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인어 공주의 원래 결말 이야기를 보니, 전혀 상관없지만 이미라 작가님의 <인어 공주를 위하여>  만화가 생각났습니다. 전 남자지만, 중학교 때 순정 만화를 굉장히 열심히 봤었거든요. 순정 만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좋은 한국의 만화들을 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을 안 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편의 만화를 봤지만, 그 중에서 순정만화의 지존은 어쩔 수 없이 <인어 공주를 위하여>인 것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는 김진 작가를 가장 좋아했고, 강경옥 작가의 차가운 쾌활함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단 한편의 순정 만화를 꼽으라면 <인어 공주를 위하여>를 꼽을 수 밖에 없더라구요. 며칠전 이 만화를 다시 보았는데, 다시 보면서도 감탄했습니다. 이게 무려 25년 전의 만화란 말인가! 그 수많은 억지 설정, 우연성 남발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두 희석시킬 만한 포스가 이 만화에는 있습니다. 우선 그림체가 아름다워요. 제가 보기에는 이미라 작가의 그림체는 확실히 우리 나라 만화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변두리 캐릭터라고 불리우는 인물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도 대단히 혁신적입니다. 모두다 아시다시피 이 만화의 진짜 주인공은 인어 공주인 백장미이죠. 그래서 표면적 주인공들의 헤피엔딩이라고 불릴만한 결말이 어떤 이에게는 비극일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는 가볍게 넘길 주제가 아닙니다. 몇년 전 꽃보다 남자의 대히트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인어 공주를 위하여를 드라마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떠돌았는데 저는 꽤 많은 수정을 가하면 충분히 해볼만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단, 전 드라마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여전히 극의 배경을 1980년대로 해서 써니 같은 해석된 복고로 만드는 거에요 ㅎㅎㅎ.

 

 그래도 역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 못한게 천추의 한이군요. 우리 나라의 만화 제작자와 시청자들의 수준이 만화를 단순히 '아이들이나 시청하는 것' 이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만화는 꼭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태도를 버릴 수만 있었더라면 우리 나라 만화계가 이렇게 침체기를 걷지는 않았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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