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하프위크가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라는것은 영화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킴 베이싱어가 연기한 여주인공 이름이 엘레자베스 맥닐인데 도입부 타이틀 로고 뜬 다음 영화 참여진 이름들이 순서대로 뜰 때

엘리자베스 맥닐 원작을 가지고 만든걸 표기했기 때문에 이게 실화소설을 가지고 만든 작품인걸 알았죠.

원작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작년에 드디어 국내 첫 출간이 됐습니다. 곧장 샀고 얼마 전에 다 읽었어요.

200페이지 남짓의 중편 분량에 핸드북 사이즈라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습니다. 문체가 간결하고

사건 위주, 대부분은 섹스와 관련된 얘기라 가독성이 높아요.

 

영화처럼 존과 엘리자베스의 심리적 줄다리기 같은건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관계에 집중합니다.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없어요.

 

영화는 원작의 설정만 빌렸고 전개 방식은 상이하지만 내용은 똑같습니다. 소설은 1인칭으로 사건 위주로 담겨있고 영화처럼 감상적인

부분은 배재되어 있는데 군데군데 영화 속에 나온 장면들이 소설, 아니 회고록에 들어있어 영화의 장면들이 익숙한 사람들에겐

정서적으로 합치되는 작품이에요. 영화가 그 당시 유행하는 mtv스타일로 소설을 잘 옮겼어요.

영화 속에 나온 장면들이 소설에 다 나와요. 영화는 별도로 구성을 만들어 소설의 장면들을 군데군데 집어넣었죠.

소설에선 남자주인공의 이름이 없는데, 영화에서 존 앞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소설에선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지금부터 당신은 쇼를 해야돼, 같은 대사로 나옵니다. 가터벨트를 사다준다거나 머리를 빗겨주고 먹여주는 등의

행위도 소설에서 다 다오는 장면이지만 영화처럼 전개 형태로 흘러가진 않죠.

 

소설이 1978년도에 나왔는데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하네요. 그도 그럴것이 그 시절엔 여성혁명이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으니

이런 수동적인 여주공인이 가학적인 변태섹스를 강요당하는 내용이 담긴 소설이 반가울리가 없었겠죠.

중요한건 9주 반동안 여주인공이 이런 관계를 원했다는겁니다. 남자는 한번도 강요한적이 없어요. 처음에 엉금엉금 개처럼 기어가라는 남자주인공의

지시를 거부하자 남자주인공은 조용히 여주인공의 짐을 싸고 결별을 선언하죠.

 

소설의 수위는 영화의 한 10배 정도는 됩니다. 작가가 절제를 많이 했고 상세히 저급하게 묘사하지 않아서 그렇지

가학피학성 변태섹스는 도를 넘어섭니다. 여주인공은 늘 맞고 수갑을 알아서 차고 남자주인공이 다 해줍니다. 심지어 탐폰까지 끼워줘요.     

여주인공이 영화보다 훨씬 수동적이에요. 남자주인공에게 질질 끌려다니죠. 일단 남자주인공이 처음으로 오르가즘을 맛보게 해준데다

섹스를 너무 잘 하고 매번 절정에 이르게 해줘서 그것 때문에 만나는것도 있고 이 여자의 성적 취향이 가학피학성 관계와 맞는 부분도 있다는게 문제에요.

나중에 섹스 도중 피를 본 여자는(아마도 맞다가)살해 위협을 느끼고 만남을 중지하죠. 그런데 이게 영화처럼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붙잡는 남자주인공을 뿌리치고 짐싸들고 나가는게 아니라 여주인공이 감정 조절을 못해 하루 종일 울자 남자주인공이 병원에 입원시키면서 헤어지죠.

그 뒤 여주인공은 남자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고 몸에 상처가 가셨을 때 새로운 대상과 섹스를 하지만 흥분을 느끼는 몸의 온도가 망가져 한번도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고 술회합니다.

 

그러니까 9주 반 동안 섹스게임의 정도가 도를 넘어서면서 스스로 선을 그었을 뿐이지 이 여자는 남자의 때리고 묶고 가리고 하는 등의

변태 섹스를 즐겼던겁니다. 남자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수갑을 메고 그의 집에서 기다리며 식탁에 팔이 묶인 상태에서 남자가 밥을 먹여줍니다.

후반부 허름한 여관에서 창녀를 불러서 쓰리썸을 유도하는 장면도 영화와 달리 소설에선 결국엔 쓰리섬까지 하죠.  

 

암튼 소설이 꽤 괜찮았고 읽고 나면 기억에 남습니다. 괜찮았어요. 아마 소설 그대로 영화 만들었으면 X등급 받았을듯.

어쨌든 둘이 사랑하는 관계였다는건 확실해요. 여주인공이 맨하탄 미남 신사에 남자주인공의 부유함에

매료된것도 있고요.

직업설정은 영화와 소설은 다릅니다. 남자주인공이 회사원이긴 한데 여주인공도 회사원이거든요. 잘만킹 제작 영화라 여주인공이 예술계통에서 일하는걸로 설정됐는데

소설은 남녀주인공이 맨하탄에 있는 회사원이고 둘이 지하철로 출근길을 같이 하는걸로 묘사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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