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위로 좀 해주세요.

2012.05.02 21:19

소소가가 조회 수:2245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상황을 기승전결로, 아름다운 흐름으로, 물 흐르듯ㅋㅋㅋ 개운하게 쓰질 못하겠어요.

그런데 진짜 멘붕멘붕 엄청 짜증나고 자신감 상실되는 일이 생겼어요.

더 슬픈게 이 상황에 대해서 얘기 할 사람이 없네요.

일단 학교 친구들, 노 노 얘기하면 가십이나 되지 그냥 그만둘래요.

남자친구, 아 그냥 이런 얘기 하기 싫어요. 제 남자친구 특성상 잘 이해 못할 것 같은 그런 부분이거든요.

마음을 넓게 가져라. 이런 조언을 해주면서 저를 다독이려고 그러면 진짜 싸울 것 같아요.

사실 이런 마음가짐도 문제에요. 저의 이, 사람을 불신하고 스스로도 불신하는 나쁜 버릇이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못 만드는 주범입니다.

제일 친한 친구한테 전화해도 되거든요. 그런데 걔가 요즘 무척 바쁘고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제 얘기 하자고 붙잡고 길게 통화하기 싫어요.

부모님. 부모님께 말하면 제 편은 들어주시겠지만 또 걱정도 하시겠죠.

이렇게 쓰고보니 전 정말 헛 산 거 같네요.

또 요즘 제가 민폐를 엄청 끼쳐요. 사람들한테 하소연만 하는 것 같아요.

오늘도 별로 친하지 않은 동료랑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그 잠깐 잠깐 오는 정적을 못 이기고 막 두서없이 말을 하고 있는거에요!

아오 한심해, 그 순간 그걸 느끼면서도 그랬어요.

사실 이렇게 위로를 원하는 글을 쓰고 있을 처지도 아니에요.

엄청 바쁘거든요. 아르바이트로 받아온 일도 다 못했고, 과제도 다 못했고.

그래도 오늘 하루만은 관심병자가 되어;; 으하하하 잡담을 하고 싶은거에요.

아까 비가 잠깐 오더라고요. 그래서 벌써 이주가량 더럽게 놔뒀던 돼지우리를 청소했어요.

아니지 돼지우리가 아니라 제 방을 청소했어요.  어제 간장을 쏟았거든요. 대충 닦았는데 간장 냄새가 방에서 진동해요. 제대로 닦으라는 거죠.

그런데 귀찮아서 그냥 하다가 말았어요. 설거지도 밀렸는데....=_=

내일부터는 좀 생활리듬을 조여가지고 식사도 집에서 해먹고 (이번 달 내내 사먹었어요. 통장이 불쌍해요) 깔끔하게 다녀야겠어요.

이건 비밀인데 오늘 학교에 머리도 안감고 갔거든요. 모자를 썼는데 날도 더운데 야구모자 썼더니 휴. 모자한테 불쌍했어요.

그리고 제가 '사실은, 정말이지, 진짜로' 이런 단어를 엄청 쓰더라고요.

몇달 전에 발견한건데 이런 단어는 쓰면 쓸수록 진실성과 멀어지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막 나와요. 진짜에요. ㅋㅋㅋㅋㅋㅋ

이 길고 지루한 바낭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전 장 봐 온 것들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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