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타이탄의 분노를 보고 왔습니다.

 

스펙터클한 화면에 비해 스토리는 영웅물의 전형적인 코스를 밟으며 매우 단순합니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도 살을 발라내면 뼈대는 같을 것 같아요. 수 많은 영웅 설화도요.

진지한 주인공, 익살스러운 동료, 양념처럼 섞인 똑똑한 미녀 동료...  

 

저는 평범한 디지털 버전으로 봤는데 3D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2D인데도 가끔 멀미가 날 듯한 장면이 있었어요.

특히 괴물이 불기둥 같은 팔을 휘휘~ 젓는 장면이 있는데 그냥 보기엔 아까웠습니다.  

 

그런데 저는 보는 내내 회사 생각이 났습니다.

 

페르세우스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말년 대리 혹은 과장 1~2년차 같더군요.

제우스가 정말 추상적으로 지시를 내리는대도 찰떡 같이 알아듣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서 임무를 완수합니다.

 

제우스가 하는 말이라곤 이렇습니다.

"위기가 온다", "신들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  "때로는 신보다 반인반신이 더 강하다, 다른 반인반신과 결탁해 (0.5+0.5=1?)"

 

마치, "개발 납기가 촉박하다", "더 이상 늦어지면 우리 상무님까지 위험해", "나 지원팀장이랑 싸웠어, 출장비 결재는 니가 실무진끼리 풀어봐"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저주저 하다가 사랑하는 아들 생각에 임무를 떠 맡은 페르세우스는 속수책으로 당하다가 못 해먹겠다고 사표를 던지려고 (혹은 전배 신청을) 합니다.

 

그런데 위기 때 마다 제우스가 한다는 말은 고작해야

"무기가 필요해. 근데 잃어버렸어. 찾아와",  "내면의 힘을 써",  "아들을 지키려는 힘으로 해", "둘이 동시에 공격하자" 입니다.

 

그 말이 저에게는 이렇게 들렸습니다.

"개발이 지연되서 돈이 모자라는데 추가 예산은 못 땄어. 이 안에서 어떻게 해 봐 ",  "몸빵으로!!!",

 "집에 있는 처자식을 생각해", "밤샐 각오로 일해! 그런데 인사과에서 야근은 하지 말래"

 

제우스의 수 많은 말 중에 오직 "아들"이란 단어 하나에 반응한 페르세우스는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싸웁니다.

그리고 결말은...제가 보기엔 안드로메다로 간 것 같습니다.

 

여주인공이 마지막에 살짝 멘붕을 일으키죠.

전쟁이 다 끝났는데 "북쪽 지역에 병력을 늘려야겠어요" 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아실 겁니다.

 

아무튼 톡쏘는 콜라와 버터 냄새 뜨끈한 팝콘 같은 영화입니다.

나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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