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잡담들...

2012.12.14 18:15

조성용 조회 수:2602


[롤라 버서스]

 뉴욕에서 문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인 롤라의 인생은 약혼자가 갑자기 결혼을 취소함으로 인해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이 일의 충격으로 인한 우울함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동안 그녀는 어느 새 자기 전 약혼자뿐만 아니라 다른 두 남자들과 엮이게 된 어장관리녀가 되었고 그러니 그녀의 사생활은 더 엉망이 되어가지요. 이 정도쯤이면 롤라가 일을 계속 망치는 민폐녀로 보일 법하고 정말 그렇긴 하지만, 다행히 주연 배우 그레타 거윅은 매력적인 여주인공이고 롤라는 마지막에 가서 제대로 정리를 하려고 노력하니 우린 그녀를 많이 용서해 줄 수는 있습니다. 단지 닳을 때로 닳은 로맨틱 코미디 줄거리와 조연 캐릭터들을 갖고 평범하게 놀다가 짧게 끝내버리는 영화는 좀 용서하기 힘들지만요. (**1/2)


 P.S.

 최근 학업적으로 힘든 일을 겪어서 영화가 롤라가 학위 따는 과정을 너무 가볍게 그리는 게 슬쩍 짜증났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란 건 잘 알지만 심통이 납니다. 누굴 놀리는 거야!?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한 메이저 리그 야구팀 늙은 스카우터인 거스는 혼자 살아도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는 할아버지이지만, 곧 그는 다른 사람에 의존해야 할 상황이 빠집니다. 녹내장 때문인지 그는 시력이 저하되는 걸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영입할 선수들을 관찰하는 그의 직업엔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그의 친구이자 상사인 피트가 딸 미키에게 부탁해서 그를 보조할 걸 부탁하지만, 소원한 지 오래인 이 부녀가 처음부터 잘 어울리는 수는 없지요. 이 익숙한 설정에서 영화는 가끔은 지루할 정도로 우직하게 나가지만, 배우들 덕분에 영화는 시간 때우기 용 그 이상으로 괜찮은 영화입니다. 제작에도 참여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굳이 은퇴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보여주고(그의 조감독으로 일했던 감독 로버트 로렌즈의 요청으로 출연을 승낙했다더군요), 에이미 애덤스야 든든한 매력도 있고,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이야기 상에서 그리 필요하지 않은 캐릭터를 생각보다 괜찮은 액서서리로 만듭니다. (***)

 

P.S.

원제 [Trouble with the Curve]는 영화 속에서 언급된 것처럼 커브볼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비스트 오브 더 서던 와일드]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촬영상을 받고 그에 이어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받았던 벤 제틀린의 인디 영화 [비스트 오브 더 서던 와일드]는 조그만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시간과 장소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마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듯한 조그만 하층 서민들 정착촌을 무대로 영화는 6살 소녀 허쉬파피의 성장담을 감동적으로 그려나갑니다. 좋게 말해서 괴팍한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의 일상은 비루하지만 허쉬파피는 쉽게 기죽는 꼬마는 아니고, 그녀의 그러한 면은 허리케인이 마을을 덮쳐서 마을이 물에 잠길 때 더욱 더 두드러집니다. 현실적인 느낌이 생생히 묻어나는 이 낯선 세상의 풍경도 인상적이지만 퀴벤제네이 왈리스의 당당하고 훌륭한 아역 배우 연기도 잊기 힘듭니다. (***1/2) 



[코스모폴리스]

