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듀게에다 글을 남기게 되네요. 그전에 커밍아웃글을 썼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글을 쓰기전에도 며칠전부터 고민을 하고 쓰고 나서도 막 조마조마하고 떨리고 
그랬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두번째니까 쉽지 않을까 했는데 제 근황 이야기를 하는게 커밍아웃을 
먼저 해야한다는 현실 때문인지 여전히 Write 버튼의 무거움을 느끼게 되네요. 
그리고 여전히 너무 하고 싶은말이 많아서 그런가 주저리 주저리 길어서 죄송합니다아 ㅠ_ㅠ



(*  어쨌든 이전 글을 못보신 분들을 위해서 살짝 링크를 걸어볼께요. 


굳이 이 글을 읽어보라고 하는 이유는 지금부터 쓸 제 일상 이야기에 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고선 이야기가 진행이 안되기에 본의아니게 긴글이지만
먼저 읽어보기를 부탁드리게 되었어요.


















9 months


어쨌든 위의 글을 읽었다고 가정하고 글을 진행해볼까 해요.

9개월이 지난 지금, 그러나 여전히 전 예전과 다를바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언제나 한발 앞으로 나아갈려고 하면 어느새 저의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우울증에서 비롯되는 강박증이 저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게 되요.

그리고 이러한 일이 반복될때마다 저는 더욱 움츠려들고 제 몸과 마음은
조금씩 더 약해져가는거 같아요. 그렇지만 시간은 유한하기에 변화는 
꼭 필요하고 그 변화는 결국 강요된 현실에서 시작되게 되었어요. 




D-276


얼마전에 저때문에 가족회의가 열렸고 저와 가족들은 한가지 약속을 했어요.
어쨌든 이야기 내용을 조금 요약해보면!! 지금 전 우울증에 걸려있고 -그게
호르몬의 영향일지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우울증이 문제라면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할까 라는 것과
우울증이 해결되면 내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해소될수 있을까라는 거였어요.

아마 제 사회에 대한 두려움은 사회적으로 애매한 단계에 놓여있는 육체에서
오는 자신감 부족, 그리고 제 주민등록번호의 앞자리 숫자라고 생각이 들었
어요. 그리고 이 둘을 해결하기 위해서 성전환 수술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
렸어요. 물론 그전에 제 스스로 해결할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말이죠.

어쨌든 결론은 내려졌고 전 이제 몇개월 후에 수술을 하고 호적정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에요. 물론 대신에 저 역시 의무가 주어졌고 그것은 올 연말까지
경제적 독립을 해내는 거에요. 


(사실 얼마 전에 현실적으로 제가 수술을 하고 호적정정을 한다고 해서 제대로 
여성으로 인정받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꺼 같냐라는 말을 지인에게 
들었어요. 전 물론 그말을 듣고 어느정도 마음이 무거웠긴 했지만 본심은 아마 
절 위한다고 했던  말이 아닐까 싶어요. 부모님도 절 위해서 트렌스젠더로 사는
것을 반대 했듯이요. 그래서 슬프거나 화나거나 하진 않았어요. 다만 이제 그 사회
가 만들어낸 현실라는 프레임안에서 제 자신을 속이진 않을려구요. 어짜피 평범
한 현실적 삶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






1년 5개월만의 외출


어쨌든  전 먼저 수술정보도 얻고 사람들도 다시 만나기 위해서 거의 1년 5개월만에
서울로 가게 되었어요. 사실 그 전에 온라인으로 연락하던 몇몇 지인들에겐 이미 
커밍아웃을 한 상태긴 하지만 외양이 바뀐 이후엔 -사실 머리만 길렀지 얼굴은 거의
변하지 않았네라는 말은 들었지만 -_-- 처음으로 지인들과 만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계속 연락은 하고 지냈지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던 지인들에게도 기왕 서울
에 온김에 만나야겠다라는 생각에 서울에 가기전 며칠전부터 타이밍을 보다가 결국
만나는 당일에서야 어설픈 커밍아웃을 하고 만나기로 하게 되었죠.

어쨌든 제 쓸모없는 걱정들과는 달리 알고 지낸 모든 지인들이 예전부터 그럴줄 알
았다는 듯이 다들 너무나 자연스럽게 절 받아주었고 어색한 만남이지만 다들 편안
하게 오랜만에 이야기도 하고 수다도 떨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사실 가장 견디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만날 장소로 가기 위해 혼자 지하철을 타고
가던 순간이었어요. 작은 공간에 수없이 들어찬 사람들 속에서 없던 공황장애가 일어
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죠. 근데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_- 고...고마워요 애플!!!)
 





스테레오 타입


서울에 간 진짜 이유는 앞서도 살짝 밝혔지만 수술 정보를 얻기 위해서 였고 그리고
수술 경험자들의 체험담(?)을 듣기 위해 트렌스젠더 커뮤니티의 정모에 참석하기 위해 
간거였어요.

근데  사실 제 자신이 트렌스젠더이긴 하지만 저도 살아오면서 트렌스젠더라는 사람들을 
본 적이 한번도 없었죠. 전 워낙 혼자 지낸지 오래되기도 했고 밖에 나가더라도 대부분 
자연스러운 외모때문에 아무도 절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차별적 시선으로 보거나 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애초에 제가 트렌스젠더라는 인식자체를 잘 못하고 살아서요. 
사실 뭐 길거리에서 자신이 트렌스젠더라고 말하고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으니... -_-;;

많은 일반인들이 트렌스젠더들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이상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듯 
저 역시 그러했어요. 트렌스 젠더 커뮤니티들보단 다른 LGBT 모임들에 더 편함을 
느끼고 있고 아무래도 조금은 먹물끼나 스노비적인 감성을 지닌 저에게 어릴때부터
스테레오 타입의 비극적 인생으로 점철되어 못 배우고 힘들게 산 그들과 전 '다르다'
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몰라요. 물론 앞 전에 이야기한 외모적인 자연스러움이 또한
그런 사고를 자연스럽게 하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르구요. 

