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에 조금 흥미가 생겼는데 그러던 차에 공정무역이란 것도 관심이 생겼어요. 엔하위키를 보니 공정무역의 부작용(즉 공정무역 상품만 재배하고 다른 상품은 재배를 안하는) 정도만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더군요.

애석하게도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할 경우 생산자인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거의 없다는 말이예요. 기울어진 글씨는 발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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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만도 셀 수 없이 많은 상품에 공정 무역 재단(Fairtrade Foundation) , 열대 우림 동맹(Rainforest Alliance), 유럽 농산물 인증(UTZ Certified), 산림 관리 협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등의 인증 로고가 붙어 있다. 문제는 인증 로고나 메시지가 이미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되었고, 더 나아가 인증 활동 자체가 대형 사업이 되었다는 점이다. 영국 윤리적 소비자 단체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 영국인이 구입한 윤리적 상품의 규모는 총 360억 파운드(64조 원)에 달했다. 2011년에는 공정 무역 로고가 붙은 제품의 시장 규모만 총 10억 파운드(1조 8000억원)에 육박했다....이 모든 현상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겠다는 기업의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된 걸까? 윤리적 기업 인증이 얄팍한 상술로 변질될 위험은 없을까?
 
도매상이 지급하는 비용은 공정 무역 재단의 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도매상이 공정 무역 재단의 브랜드 사용료로 지급하는 돈은 영국 공정 무역 재단 총수입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중 절반이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감독하는 행정비로 지출하게 된다. 그렇다면 수입의 나머지 반은 농부에게 돌아가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 남은 돈은 공정 무역 브랜드의 캠페인과 홍보비로 나간다. 공정 무역 재단은 브랜드 홍보 및 광고비로 수입의 절반 가량을 쓴다.....공정 무역 재단이 브랜드 인지도가 확대되면서 제휴 업체로 영세 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하게 되고, 그리하여 영리를 우선으로 하는 농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점점 더 많이 보증하는 지금의 상황이다.


2011 년 1월 현재, 뉴욕에서 부드러운 아라비카 커피의 가격은 1킬로그램당 5.73 달러(6349원)로 껑충 뛰었다. 바로 이 가격이 국제 커피 가격 역사상 최고가였다. 공정 무역 최저가는 그것의 반도 안되는 2.81 달러(3114원)였다. 2008년 후반에 국제 금융 회사인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으로 세계 경제 위기가 몰아닥쳐 모든 상품 가격이 잠시 내림세를 보인 석 달을 제외하면 근 5년간 커피 가격이 공정 무역 재단이 주장하는 최저가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커피와 마찬가지로 코코아와 설탕, 차의 가격은 모두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공정 무역 재단이 설정한 최저가는 모두 현재의 시장 가격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5년간 계속되었는데, 이 시기는  캐드버리와 네슬레같은 대기업이 이 재단에 등록한 시기와 일치한다. 실제 제품 가격이 공정 무역 최저가보다 훨씬 높을 때니, 대기업이 공정 무역 재단에 등록하기에 적절한 시기였다. 소비자는 기업이 시장 가격보다 더 높은 값을 지급하기 위해 공정 무역에 등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시장 가격으로 미루어 보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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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에는 다소 희망적인 부분들도 보이지만 그런 기업이 정말 극소수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인 제 입장에선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시 충족됐던 도덕적인 만족이 환상이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책 말미에서 저자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글쎄요.

그런 환상이 깨져버린 상태에서, 단지 기업들에 대해 도덕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없고, 품질이 더 뛰어나지도 않는 윤리적 상품의 비율을 높이란 얘기는 과연 의미가 있는걸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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