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3-4년전의 이야기군요.

 

부족한 제가 노조에서 황급히 교육을 맡은 적이 잇습니다. 파업중이었는데, 소위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고 대학 시절 배운 저로서는 집회만 강행하는 파업 현장이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파업 지도부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좀 열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그럴 여유와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그럼 내가 직접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교육 시간 모두에 저는 조합원들에게 세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번째, 노동자와 근로자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두번째, 선전과 홍보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세번째, 조합원 여러분은 이 파업 현장을 평가하는 평론가입니까? 참여자입니까?

 

정치에 관한 본격적인 글을 여기서는 처음 써 보는 저로서는 23-4년전의 그 뜨거웠던 염천의 길거리에서 같은 조합원에게 했던 이 질문을 다시 떠 올립니다.

 

이번 총선에 대해 평론가가 아닌 참여자로서 노력한 저로서는 20만이나 되는 정당 지지표를 주신 분들에게 고마울 뿐이고, 주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우리들의 무능함이 죄송할 따름입니다.  자신이 농부라면 어떤 경우든 밭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진보신당에 올해 가입했습니다. 당원 펀드도 냈구요, 총선에서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타인에게 표를 달라고 노력도 했습니다. 현재 제 능력으로 표를 가지고 온 것은 약 20표 정도입니다. 당원으로서 평균 정도만 한 거지요. 제가 60표를 가지고 왔다면 청소 노동자와 홍세화 선생이 같이 국회에 입성하는 행복한 결과를 볼 수도 있었겠지요.

 

작년말 서울에서 진보신당 소속인 어느 듀게인을 만났을 때 그리고 그가 집회 현장 근처 어느 길거리에서 한숨 쉬듯 '스레빠 정치'의 꿈을 이야기했을 때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렇게 할려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스레빠 정치와 길거리 정치의 행복한 만남, 그게 제가 그리는 모형입니다.

 

그래서 내일 당장 그동안 미뤄 왔던 건강진단을 신청할 까 합니다.  앞으로 정말 몸뚱이를 많이 써야 하니까요.

 

우리 오래 많이 봅시다..

그동안도 고마운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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