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잘 못 먹겠네요.

2012.04.06 21:51

poem II 조회 수:1595

저는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을 엄격히 받아 밥 한 공기를 받으면 농부들을 생각하며 천재지변이나 인재와 같은 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밥을 남기는 법이 없었고

음식은 개고기와 미꾸라지탕을 제외하고는 가리는 법이 없었으며..... 구구절절 생략하고. 여하간.

 

근데 이런 제가 요새 음식 가지고 이상한 짓을 합니다.

장을 보거나 길거리에 파는 음식이 눈에 띄면 배가 고픈 상태에서 다 삽니다. 이를테면 만두집이 보이면 만두를 사 두면' 저녁에 배가 고프지 않을꺼야',

하면서 한 봉지 사요. 그리고 그 옆에 옥수수를 팔면, '옥수수를 먹으면'배고플 때 좋은 간식이 될꺼야', 하면서 사요. 도토리묵을 보면 '오랜만에 먹어두

면 건강에 좋을거야'하면서 또 사요.

 

그리고 여러 봉지 사 들고 집에 들어와서는 이것 저것 풀어 놓고 한 젓가락씩 먹어보고는 금세 배가 부르다는 생각이 들어 팽개치고 다 냉장고에 처박아

둡니다. 그리고는 이튿날 끼니 때가 되어 냉장고문을 열면.. 이것들은 오래 되어 맛이 없어. 나에게는 지금 신선한 음식이 필요해. 그러면서 시간이 남을 때는 요리를 하거나 또 새로운 음식을 시켜 먹습니다. 정말로 하루 지난 음식이 먹기 싫어지고, 또 새로운 음식은 몇 젓가락 뜨기도 전에 위가 꽉 찬 느낌이 되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습니다. 뭐 먹고 토하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얼마 전에는 길을 걷다가 끼니를 걸러서 너무 허기가 지길래 근처에 무한 리필 샐러드 부페에 갔다가 말이죠. 딱 한 접시 먹고 나왔습니다. 너무 아깝죠.

그런데 아까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한 접시 먹으니 위가 차 오르면서 그 자리를 그냥 뛰쳐나오고 싶더군요. 피자를 시키면 딱 한 조각 겨우 먹고 끝입니다. 그리고 인스턴트 음식이나 파는 음식을 먹을 수록 먹고 나서 마치 쓰레기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하간 이런 짓을 반복하는데 이건 뭐 마치 기아에 시달리던 난민이 항상 먹을 것을 탐하지만 정작 음식이 앞에 보이면 많이 먹지 못하는 상태처럼 생각됩니다.

요 몇달간 끼니를 잘 챙겨먹지 않아서 위가 많이 줄었어요.  정신적 이유는 아닌 것 같아요. 전 체중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제 몸에 대해 부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 않으며 피부에는 신경쓰지만 다이어트를 해 본 적도 없어요. 생식이나 채식에 신경 쓰며 운동 열심히 하는 건강제일주의자도 아니고 말이죠.근래에 뭐 충격적인 일을 당한 적도 없어요.

 

단순히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고 위가 줄어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나요? 대부분의 음식이 맛이 없지만 식욕은 항상 변덕스럽게 다른 것을 탐하고, 잘 먹지도 못하네요. 삼주 동안 약  오킬로가 아무것도 안 하면서 빠졌어요. (좋아하는게 아니라 까칠하고 늙어 보여서 싫어요) 무엇보다도 짜증나는 건 예전과는 달리 항상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머리에 구름처럼 달고 다닌다는 겁니다. 뭔가 항상 배가 고프고 그걸 채우기가 힘들어요.

 

역시 운동이 답일까요. 요새 몸 좀 좋아지라고 토마토 쥬스를 갈아 먹거나 홍삼을 먹는데 별로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위를 억지로 단기간에 늘여야 할까요.

이런 경험 있으신 분? 어떻게 하면 음식을 맛있게 먹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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