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독'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새벽에 귀국해서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사우나에 가서 반신욕을 하고 몸무게를 재보니

 체중이 삼킬로가 빠졌더군요 ㅠㅠ

 

 어제 저녁으로 먹은 제육쌈밥이 잘못되었는지 설사도 계속 나오고...

 늘 문제였던 위장도 자신을 좀 더 잘 돌봐줄 것을 강경하게 요구하네요

 

 죽과 브로콜리와 수박 등을 사가지고 와서 위와 장을 다독다독해주고 있어요

 ( 그래봐야 열흘 여행 다녀온 건데.. 왤케 몸이 만신창이가 된 건지... 원래 저질체력이긴 하지만... ㅠㅠ )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지난 여행기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계속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쓸 이야기는 '여행기1.'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

 

 제가 쓴 지난 여행기는 하기 주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기1.' 방콕에 도착했던 첫날밤과 다음날 육로로 캄보디아 국경을 넘었던 이야기

 

 http://djuna.cine21.com/xe/?_filter=search&mid=board&search_keyword=%EC%BA%84%EB%B3%B4%EB%94%94%EC%95%84&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4080438

 

 '여행기0.' 9박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썼던 글

 

 http://djuna.cine21.com/xe/?mid=board&search_target=user_id&search_keyword=wawa24&page=1&document_srl=4121958

 

*

 

 아무튼 그렇게 가이드북과 저보다 앞서 여행을 했던 분들이 절대 타지말라고 했던 택시정류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말았습니다 ㅠㅠ

 택시정류장으로 향하는 버스안은 정말 드래곤볼 같은 만화에 나올 법한 풍경이었어요

 

 세상 모든 인종, 갖가지 개성들의 집합장소 ㅎㅎ

 세상은 하도 넓은 곳이라 뿔달린 사람, 귀가 네 개인 사람, 뽀뽀만 하는 입만 따로 두 개가 더 있는 사람 등등 듣도보도 못한 개성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ㅎㅎ

 

 캄보디아에 가보신 분들 제말이 맞죠????? 으하하~

 

 아무튼 버스에 탄 사람들이 자신의 캐리어를 의자에 아무렇게나 던져놔서 제가 탔을 땐 이미 자리도 없더군요

 아무렇게나 캐리어가 던져져 있는 의자 옆 조금 남은 빈자리에 가까스로 엉덩이를 붙이고

 '살아있는' 무더위 속에서 이십여분을 달려가니 나름 깔끔하게 지어진 작은 터미널이 나오더군요

 

 터미널에는 씨엠립으로 향하는 버스티켓도 팔았고 택시티켓도 팔았습니다

 

 역시 택시티켓은 48불 ㅠㅠ 그냥 국경을 지나 바로 택시를 탔으면 30불에 흥정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제가 오해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택시를 탈 때 무조건 일인당 48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차 한대당 48불로 네명이 모이면 한명당 12불만 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캄보디아 경찰의 쏼라쏼라 영어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그 사실을 알게된 저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영어 잘하게 생긴 서양총각에게 이러저러해서 이러저러하니 택시를 함께 타고 가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영어로!!!

 그러자 그는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하더니 다른 서양아저씨 두 명에게 접선을 해서 그들을 택시 그룹에 합류시켰습니다

 그렇게 네 명이 모여 각자 십이불씩 돈을 내서 택시티켓을 끊고 씨엠립으로 향하는 동안 두 시간여 동안 간간이 폭우가 쏟아졌다 그쳤고

 저는 태국에 비하면 정말 후진국처럼 보이는 캄보디아의 시골 풍경을 보며

 캄보디아의 미래와 전 지구상에 도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그리고 롯데야구에 닥친 유월위기설 무한도전의 결방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등등

 

 갖가지 걱정으로 인해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어 씨엠립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연히 택시에 탔던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캐나다인 한 사람이 핀란드인이라서 그랬던 건 아닙니다

 

 그들과 함께 씨엠립행 택시에 탄 그 순간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서 그랬던 것뿐입니다

 사실 끊임없이 수다스럽게 떠드는 핀란드 총각의 말을 알아듣는 척 하며 내내 가식적인 미소를 짓느라 택시에서 내릴 때는 광대가 좀 아팠어요...

 아무튼 그렇게 씨엠립에 도착하니 택시가 오토바이로 갈아타고 각자의 목적지로 가라고 하더군요

 

 영어를 쓰는 세 사람과 저는 택시를 탔는데

 왜 다시 오토바이로 갈아타라고 하느냐 목적지까지 우리를 태워달라고 항의했지만 별무소용이더군요

 

 어쩔 수 없이 저는 오토바이로 갈아타고 제 목적지인 앙코르 압사라 게스트 하우스까지 갔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동안 스무살 남짓 되어보이는 오토바이 기사는 '자기가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해줄테니 거기 묵어라' 

 '캄보디아에 오면 캄보디아인들이 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돈을 벌게 해줘야지 왜 한국인이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묵느냐'고 하며

 계속해서 떠들어댔습니다   

 