[비디오드롬] 이후로 그의 가장 지루한 작품인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신작 [코스모폴리스]는 상영시간의 많은 부분을 주인공이 탄 리무진 내부에 할애 합니다. [홀리 모터스]의 리무진만큼이나 널찍한 그 리무진 안에서 젊은 억만장자 금융가 에릭 패커는 리무진 밖에서 일어나는 요지경을 나른하게 관조하거나 아니면 리무진에 잠깐 들어왔다가 나가는 여러 사람들과 진지하게(혹은 지루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목적지인 단골 이발소에 도착하길 기다리지만, 시내 교통은 원활하지 않으니 그는 계속 뱅뱅 맴돌고 그리하여 우린 계속 아리송한 대화 장면들을 대접 받습니다. 돈 드릴로의 원작을 바탕으로 크로넨버그는 매끈하고 잘 만든 느낌이 충만한 각색물을 내놓았지만, 그의 영화는 차갑고 동 떨어지는 느낌으로 가득 찬 가운데 제 흥미를 잃어만 갔고, 결말도 그리 많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로버트 패틴슨은 공허한 주인공으로써 잘 캐스팅된 덕분에 트와일라잇 영화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조연배우들이 스쳐지나가는 모습들도 어느 정도 즐길만 합니다. (**)

  



[The Queen of Versailles]

다큐멘터리 [The Queen of Versailles]는 성공담과 실패담이 골고루 섞인 기이하면서도 슬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데이빗과 재키 시겔 부부는 한 때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부동산 백만장자 커플이었지만, 그들의 인생은 2008년 글로벌 금융 대란으로 왕창 뒤집어졌습니다. 지금도 그들의 사업체는 가면 갈수록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중이고 데이빗은 필사적으로 자금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건 그들 일상의 많은 변화들에도 불구 그들과 그들 자식들은 여전히 플로리다에 있는 그들의 널찍한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는 겁니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으리으리한 목욕실에서 애들을 목욕시키는 가하면, 리무진을 타고 저녁 사러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가는 기이한 광경이 나오기도 하지요. 참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지만, 가면 갈수록 시겔 부부는 단지 부자였을 따름인 평범하면서도 재미있는 사람들로 다가오고, 힘들어도 긍정적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들의 모습은 간간히 안쓰럽게 느껴지곤 합니다. (***)

    



[프리미엄 러쉬]

이 영화는 분명히 작년에 나온 국내 액션 영화 []과 여러 면들에서 비교될 것인데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1) 본 영화는 90분을 겨우 넘는 상영 시간 동안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을 빠르고 깔끔하게 진행시킴을 통해 신파 코미디나 남발하면서 스피드나 깎아먹는 []을 순식간에 유치한 애들 장난으로 만들어버리고, 2) 조셉 고든-레빗이 맡은 스피드광임에도 나름대로 책임감과 윤리 의식이 있는 직업인인 주인공 와일리는 []의 그 돌대가리 싸이코패쓰 개XX 주인공들보다 더 많은 감정 이입이 가능할뿐더러 머리도 팽팽 굴릴 줄 아는 캐릭터이고, 3) 자전거가 생각보다 많은 액션들을 할 수 있다는 걸 재미있게 보여주는 동안 영화는 플래쉬백을 통한 내러티브 완급 조절도 잘 하는 편이고 4) 거기에다 마이클 섀넌의 재미있는 악당 연기까지 덤으로 추가되니 본 영화는 올해의 액션 영화들 중 하나로 대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

   



 [로열 어페어]

  18세기 말 영국 공주 캐롤린 마틸드는 젊은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7세에게 시집오게 됩니다. 한데, 듣던 대로 잘 생겼긴 했지만, 왕은 그녀의 오빠 조지 3세 말년 시절 저리가라 할 정도 정신적 문제가 있는 가운데 툭하면 깽판 치고 다니니 그녀는 불행해지고, 그러다가 그녀는 왕이 최근에 고용한 독일인 의사 요한 프리드리히 스트루엔시와 가까워지게 됩니다.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갈 지는 뻔하긴 하지만, 덴마크 시대극 영화 [로열 어페어]엔 상당한 재미가 있습니다. 계몽시대 사상을 자유롭게 교류하는 동안 캐롤린과 요한은 크리스티안을 조종함을 통해 왕국에 변화를 불러들이려고 하고, 우두 접종을 시작으로 해서 여러 개혁 법안들을 통과 시키는데 성공하지만, 당연히 덴마크 귀족들이 이를 잘 받아들일 리가 없으니 그들의 비밀스러운 로맨스는 더더욱 더 위험해지지요. [카지노 로얄] 이후로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온 가운데 최근에 [더 헌트]로 깐느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즈 미켈슨은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좋은 한 쌍인 가운데 본 영화에서의 데뷔 연기로 베를린 남우주연상을 탄 미켈 보에 폴스라르는 생각보다 많이 입체적인 또라이 왕 캐릭터로써 훌륭합니다. (***)  




