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왕 선배 언니에요. 40대 후반이지요. 늦게 결혼했지만 아이도 낳았고, 똑부러지고, 날씬하고, 외모도 예쁘다고 할 수 있어요. 일도 잘해요. 회사 동료지만 점심만  같이 먹는 정도로,  제 생활에 큰 지장 주는 건 아닙니다. 근데 참 궁금해요. 이런 사람이 첨이라.

 

이 언니가 울화병이 있는건지, 아님 원래 성격이 그런건지, 무슨 얘기를 하면 아래와 같은 식입니다.

 

언니:         나 주말에 남편이랑 싸웠어. 시댁얘기 하다가 싸웠어.

A:              나도 주말에 싸웠어. 주말에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싸우게 되더라.

B:              하여간에 남편들은 어찌구 저찌구~

나:             그렇죠? 우리 신랑도 운동하러 간다면서 휙 나가서 저도 혼자 아기 보며 이유식 만드느라 땀뺐어요~

A:              하여간에~ 직장맘은 힘들어~

B:               우리 애도 엄마 회사가면 안돼? 하고 아침에 울어서 출근할때 애먹었어.

나: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힘든데. 이래서 다들 그만 두시나봐요.

A: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B:              참, 이번에 자기 진급할때 됐지? 조금만 참어.

언니:         우리 시어머니는 정말 이상해.

A:              응? 시댁? 시어머니 이해하기 쉽지않지.

B:              그니까. 며느리 힘든거 왜 몰라 주시나 몰라.

 

(다른 토픽)

언니:            우리 시어머니 같은 사람은 본적이 없어.

다들:            (맞장구)

 

(다른 토픽)

언니:             시어머니가 뭐래는 줄 알아?

다들:              (맞장구)

 

....무한 반복됩니다.

 

대화라는게 주고 받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가 나오게 되잖아요. 근데 이 언니는 자기 말만 해요. 이미 그 주제는 지나가 버렸는데, '아까 그 얘기로 돌아가서 '... 이런 토도 안달고, 다시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해요. 계속 듣다보니 짜증스러워요. 그녀가 힘들어 하는점, 이해가 갑니다. 근데 대화를 물 흐르듯이 하지 못하고, 자기 말만 하니까 저는 입을 닫고 있게 됩니다. 다들 그 언니 얘기만(이미 백번도 더 넘게 들었던 이야기) 듣게 되죠.

 

이런 유형의 사람 주변에 많이 있으신가요? 한 번은 선배가 '자기 정신과에 한 번 가봐' 했다가 그 선배하고는 말도 안합니다. 본인 대화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봐요.

 

무슨 뾰족한 결론도 안나는데 죽어라 무한 반복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니 참 힘드네요.. 같이 사는 사람은 얼마나 더 힘들까, 생각이 듭니다.

 

(느낀점) 신랑이랑 싸울때, 저도 '모년 모일 댁이 나한테 요러쿵 저러쿵했었었거등???' 하거든요. 신랑은 이걸 '미해결사건 파일 들춰내기'라고 하는데요. 이 언니 보면서 그게 얼마나 짜증스러운 일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옛날 일 들춰내서 부부쌈하지 말자!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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