 저는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이미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놓았으니 다음에는 캄보디아인들이 하는 숙소에 묵겠다'고 잘 다독여 무사히 목적지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그날을 생각해보니 꽤 기나긴 여정이었네요 ㅠㅠ

 

 압사라 앙코르는 마당 한 켠에 차양이 드리워진 식당이 있고 'ㄱ'자 모양으로 두개의 건물이 놓여있는 형태였습니다

 식당에서는 와이파이가 잡히고 방에서는 잡혔다가 안잡혔다가 합니다 식당에서는 '앙코르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몇 가지 가이드북을

 빌려보실 수 있고 인터넷이 되는 데스크탑도 놓여있어 필요하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식당에서는 타월과 물을 무제한으로 제공받으실 수도 있고

 조식으로 바게트 빵과 써니사이드업 그리고 핫티를 제공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일정을 마친 저녁에는 주로 식당에 앉아 제 넷북으로 일도 하고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기도 했습니다

 식당에서 다른 한국분들과 친구를 맺고 맥주를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요

 

 아무튼 그렇게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뒤 식당에 앉아있던 사장님을 만나 한국돈으로 입금한 예약금을 돌려받은뒤 달러로 결재를 하고 이층에 방을 배정받았는데

 더블베드룸을 원했지만 남아있는 방이 없어서 트윈베드룸에 묵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치고 방은 충분히 넓구요 천장도 높아서 갑갑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에어컨 잘 나오고요

 티브이는 있는데 머무는 동안 한번도 튼 적이 없어서 어떤 채널이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욕실은 일자로 길게 늘어진 형탠데 온수기는 있었지만 뜨거운 물은 나오질 않았습니다

 사장님께 요청을 하거나 다른 방에는 핫샤워 옵션이 있는 건지는 요청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린대로 저는 의도치않게 트윈베드룸에 묵었는데

 혼자 묵는 트윈베드룸에는 커다란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남는 베드 하나에 짐을 마구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겁니다

 배낭에 넣어놓아서 구겨진 옷가지를 이곳에 펼쳐놓으니 주름도 펴지고 좋더군요!

 

 압사라 앙코르에 묵으면 바우처를 통해 톤레삽과 압사라공연 등 여러가지 관광지를 좀 더 싸게 이용할 수도 있어요

 

 단점이라면 사장님께서 좀 무뚝뚝하십니다

 이건 저랑 성격이 안맞아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 그냥 사장님이 저를 싫어하셨는지도... '_';;; )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손님이 매니져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면 그건 결코 좋은 일은 아니겠죠... ^_ ^;;;

 사장님이랑 친해진 장기체류자들도 많아 보이던데 성격이 싹싹하신 분이라면 사장님께서 이런저런 정보를 많이 주실 겁니다 

 그리고 압사라 앙코르는 자정이 되면 대문을 닫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여행지에서 편하게 묵어야할 숙소가 기숙사처럼 느껴집니다 ㅠㅠ

 그리고 저는 시내 중심지인 펍스트리트에서 주로 식사를 해결했는데 거기까지 거리가 꽤 된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걸어가면 이십여분 정도? 오가는데 툭툭 일불씩 줘야해요 물론 저는 대부분 걸어서 오갔지만!

 그리고 제 방만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에어컨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로 추정되는 소음이 좀 심합니다   

 자려고 불을 끄면 '아휴! 저 소리 때문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라고 말하며 오분만에 잠들어버리긴 했지만요 '_';;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라서 여러가지 바우쳐와 정보 등을 편하게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방도 깨끗한 편에 속합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주제에 너무 말이 많았나요... 이러한 장단점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참고만 하세요 ㅎㅎ

 

 캄보디아를 처음 여행하시는 분이라면 이곳에 묵으시면 편하실 거예요 ^_ ^

 하지만 저처럼 다른 사람을 신경쓰는 것이 피곤하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 짙으신 분이라면 호텔이나 다른 숙소를 알아보시는 게 더 편하실 겁니다

 

 저는 다음에 캄보디아에 갈 일이 생긴다면 압사라 앙코르에 묵지 않을 생각입니다 ^_ ^

 

 아무튼, 캄보디아의 숙소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방을 배정받고 샤워를 한뒤 남는 베드에 구겨진 옷가지를 좀 펼쳐놓고 이래저래 짐을 정리하고 나니

 엄청나게 허기가 지더군요

 

 생각해보니 방콕에서부터 캄보디아를 넘어오는 동안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더군요 ㅠㅠ

 

 그래서 무작정 밖으로 나가 '툼 레이더'를 찍는 동안 '안젤리나 졸리'의 단골식당이었다던

  '레드 피아노'를 찾아헤멨습니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레드 피아노'를 잘 모르더군요 ㅠㅠ

 

 너무 기운이 없어 언넝 밥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급히 나온터라  지도도 안가지고 나갔고

 막 도착해서 시내중심지 지리도 너무 생소할 때여서 도무지 '레드 피아노'라는 레스토랑이 어디 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더군요

 