[아무르]

50년 넘게 같이 살아 온 음악가 부부 조르주와 안느는 행복한 노후 생활을 보내온 다정한 커플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조그만 일을 시작으로 그들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어버립니다. 별안간 나타난 마비 증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지만 수술 중 생긴 문제로 인해 안느는 휠체어 신세로 집에 돌아오고, 그것도 모자라 가면 갈수록 그녀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헌신적인 남편인 조르주는 그걸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줄거리만 들으면 [아이리스][노트북]과 유사한 신파극 같지만, 본 영화는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이고, 그러니 감상주의 따윈 철저히 배제된 가운데 영화는 이 늙은 커플의 암담한 현실을 차분하고 덤덤하게 주시하면서 우리 시선을 사로잡고, 장 루이 트랭티냥과 엠마누엘 리바의 말년의 명연은 가면 갈수록 그 차분한 화면에 절절한 고통과 감정을 불어넣습니다. 아마 [아무르]는 하네케의 가장 온화한 영화이겠지만 영화는 한 필연적 인간 조건을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관찰하는 동안에 뼈아픈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이는 보기 힘들어도 매우 강한 감정적 여운을 남깁니다. (***1/2)


   



[저지 드레드]

일단 1995년 버전보다 본 영화는 여러 면들에서 장점들이 많습니다. 비록 설정만 들어도 [레이드: 첫 번째 습격]이 연상되지 않을 수 없지만, [저지 드레드]는 나름대로 괜찮은 액션 영화인 가운데 [레이드]의 가차 없이 밀어붙이는 액션 융단 폭격에 비해 비교적 편히 볼 수 있는 편입니다. 3D 효과는 그다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고 종종 기교를 너무 좀 과하게 썼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속편은 기대해 볼 만합니다. (**1/2)


  



[더 스토리: 세상의 숨겨진 사랑]

이야기 1: 뉴욕에 사는 젊은 소설가 로리 젠슨은 자신의 소설이 출판사들로부터 계속 거절 받아서 좌절하다가 우연히 골동품 가게에서 산 서류 가방 안에서 한 소설을 발견하는데, 그 훌륭한 소설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해서 순식간에 문학계 스타가 됩니다. 이야기 2: 그 소설을 쓴 늙은 노인이 뉴욕으로 오고 그는 젠슨을 찾아오는데, 그는 젠슨이 자신의 소설을 가로챈 것에 대해 별로 화를 내지 않는 가운데 그 소설 뒤의 이야기를 알려줍니다. 이야기 3: 이 두 이야기들을 한 책에 담은 소설 [The Words]를 쓴 작가 클레이 해몬드의 낭독회에서 한 젊은 여성이 그에게 접근해 오고 그런 동안 우리는 서서히 클레이의 소설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세 줄거리들을 섞어 가는 기법은 페이지 상에선 영리하게 보였을 것이고, 사실 포스트 모던 소설 재료로써 꽤 그럴듯하지만, 화면상에서는 오히려 거리감만 조성한 가운데 결국에 가선 영화는 나른함 속에서 예정된 종착점에 도달합니다. 적어도 배우들은 괜찮은 편이니 완전 시간 낭비는 아닙니다. (**1/2)

 




 [컴플라이언스]

