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울한 마음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당분간은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지금 길에서 만난 고양이 3마리와 1년째 동거 중입니다.

회사 부지에는 종종 어미를 잃은 새끼고양이들이 방황하곤 했는데,

우연히 그 중 한마리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저와 회사냥이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한마리를 시작으로 또 다음 한마리, 그 다음 한마리 .. 1개월 터울로 총 세마리를 들이고 말았습니다.

회사에는 그 이후에도 종종 새끼냥이들이 출몰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부러 가까이 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있는 세마리를 책임지는 것이 더 중하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런데 2주 전쯤, 회사의 건물 사이 길을 걷던 제 등 뒤로 아주 우렁찬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더군요.

휙 돌아보니 에어컨 실외기 틈으로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보일듯 말듯, 그런주제에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울고있더라구요.

지금까지 보았던 냥이들 중 가장 작은 아이였습니다. 저의 손바닥사이즈정도나 될까 싶은. 고등어 색깔의 아주 예쁘고 너무 작아 외면할 수가 없는... 

결국 저는 냥이용 사료를 구입해서 끼니를 챙겨주고,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실내 한켠에 자리를 마련해 주는 식으로 챙겨주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머리로는 더이상은 안돼 하면서, 자꾸만 신경쓰여 견딜 수 없는 그 작은 고양이를 사실은 입양해서 집에 데려가고 싶었어요.

그 작은 목숨이 감당하기에는 혹독할 겨울이 머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미 집에 있는 저의 세식구를 생각했고, 이러다가 세상 모든 길냥이들을 다 들일 것이냐 하며 저를 다그쳤습니다. 

 

그렇게 열흘의 시간이 지났고 저의 무심한 주말을 지나고 만난 아이는 눈에 확연할 정도로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고, 그 때서야 저는 저의 비정함을 후회했습니다.

 

그 날 퇴근길 급히 새끼고양이를 보듬어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손쓰기엔 늦었다고,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고. 불쌍하지만 전염병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절대 집에는 데리고 들어가지 마시라는 선생님의 당부..

이미 빈혈이 너무 심해 탁해진 눈에, 힘이 없어 일어서지조차 못하는 아기고양이를 품에 안고 엉엉 울어버렸어요.

열흘 전 처음 만났을 때 그 우렁찬 울음소리와 겁먹었지만 총기있던 눈. 그 때 데려왔더라면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지금 있는 아이들한테 미안했어도, 그냥 그 때 데려와서 좋은 주인 만날 수 있게 며칠만이라도 잘 돌봐줄껄. 그거정도는 충분히 할 수있는 거였는데...

 

커다랗고 예쁜 이동장에 매일쓰던 담요를 잘라 넣고 힘없이 저를 보는 아기냥이를 눕혀주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거라곤 아기냥이가 숨을 헐떡이면서 그 작고 보드라운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 죽음의 냄새를 풍기면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뿐...

어떻게든 일어나보려고 비틀, 하고 섰다가 고꾸라져 숨을 몰아쉬면 담요에는 거뭇한 분비물이 묻어났어요.

제가 눈물 콧물 쏟으며 꺽꺽대며 울어댈 때 간간히 들리던 냥.. 하는 힘없는 소리.

7시간여를 그렇게 버티던 아기냥이는 결국 새벽3시를 넘기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이제 다시는 그 어떤 것에도 쉽게 동정을 표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가 있다면, 2주전으로 돌아가 처음 만났던 그날 멍청한 고민같은 거 하지말고 내식구로 품을껄.

그런 후회가 여전한 아침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225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8498
48537 기적의 오디션 - 벡터맨과 조커의 부활 [1] GREY 2011.07.15 1811
48536 현재의 20대 70%는 고등학교 졸업. ?? [2] 고인돌 2011.06.16 1811
48535 4월 1일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춤, 그리고 그 남자. [3] 재클린 2011.03.31 1811
48534 친절한 동네 빵집 아저씨와 미장원 원장님 [5] 찔레꽃 2011.03.28 1811
48533 취미가 다른 것도 좋지 않을까요? [6] 늦달 2011.05.20 1811
48532 내가 빈 그릇으로 느껴져요. [2] 21세기한량 2011.02.19 1811
48531 드림하이 같이 보실분~ [31] 서리* 2011.01.10 1811
48530 잘 알지도 못하는 전문 개념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근거로 삼는 것 / 괴델의 증명 [15] 호레이쇼 2011.01.07 1811
48529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소티스 [7] catgotmy 2010.12.03 1811
48528 옷, 신발과 관련된 사소하고 별 의미 없는 고민들+눈 위에서 뭐 신으시나요? [9] 안녕핫세요 2010.12.10 1811
48527 [듀나인] 제 컴터! 뭐가 문제인걸까요? ㅠㅠ 사진첨부 [9] khm220 2010.11.06 1811
48526 오늘 저녁 명동 CGV에서 골드 디거(Gold diggers, 1933) 보고 싶으신 분? 익ㅋ명ㅋ 2010.09.05 1811
48525 여러분은 비오는날이 좋으세요 화창한 날이 좋으세요 [21] 감동 2010.08.26 1811
48524 전 nba 농구선수 야오밍 가족 [1] 가끔영화 2017.10.08 1810
48523 드니 빌뇌브가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과정이 맘에 안드네요. [4] 루온 2016.08.09 1810
48522 경제를 다큐로 배웠어요. [4] underground 2016.05.31 1810
48521 아침에 20분 더잘까, 밥을 좀더 제대로 먹을까 고민하시는분? [8] catgotmy 2016.05.13 1810
48520 진짜 대박이네요. 윤채경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줄 알았는데 프로듀스 101의 진정한 주인공은 유연정인 듯. [2] 눈의여왕남친 2016.04.02 1810
48519 혹시라도 아직 이 게시판에 신이 계시다면 [37] 라인하르트012 2018.12.31 1810
48518 언니네이발관 은퇴하나요~? [1] 곤약젤리 2014.08.13 181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