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아이디어

2012.03.28 14:54

곽재식 조회 수:1657

비슷한 아이디어로 추리소설이 벌써 있었던듯하고, 하다 못해 듀나 소설 "대리살인자"와도 비슷합니다만...

이런 추리 소설 아이디어를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 추리소설 커뮤니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거기 게시판 중에 한 곳에서 추리소설 아이디어를 사람들이 공유하는 곳이 있는 겁니다.

그러다가 그 중에서 "완전범죄 수법"과 그 헛점을 서로 토론하는 것이 유행하게 됩니다.

"이런이런 기막힌 수법으로 완전범죄를 하려고 한 범죄자 이야기는 어떨까요?" 라고 올리면...

이용자들이 "이런이런 부분에 헛점이 있습니다." 라든가 "이런이런 점 때문에 발각될 것 같네요."라고 지적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상당히 쉽게 저지를 수 있으면서도 헛점이 거의 전혀 없는 완전범죄수법이 하나 올라 옵니다.

물론 제약은 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범죄자와 피해자의 키가 거의 비슷하고 성별이 같아야만 쓸 수있는 수법이다" 정도의 제약이 있는 겁니다.

모든 이용자들에게 대단히 신선하고 훌륭한 아이디어로 칭송을 듣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수법을 사용해서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세상에 생깁니다.

그리고 실제로 범죄자는 붙잡히지 않습니다.

범죄자가 안잡혔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신문기사 등의 보도를 통해서 이야기를 본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범죄수법을 썼을 거라고 믿게 됩니다.


게시판에는 찬반양론이 분분해지고, 흔한 게시판 싸움도 납니다.

그러다가 결국 고소하겠다 어쩌겠다, 신고도하고 해서,

반사회적인 내용을 다룰 위험이 있는 사이트로 신고 되어, 이 게시판은 폐쇄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과 공권력의 지나친 탄압이라고 반발한 이용자들이 뛰쳐나가서

외국에 서버를 두고 비공개 사이트 형태로 다시 이 "추리소설 아이디어" 게시판을 운영하게 됩니다.

비공개 사이트가 되니, 내용은 점점 극단적으로 흘러들어가서,

곧 이 게시판은 "완전범죄 수법" 탐구에만 집중하는 사이트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한 이용자가 "이런 이런 조건, 이런이런 상황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살인하는 완전범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 질문을 올리면, 여러 이용자들이 서로 토론하면서, 그 살인을 쉽게 성공시키는 완전범죄 수법을 의논하는 곳이 됩니다.

명목은 그런 설정을 가진 이야기를 꾸미기 위해 아이디어를 교환한다는 것입니다만...

그렇게 하다보니, 실제로 사람 죽이고 싶은 인간들이 살인하고 안잡힐 방법을 궁리하기 위해 모여들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해서, 범죄 수법과 추리/수사 기법에 대한 토론을 하는 곳의 탈을 쓰고,

사실은 살인 수법을 탐문하고 논의해서 답을 주는 곳이 된 것입니다.


이곳은 점점 악취미인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서

나중에는 실제 검거되지 않은 연쇄살인범이나 연쇄살인에 성공한 사람들까지 모여서

자신이 쓴 수법을 자랑하는 곳으로 까지 발전하고, - 물론 어디까지나 "추리소설 아이디어를 제안한다"는 형태로.

이런 자료가 모이고, 사람들이 모인 덕택에, 몰래 살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 됩니다.


마침내 이 사이트에 새로운 사연으로 정치적인 암살 (내지는 재벌총수급 되는 유명인사 암살)을 생각하고

"이런이런 상황에서 완전범죄를 이뤄내는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라는 사연이 올라옵니다.

유명인사 표적이라서 추적하기가 어렵고, 경호팀을 뚫고 살인하는 수법이라서 제약도 많지만,

이 사이트의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모은 끝에 드디어 거물급 유명인사를 암살하는 수법이 탄생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후 누군가 실제로 그 수법대로 그 거물급 유명인사를 살인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사이트 회원들의 생각이 짧은 부분이 있었고, 그게 헛점이 되어서 유명인사 살인은 실패합니다.

살인 실패에 따라 그 헛점을 보완한 진정한 완전범죄 살인계획에 대한 또다른 토의가 인터넷에서 이루어지고...


한편으로는 유명인사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는 수사기관에서

이 숨겨진 살인사이트를 추적해 오기 시작 합니다....




.... 뭐 이런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말입니다.

한 2, 3일 전부터 잠깐씩 생각하게 되는데, 어디서 좀 본듯하기도 하고, 별로 제가 좋아하는 부류의 이야기는 아니라 그냥 생각만 좀 하다가 이곳에나 한 번 올려 봅니다.


주말 동안 추리물을 많이 봤더니 멀쩡한 좋은 봄날 오후에 사무실에서 일하다 말고 이런 글이나 듀게에 올리며, 잠시간의 월급도둑질을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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