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교> (스포)

2012.05.01 21:37

화려한해리포터™ 조회 수:3808

어차피 로리콤 얘기도 나왔거니와 이 영화 얘기 좀 해 보려고 합니다.

 

처음에 영화 예고편 보고 느낀 건 한 늙은 남자의 젊은 여자에 대한 로리타 콤플렉스 정도였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단순히 그것만 다루진 않았어요.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인 이적요가 맘에 안 들어서 영화를 보는 게 힘들었죠.

 

제가 영화를 보고 받은 느낌은, 이 사람은 위선적인 사람이라는 겁니다.

자기는 <심장>같이 대중이 좋아할 만한, 대중에게 많이 팔릴 만한 소설을 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작 써 놓고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지는 않죠. 말로는 여태까지 자기 시중을 들어준

서지우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로 작가로서의 명성+돈을 얻게 하려고 했다는데 글쎄요.

 

전 이 사람이 '순수 문학'의 첨병인 시인으로서 얻은 명성을 지키기 위해

많이 팔릴 만한 문학작품을 써 내는 것에 노이로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남자의 은교를 향한 욕망이 '늙음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라고 느껴지기보다는,

명예를 지키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한 늙은 시인의 욕심 이상으로는 안 다가오더군요.

 

게다가 그의 말은 앞뒤가 안 맞아요. 처음 서지우를 만난 강의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죠.

"별은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별은 별일 뿐"이라고요.

하지만 나중에 이상문학상 시상식에서 자신의 소설을 훔쳐 상을 타는 서지우를 축하하러 나와서는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에 대한 상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 또한 나의 잘못에 대한 벌이 아니"라고 말하죠.

솔직히 그 대사 듣고 나서 멋있다고 느껴지기보다는 '과거의 당신 논리에 따르자면

젊음과 늙음도 사람이 나이 들면서 겪는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 단어들일 뿐이잖소.

그런데 거기에다 무슨 상과 벌이라는 의미를 마음대로 부여하는 거요, 시인 양반.'이라고 쏘아붙여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죠.

그의 미사여구에서 느껴졌던 것은 '자기 자신과 욕망에 대한 성찰과 지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 뿐이었으니까요.

박해일의 어색한 노인연기보다 거슬렸던 것은 바로 이 나르시시즘이었죠.

 

서지우 캐릭터야 말할 필요를 못 느끼고 - 원래 물망에 올랐다던 송창의는 물론이고 김무열조차 아까웠어요 -

은교는,,, 진짜 이 캐릭터야말로 남성 판타지의 끝을 보여주더군요.

은교가 막바지에 말하죠. "날 예쁘게 그려줘서 고마워요. 난 내가 이렇게 예쁜 줄 몰랐어요."라고...

제가 은교였다면 "날 예쁘게 그려준 건 고맙지만 그건 할아버지의 환상이었어요.

난 할아버지 머리 속에 존재하는 인형은 아니에요."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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