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

2015.09.06 15:02

마르타. 조회 수:1817

지금은 고인이 된 동화 작가 사노 요코 씨의 (백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 에세이 제목입니다.


사노 요코 씨는 두 번 이혼하고 말년에 한류에 빠졌으며 암 선고 후 치료를 하지 않고 남은 여생을 기다리고 즐기며 사셨더군요.


염세적이다 싶기도 하고 과거 태생으로 보면 우익 성향이 깊은 집에서 자란 것이 분명한..(한국인들을 여전히 조센징으로 부르는 노모라던지 스스로 우익임을 드러내는 사촌 언니라던지..)

하지만 그녀 자신은 얄팍한 속내나 부끄러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한류에 빠져 디비디와 한국 여행, 굿즈 쇼핑으로 일 년여를 보낸 후 한류 드라마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턱이 돌아가자 한류에 치를 떨고,

(욘사마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애정 부분이 흥미롭게 쓰여있는데 그다음 단막에선 욘사마에게 실증이 나서 징그럽다 묘사합니다ㅋㅋ)


젊은 남자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나이 든 인간들에 대한 경멸을 드러내기도 하고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정치인의 관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묘사하셨네요.

아베는 싫다고 하십니다. 글을 쓴 시기에 아베가 1차 총리 시절.. 선경지명이십니다.


암 선고를 받고 남은 시간과 살아가는 비용에 대해 정산을 하고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린색 재규어를 지릅니다.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시트는 나를 안전히 지키겠노라고 맹세하고 있다.

쓸데없는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마음으로부터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규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이 부분 굉장히 가슴이 찌르르 한 부분이었어요.


저에게도 재규어는 젠틀하고 멋진 생김새의 좋은 집안의 어른 남자 같은 존재였나 봅니다.


어린 시절 중고 수입차 매장에서 빈티지한 재규어를 본 순간 사랑에 빠졌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는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재규어를 살 테야 라고 다짐했던 게 생각났어요.


좀 더 커서 차에 대해 관심이 생기자 새로운 재규어의 디자인에 대한 불만과 연비 걱정, AS에 대한 부담, 현재 나의 당치도 않은 경제력으론 꿈도 꾸기 힘든 차구나 깨닫고는

뭐 차는 연비가 최고지.. 재규어는 세컨카 정도의 재력에나 해당된다고 생각 들더군요.

(심지어 지금 타는 차도 없고 돌아다닐 일도 없고..-_-;)


가질 수 없어도 꿈은 꿀 수 있지 않습니까.


사노 요코씨도 평생 꿈만 꾸다 지르신거니 어쩌면 저도 노년쯤엔 까짓것 하고 재규어를 살지도요. 기왕이면 빈티지 모델로 사고 싶군요.



어쨌거나 굉장히 좋은 책이었어요.

요 근래 게시판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우울함과 사는 게 뭘까요. 죽고 싶어요 등등에 해답은 안되겠지만 이런 삶도 나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읽고 나니 저도 제법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구나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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