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서 가끔 회자되곤 했던 황정은의 소설을 보았어요.

百의 그림자.

근데 이거 읽다 보면 왜 목이 메이나요.

코끝이 찡한 것과는 다릅니다.

읽다 보면 슬퍼져서 책을 엎어놓고 한참 앉아있다가 다시 읽어요.

약한 사람들의 소설은 아니에요.

그저 무해하고 다정하고 따뜻합니다.

가만가만 속삭여 주는 것 같은 문장들이에요.

신경숙과는 굉장히 다른데, 신경숙의 문장들에서 느껴졌던 어떤 다감함이...

결이 많이 다르지만 황정은의 문장에서도 느껴집니다.

순하지만 날카로워요.


<양산 펴기>라는 단편도 읽었는데.

녹두에게 장어를 사먹이자.

이 문장이 왜 이렇게 가슴을 치는지 모르겠어요.


가난하면 인간적인 품위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황정은의 소설을 읽으니 그렇지 않네요.

가난해서 인간적인 품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품위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가난하건 아니건 그걸 잃지 않을 사람들이 나오고,

가만가만 말하는데 그렇게 가만가만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반대편의 폭력성이 더 두드러진다고 할까요.


그냥 좋네요.

<百의 그림자>에서도 똑같은 문장이 나와요.

그냥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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