어쨌든 이들과의 만남은 저에게도 역시나 낯선 경험이었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잘못
된 선입견이랄까 그런것을 깰 수 있었던 만남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게 되요. 대학교
와서 사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의 목적에 의한 관계 내지 비슷한 일을 하거나 취
향에 의한 만남들이라면 이들의 첫 인상은 애초에 서로 자라온 환경 나이도 제 각각이
었지만 어릴때 학창시절의 친구사이의 우정을 연상케하는 뭔가 편안하고 인정이 넘치는
분위기랄까요. 그런 분위기였어요.





그래 (나)도 트렌스젠더

모임이 끝나고 밤을 꼬박 새고 이제 첫 지하철을 타러 가던 길이었어요. 올때는 저 혼자서
왔었는데 이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지방 사람들끼리 고속 버스터미널까지
지하철을 타야했는데 전 거기서 정말 제 스스로 약간은 부끄러운 행동을 하게 됐어요. 

지하철을 타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곳은 이제 일반인들의 세계
였고 그들의 시선에 제 주변 트렌스젠더들이 어떻게 비쳐질까를 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전 술에 취했다라는 자기 합리화로 그들과 일부러 조금 떨
어진체 의식적으로 거리를 둘려고 했던거 같아요. 

첫만남이었지만 따뜻하게 다가와준 그들이 타인에겐 뭔가 괴이하고 이상한 존재로 
비쳐진다는게 저에게 재빠른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고 왔고 이들과 동일한 시선을 
받는걸 전 견딜수 없었기에 그런 행동을 해버리고 말았던거 같아요. 

정말 그 사람들에게 너무나 미안했고 제 이기적인 행동이 부끄러웠지만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사실 확신이 들지 않아요. 





나의 문제


결국 제 문제는 제 자신이 남들에게 트렌스젠더로 비쳐지는것을 싫어한다는 것과 사람
들에게 제 약점을 보여주길 원치 않는다라는 거에요. 

전 호르몬 치료를 한 이후에주민등록 번호를 보여주기 싫어서 호르몬 치료를 받는 병원 
외에는 거의 3년동안 어떤 병원도 가질 않았어요. 정말 허약체질에 매번 감기를 달고 
살지만 약국조차 가는걸 두려워 했었죠.

결국 제 가장 큰 문제는 이전 커밍아웃 글에서도 밝혔던 이야기지만 지나치게 사람들
을 의식한다라는 점이고 이것이 제가 수술을 하고 호적정정을 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자신감을 얻얼수 있을까? 라고 수없이 제 자신에게 물어보게 되요. 그리고 거짓말을 
하지 못하거나 적당히 타협을 하는걸 싫어하는 제 성격에 비추어볼때 가장 지금 필요
한 일은 제 자신을 오픈해야 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절 트렌스젠더로 
보는 사회적 시선에도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어요. 그게 따뜻한 시선이든
부정적 시선이든 말이죠.

그리고 그런 시선을 극복하는 것이야 말로 수술 이후의 제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에필로그


결국 제가 이 커밍아웃 글(이라고 읽고 일상글 이라 쓰는)을 다시 쓰게 된 이유 역시
그나마 차별적 시선이 덜한 듀게부터 제가 트렌스젠더라는 존재로 인식되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지기 위해서 였어요. 그래서 조금은 무책임하게 퍼블릭한 공간에 
이렇게 장문의 글을 테러하게 됐네요. -_-;; 아무튼 공공의 게시판을 한 사람의 정신적 
치유 용도(?)로 사용하게된점에 대해 많은 분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해요.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불편함을 느낀 호모 포비아나 트렌스젠더 포비아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그리고 앞으론 더 이상 잠수하지 않고 조금 더 열심히 글을 끄적여보도록 하죠. 어짜피
사회 생활을 하려면 익숙해져야 하는 일들이니까요. ^_^;;

아무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다들 싫어하는 월욜 오후부터 재미없는 글을 올려서 죄송
스러워요. 다들 좋은 한주되시기를 빌어보면서 이번에도 마지막은 노래로 대신할까 해요.






PS. 사실 이 이야기는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제가 아직 수술 병원을 결정하지
못했어요. 태국이 한국보단 훨씬 수술을 잘한다고 해서 태국으로 일단 결정을
했는데 문제는 한국에서 갈수있는 병원이 특정한 병원 하나로 옵션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인데 소위 말하는 브로커와 의사들이 환자들의 권리나 클레임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라는데 있어요. 물론 수술 실력은 좋지만요. 그래서 부족한 외
국어 실력으로 일본웹이나 북미쪽 웹을 돌아다녀보면서 다른 병원들도 괜찮은
거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브로커를 끼지않고 혼자 태국으로 갈
려고 생각중인데 -검색해보니 병원 직원중에 영어나 일본어는 대부분 가능한 
직원들이 있다고 해서요- 

근데 해외 여행자체가 처음이고 혼자 갈지도 몰라서 살짝 걱정이 됩니다.혹시
태국 현지에 사시거나 태국 여행을 자주 다녀오신분이 계시면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좀 부탁드리고 싶어요 ㅠ_ㅠ (해..해치지 않아요 -ㅁ-)


아 물론 굳이 도움이 아니더라도 친구가 되어주거나 여러가지 
어드바이스를 해줄 분들도 물론 다들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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