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조로 보고 왔는데 이래저래 비생산적인 딴짓만 잔뜩 하다가 이제야 감상 적네요.

적다보면 스포일러가 나올 것 같습니다.

한달도 더 전부터 동네 극장에서 갈 때마다 프로메테우스 예고편만 풀버전으로 해줘서 대사를 외울 정도가 됐습니다.
사실 에일리언 시리즈는 단 한편도 보지 않았고, 프로메테우스가 에일리언 프리퀄이(다 혹은 아니다)란 얘기도 좀 지나서 알게 됐어요.
스페이스 자키가 뭔지도 몰라서 검색해본 사람입니다. 기대치는 꽤 높았다가 평이 상당히 갈리길래 좀 조정하고 갔고요.

여튼 결론은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예고편보다는 못하다-입니다. 2시간 좀 넘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진 않았고, 시각적 쾌락은 상당했어요.
이걸 극장에서 놓치고 나중에 티비로 본다면 얼마나 후회를 할까- 싶은 장면들이 수두룩합니다. CG도 매끄럽고요.
마이클 파스밴더의 로봇 연기도 좋고(특히 목소리가!), 데이빗의 캐릭터 자체도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보면서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자꾸 짜증을 내게 되더군요. 전 제일 감정이입 되는 인물이 비커스였어요.
저것들은 우주까지 오면서 기본적인 교육도 안 받고 왔나? 인간들이 왜 저래 겁ㄷㄱㄹ를 상실했지? 그냥 대놓고 파국으로 달려가는구만 등등 이런 생각이 계속 들어요.
주인공마저도 너무나 기능적으로 움직인달까요,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인 건 알겠지만 보는 입장에선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이 많고요.
이미 듀게에서도 많이 지적된 헬멧 벗기, 거의 혐오스럽기까지 한 외계생물체에 대책 없는 호감을 보이는 생물학자,
죽은 동료가 돌아왔는데 덜컥 우주선 문부터 열어주질 않나... 여러모로 각본이 허술하달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의 기원이 외계종족이란 이야기가 별로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세대차이일까요, 아니면 기독교 문화권 여부의 차이일까요.
여튼 깨어난 창조주가 인간들을 다 때려 죽이는 장면에선 허탈하면서도 어째서인지 약간 통쾌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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