 그렇다고 아직 생소한 현지에서 아무 식당이나 들어갈 수도 없고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이리저리 헤메며 중간중간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기도 하고 예쁜 그림이 있는 갤러리에 잠시 들어가보기도 하다가  결국 펍스트리트에 도착하긴 했습니다  

  (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1불 주고 툭툭을 타고 갔음 됐을텐데, 제가 이상한 똥고집이 있어서 한번 걸어서 어딘가로 가기를 마음 먹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걸어서 거기를 찾아가야 합니다 ㅠㅠ 물론 그래서 여행 중에 재밌는 일들도 많았고 지금도 첫날에 '레드피아노'를 찾으며 헤메다가 만난 아이들, 소녀들, 골목골목들이 다 기억나지만 아휴 진짜 위도 좋지않고 기운도 없는데 너무 고생이었어요 여러분들은 저처럼 미련하게 여행하지 마세요 ㅠㅠ )

 

 펍스트리트 초입에서 '레드 피아노'를 등 뒤에 두고 툭툭 기사에게 물어 바로 제 등뒤에 있는 '레드 피아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ㅠㅠ

 

 툭툭기사가 저를 보고 한참 웃더군요 이 툭툭기사와는 나중에 다시 연이 되었는데 그건 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요

 

 아무튼 그렇게 레드 피아노를 발견하고 기쁨에 겨워 이층의 창가 자리로 올라가 스테이크를 시켰더니 해피아워라고 콜라를 무료로 주더군요

 

 약간의 샐러드와 아주 많은 양의 감자튀김과 함께 나오는 스테이크가 6달러 정도였고 소스가 1달러 정도로

 모두 7달러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정도의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 치고는 지나치게 훌륭했습니다

 

 으하하!!!! 폭풍흡입!!!!!!!!

 

 여러분들도 캄보디아에 가시면 레드피아노에 꼭 들러보세요!

 

 아무튼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난 뒤 주위를 둘러보니 제 뒤테이블에는 저를 캄보디아로 향하게 했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였던

 캄보디아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한인 봉사단체 '다일'의 스텝분들이 단체로 식사를 하러 오셨더군요

 

 스텝분들 중 보스로 보이는 여자분에게 말을 걸어서 여차저차해서 이곳에 왔는데 며칠 후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고 싶다 제가 취사병 출신이라 밥도 잘한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명함을 하나 주시면서 전화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러겠다고 말씀드리고 레드피아노를 빠져나오니

 허기를 채운 덕분인지 조금은 기운이 나서 올드마켓 주위를 조금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제 생애 처음으로 벽에 붙은 도마뱀을 만났는데 ㅠㅠ

 ( 그전에 태국에서도 보지 못했거든요 )

 동남아에서는 도마뱀을 영물로 취급하는지라 죽이면 안된다는 말이 떠올라서

 ( 사실 이런 말은 들은 적도 없었지만... 그냥 도마뱀을 잡는 것이 무서워진 저를 위해 제 뇌가 순간적으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처럼 기지를 발휘한 듯... 제 뇌가 종종 이래요 소심하고 비굴한 저를 위해 삶의 당위성을 확보해주죠... '_';; ) 

 티슈로 조심스럽게 그 아이를 잡아서 룸 밖으로 내보려했지만

 이 아이의 스피드는 상상을 넘어서는 경지입니다

 

 결국 화장실 쪽으로 그 아이를 내쫓는 정도로 만족을 했는데

 그 후로도 한동안은 화장실에 갈 때 공포에 떨어야 했다는 ㅠㅠ

 

 뭐 근데 그것도 하루 정도 지나자 그러려니 하게 되었지만요 ㅎㅎ

 

 아무튼 이렇게 기나긴 하루였던 여행 이틀째이자 캄보디아에서의 첫날이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뭐 별 내용도 없는데 글만 길게 썼네요

 

 다음 여행기에는 여행 삼일째날 앙코르톰과 따 프롬 그리고 쁘레 룹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볼게요

 

 *

 

 방금 은행업무를 보고 동네를 좀 거닐다가 홍대 인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는 일본인 아가씨도 좀 도와주고

 제가 좋아하는 하하라는 만두집에서 군만두도 먹고 몇 가지 음식도 좀 포장해왔어요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낯선 환경에서 나름 고군분투하며 보내다 다시 한국에 오니 편하고 고요해서 좋군요

 초여름의 기운을 느끼며 슬슬 교복입은 학생들 사이로, 조용한 골목길로, 스며드는 제 모습이 유령처럼 느껴졌어요

 

 올해가 시작되고 지금까지는 '앞으로는 어른으로 살고 싶은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보냈던 것 같아요

 길지 않았던 여행이 앞으로 또 제 삶에 어떤 향을 더하게 될지 궁금하네요 자기의 삶을 자신이 열심히 지켜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어요

 

 시간나는대로 다음 여행기를 또 써볼게요 언넝 다음 이야기를 또 쓰고 싶지만... 너무 긴 글은 읽는 분들도 지겨울 것 같아서 ㅠㅠ

 

 다들 금요일밤 멋지게 보내세요 저는 밀린 일들 좀 마무리하고 푹 쉬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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