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고양이 얘기입다.

저희 고양이는 생후 이주쯤(추정) 영양실조 상태로 저에게 구조되어서 집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손바닥 하나에 쏙 들어오던, 지치고 배고프고 힘없던 아기 고양이가 너무 불쌍해서 키우기 시작했고
제가 불쌍하게 여기는 대상들에게 다 그랬듯이 이 짐승에게도 뭐든 퍼줬습니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보는거라...저희 고양이가 지나치게 쳐먹는다는걸 눈치채지 못했고;;결국 경도 비만 냥이가 되버렸습니다.

제가 많이 못 놀아줘서+좁은 집에 키워서+캣타워가 없어서+뭘 모르고 키우다가 애가 잘못되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뼈를 부수는 심정으로 없는 돈을 쥐어짜다가 바로 캣타워를 사줬습니다.
그리고 바로 제한급식을 시작하고 시간 날때 놀아주려고 매일 십오분에서 삼십분은 놀아주려고 노력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잘 안되요.
애가 어릴땐 남의집 캣타워에서 잘도 놀았는데 지금은 살이 쪄서...캣타워를 잘 타고 올라가질 못해요.(원래 삼줄기둥을 타고 올라가는걸 좋아했었어요.)

거기다 배고파서 그랬는지 장난감 하나를 먹었다 토해놨고
제가 열심히 놀아주려고 장난감을 마구 흔들어도 잘 놀지도 않아요...불쌍하게 울기나 하고ㅠ장난감을 바꿔볼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지 딴에는 밥을 제 양껏 못 먹고 사는게 팍팍한 모양입니다.

저는 저대로 이 고양이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감에 시달리고+고양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해 주고싶은데 이것은 제한급식 이후로 시큰둥의 절정이에요. 스트레스도 받는거 같구요. (가끔 털이 뭉탱으로 빠진게 발견됨)

스트레스도 풀어주고싶고 맘껏 예뻐해주고싶고 사랑해주고싶은데
이 고양이는 안기는 것도 놀아주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저녁에 집에 와서 짠할 때면 사료를 두세알씩 꺼내서 줍니다.

그럴때마다 엄청 좋아하는데 그게 참 묘하게 느껴져요.
내가 줄 수 있는게 이 사료 뿐이라는 생각.
고양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충분히 사랑받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고싶은데 제 행동은 고양이에게 귀찮고 때로는 난폭하고 갑작스러운 사건일 뿐인거 같아요.
그래서 전 오늘도 세 알의 사료를 줍니다.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생각하면서요;;;;


저 스스로도 제가 쓸데없는 생각을 다 해가면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백하기 부끄럽네요.
부모님이랑 갈등을 많이 빚으며 자란 자식이 하는 생각은 이런 건가봐요.
저 어릴땐 뭐든 돈으로 해결하고싶어하는 부모님께 화 많이 냈었거든요.
(지금은 뭐든 돈으로 해결해줬음 하는 인간=_=;;;;)
막상 제가 이 입장이 되니 줄 수 있는게 이 사료 뿐이네요.

부모님이 참 힘들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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