 짜증나는 일 하나만 빼면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한 전화가 걸려옵니다. 매니저인 산드라에게 ‘다니엘스 경관’은 직원들 중 한 명이 절도에 관여했다고 하면서 자신이 올 때까지 문제의 직원인 베키를 잡아두라고 합니다. 한데 ‘다니엘스 경관’이 내리는 지시들은 가면 갈수록 심해지고, 이에 따라 불편해져만 가는 상황에도 불구 당사자인 베키나 산드라나 주변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의 지시에 복종합니다. 듣기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미국에서 실제 이런 일이 70여 차례나 벌어졌고, 감독 크레이그 조벨은 그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실험이 절로 연상되는 이 어이없고 짜증나는 상황을 매우 사실적으로 접근하는 가운데 탄탄하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어쩌면 오스카 후보에 오를 수도 있는 산드라 역의 앤 다우드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좋습니다. [남영동 1985] 못지않은 불편함과 함께 악의 평범함을 소름끼치게 주시하는 본 영화를 재관람할 수 있을 지는 저도 모르겠지만요. (***)




 [호빗: 뜻밖의 여정]

  짧은 원작 소설을 3등분으로 나눈 것도 부족해서 그 1/3을 약 160분으로 부풀린 결과 영화는 자주 늘어지기 일쑤이고, 제 가슴은 여정의 진행과 끝을 보기 위해 앞으로 두 편 더 봐야 한다는 사실에 피곤해졌습니다. 물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아, 그리고 괜히 3D HFR 버전에 돈 낭비하지 마시고 2D 버전 보시길 바랍니다. 영화 보는 동안 내내 어색해서 보기 불편했습니다. (**1/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3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4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74
61315 레미제라블을 보면 힐링? 비분강개? [13] temporarily 익명 2012.12.24 3472
61314 망상. 금치산자, 혹은 한정치산자의 개념이 정치적으로도 적용 가능할까. [6] bebijang 2012.12.24 1773
61313 진정한 진보를 바라는 듀게의 분들께 드리는 짧은 글 [19] Q 2012.12.24 3921
61312 투표율이 높았기에 48%도 있지 않았을까요? [2] 캐스윈드 2012.12.24 1696
61311 전기요금 이르면 내달 평균 4%대 인상 [3] chobo 2012.12.24 2222
61310 오늘 무슨 날인가요? [8] 필런 2012.12.24 2286
61309 어제밤에도 그녀 꿈을 꾸었습니다 [7] 흐흐흐 2012.12.24 1810
61308 한국은 남북으로 분열된 나라로 알고 있지만 [2] 가끔영화 2012.12.24 1228
61307 [듀나인] 영통해라. [7] 닥호 2012.12.24 5711
61306 듀9 이소라 새앨범 안 나오나요? [2] 깨져있는 시민 2012.12.24 1386
61305 레미제라블 9세 아이가 봐도 괜찮을까요? [11] 회회아비 2012.12.24 2355
61304 마이웨이 하면 이 곡 아니겠습니까 [6] loving_rabbit 2012.12.24 834
61303 여기 공개 소개팅 신청해도 되나요? [11] 바람따라 2012.12.24 2970
61302 솔로대첩, 관심이 생기네요.. [19] 왜냐하면 2012.12.24 3483
61301 새누리당이 선거기간 중 있었던 흑색선전에 대해 강경대응할 모양입니다 [8] amenic 2012.12.24 2519
61300 박근혜 다루기 매뉴얼 [6] 데메킨 2012.12.24 2771
61299 [기사] 7일 지난 기사 포털서 앞으로 못본다 [10] 아몬드 2012.12.24 2581
61298 개인 후원을 하기 위해 사람을 찾으려면 어떤 방법이 효율적일까요 [2] 종이연 2012.12.24 1043
61297 [바낭] 밥 잘 먹고 써보는 조금 이상한 연애 로망 [15] 침엽수 2012.12.24 2959
61296 노스페이스 교복 지르고 왔습니다. 디아블로3 다시 시작! [5] chobo 2012.12.24 168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