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 잡담

2012.04.12 15:20

메피스토 조회 수:854

* 선거결과는...실망스럽지만 놀랍진 않습니다. 묘하게 배치되는 감정이지만 말입니다.
결과론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건 의미가 없지만, 사실 이번 선거는 많은 분들이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민통당이나 통진당에서 그걸 귀담아 듣지 않았을뿐이죠.


*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어야한다는 명제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다라는 명제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명제들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불법사찰이 왜 나쁜건지, '꼼수'가 뭔지 같은 것에 관심이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정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문제점은, 자신들이 당연히 알고있는 문제를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or 알아야만 한다 식으로 생각한다는데 있습니다.

이 자체는 동의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며 사회를 발전시킬 권리이자 의무가 있죠. 여기서 나꼼수가 가지는 의의가 나옵니다. 정치 이야기를 시시덕거리는 예능잡담마냥 만들어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들었다쯤이죠. 그러나 반대로, 나꼼수를 비롯한 이와 유사한 대부분의 것들의 의의는 1mm도 더 나갈필요없이 딱 거기까지이기도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정치를 직접하는, 표를 모아야하는 사람들이 이런 사고방식으로 전략을 결정하는건 대단히 곤란하겠죠. 반MB와 반새누리당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람들 모두가 MB를 싫어한다해서 그들 모두가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선 안되죠. 이건 박근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 모두가 새누리당을 마뜩찮게 여긴다해도 그게 안티 박근혜를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선거책자 한번 안보고 그냥 기계적으로 정당을 찍는 사람, 혹은 그냥 대충보고 '직관적으로(라고 쓰고 자기 내키는대로)' 찍는사람, 널렸습니다. 인터넷 여론만 본다면 사람들이 정책에 대해 심도깊게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정부의 '꼼수'를 분석하여 심판을 내릴 것 같지만, 그건 그냥 '그들만의 세상'일뿐이죠.

예를들어 FTA는 어떻습니까.
사람들에게 노무현 FTA와 이명박FTA가 어떻게 다르다라고 이야기하는게 무슨 소용일까요.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디테일이 아니라 원론적으로 FTA의 당위성을 설명했던 노무현정부와 지금 MB정부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그때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했나요? 통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국제무역 레포트 및 발표주제로는 디테일한 FTA얘기가 적당할지 모르지만, 혹은 업계종사자들 중에서도 일부가 민감할지도 모르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거 신경 안쓸껍니다. 심지어 FTA가 무엇의 약자인지도 모를 사람이 태반일껄요. 관심없는걸 알지못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그냥 "그땐 FTA하자더니 왜 지금은 또 반대해? 말바꾸네"가 가장 일반적인 반응일겁니다. 반복적으로 얘기하지만, 지향해야할 것과 현실은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토론하는 문화를 소용없다식으로 빈정거리는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어려운 얘기들로 선거를 하는건 현명한 전략이 되지 못합니다. 이번 김용민 사건을 보세요. 얼마나 쉽게 이해되나요. 연쇄살인범 보내서 강간 살인하자는 이야기가 가지는 문제점은 공부가 필요한 FTA얘기보다 훨씬 더 와닿는 얘기 아닙니까. 물론 이번 선거에서 미흡한 결과를 낸 것이 오롯히 그 탓은 아니겠지만, 반대로 그런 소란들이 선거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에러입니다. 이런 작은 사건, 흠집들이 모여 결국 투표날 도장이 찍히는 위치를 결정합니다. 원래 그런놈들이야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원래 그런놈들을 뒤집자고 하는 놈들에게 흠집이 있는건 큰 문제입니다.

그동안의 시간들은....직접적으로 살에 맞닿는 높은 물가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실업들로 대표되는...어려운 정치얘기 할거없이 뉴스만 틀면 나왔던 얘기들=집권여당과 MB씹기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런 다 차려진 밥상앞에서, 민통당과 통진당은 체면은 세웠을지 모르지만 말그대로 체면만 세웠을뿐, 세상을 바꾸진 못했습니다. 이럴꺼면 차라리 망치로 머리를 내려찍히 듯 정신차리게 할만한 대패를 했어야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너무 심술궂은 생각이겠죠.

아. 죄송합니다. 망치로 머리를 찍히면 정신을 차리는게 아니라 정신을 잃겠군요.

수백 수천명이 모여서 반MB를 외쳤다고 희망을 가지면 안됩니다. MB헌정방송이라는 나꼼수가 많은 청취자를 가졌다고 기대를 해선 안됩니다. 그사람들이 모두 민통,통진,진보정당에 찍는다해도 전국의 유권자수는 수천만입니다.


* 대선이 코앞입니다
미련한 인간, 흠집있는 인간은 정리하고, 이미지 실추시킬 일도 제대로 정리하는게 좋을겁니다. 누구나 한번쯤 삽질을 하지만, 삽질을 반복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속성입니다. 그리고 민폐로 이어지겠죠. 민통당이건 통진당이건, 혹은 또다른 해체와 결집을 반복한 새로운 정당이건, 이번 선거와 똑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박근혜라는 막강한 적에게 또다시 패배할 수밖에 없을겁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지 않는다면 문제는 결국 생산자에게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비자가 좋은 물건을 알아볼 줄 몰라서일수도 있고, 좋지도 않은 물건을 삐까뻔쩍한 포장으로 둘러싼 물건에 낚였다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품질이 어떻다 저떻다를 떠나,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어떻게 자극하는게 좋을까를 생각하는게 순서입니다. 양질의 좋은 물건을 싼가격에 우리 고객님들께 공급한다는 마음가짐은 물건을 만들때만 투영하고요.

p.s : 공지영이건 누구건, 선거전략담당자나 당직자 한명이 나서서라도 헛소리하는 사람들에게 "우릴 위해 입좀 다물어 주세요"라고 얘기하는 것도 좋을것 같군요. 가장 짜증나는 말들 중 하나는 "잘해보려고 그런건데.."입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잘하는 것인 사람도 있습니다. 어차피 입다물라고 얘기해도 새누리당 찍을 사람은 아니니까.

p.s 2 : 대선이 코앞이니 조기종영한 비운의 드라마 프레지던트가 생각나는군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