그리고 황급히 더 말을 잇지 않으려고 시선을 피하던 모습도. 제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알은 체를 하는 직원 아주머니에게서 묘한 승리감 같은 게 엿보였어요. 한 사람은 독일에서도 세련된 정장을 입고 대사관 리셉션에, 다른 한 사람은 남루한 옷차림으로 그 건너편에 서 있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네요. 그게 벌써 꽤 된 일이니까 아마 내일 대사관에 가도 그 직원 아주머니를 보진 못할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2. 

해외에 있는 동안, 한국 뉴스를 열심히 따라가려고 했지만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있었던 정치적 흐름을 놓친 기분이에요. 야권의 여러 당들이 이리저리 흩어졌다가 새로 모인 당들이 있고, (구)한나라당은 무슨 뉴에이지 종교단체같은 이름의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 와중에 제게 제일 흥미로웠던 움직임은, 한국에 녹색당이 생긴 일이었습니다. 독일에서 녹색당은 이미 군소정당 정도가 아니지요. 올해 들어서 지지율이 떨어질 조짐이 보이긴 하지만, 각 주마다 환경 의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관철시킨,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당이네요. 독일에서는 "알짜 구두쇠" 이미지인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의 주지사도 녹색당 소속이고요. 작년 한 해 독일 정치계의 가장 큰 화제였죠. 전후 반 세기 넘는 세월동안 보수우파인 기민련(CDU)가 집권해온 부자 동네에서 녹색당 출신의 주지사가 나오다니. 

한국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단계이지만, 저는 거기에 힘을 보태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독일에서처럼 꾸준한 관심과 활동이 이어진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10년 20년 후에는 한국에서의 삶도 좀 더 인간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기로 했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듀게에 녹색당 정책을 올립니당^^;; 읽어보시고, 혹시 아직 지지하시는 정당이 없으시다면 한 번 생각해주세요. 정당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아 고전중인 것 같아서 이렇게 글 올리네요. 이미지를 퍼뜨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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