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샀어요 + 보관 질문 + 신남

2012.05.04 02:59

말라 조회 수:2220

자전거를 도둑맞았습니다. 친구와 같이 타던 자전거였어요. 친구 집이 제 직장 근처고, 친구 직장이 제 집 근처라 타고 가서 세워놓고, 타고 와서 세워두는 식으로 나눠 탔지요. 친구 소유였지만 제가 잉여시간이 더 많아서 한동안 저희 동네에서 타다가 이제 겨우 짬이 난 친구에게 반납한 지 한 달만에 그 동네에서 사라졌습니다;; 
전철역에 세워놨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신고는 했지만 찾을 수 없겠죠.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인데다 제일 이뻐서 가져갔나봐요. 지구대에 신고서를 접수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나오면서 친구와 "차라리 자전거를 너무 타고 싶은 어린애가 우연히 번호가 맞아서 가져갔으면 좋겠다, 부품 빼서 팔려는 도둑이면 다음 생엔 자전거 뒷바퀴로 태어나라" 그런 말을 했죠. 

그리고 이틀 만에 제가 자전거를 샀습니다-_- 개인적인 괴로운 일도 잊을 겸 + 갖고 싶던 모델이 할인 중이라, 겸사겸사 새 자전거를 산 다음 친구에게 미안해했더니 친구는 "죽은자식이 아직 꿈에 나오는데 어찌 새 자식을 들인단 말인가" 하고 맹비난했지요...

 자전거가 생겨서 기쁜데 걱정됩니다. 불과 이틀 전에 자전거를 잃었으니 보관장소를 어쩔까 싶어요. 이전 자전거는 전철역의 보관대에 다이얼 케이블로 묶어뒀었거든요. 사실 일 년 넘게 여기저기 전철역에 보관하고도 멀쩡히 제자리에 있던 자전거였는데 아무튼 나쁜 사람이예요 자전거 도둑은.

집에 보관하려고 했는데 첫날인 오늘 건물 꼭대기층인 저희 집으로 끌고 오느라 고생했습니다 ㅠ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인데다가 계단이 좁고, 계단참에 주민들이 유모차, 카트 등을 보관해서 조용히 끌고 올라오기 힘들어요. 
게다가 저는 주로 새벽귀가를 하는 편인데, 아래층에 갓난아기가 있어서 소리내지 않고 조용히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ㅠ 오늘은 자전거를 끌고 오며 유모차를 피하다가 난간에 살짝 부딪쳐 쨍강 작은 소리를 냈는데 아기가 깨어 맹렬히 울더라고요.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라이딩 세시간보다 더 지침) 민폐가 클 것 같아요.  

사는 건물엔 따로 자전거 보관대는 없지만 건물 마당(?)에 많이들 보관합니다. 마땅한 기둥이 없어서 주로 앞바퀴랑 프레임만 케이블로 매어서요. 근데 그렇게는 안될 것 같아요 ㅠ 다른 분들 건 연식이 좀 된 mtb스타일이라 덩치도 큰데 저의 미니벨로는 딱 보기에도 너무 새것인데다 작고 가벼워서 달랑 들어갈 수도 있겠네요. 
쓰다보니 점점 더 답이 없군요. 좀 좋아보이는 다른 건물 주차장에 몰래 매놓는 게 (cctv도 있을 것 같고) 제가 생각한 최선의 방책인데.

이전 것보다 좀 두껍고 강해보이는 케이블락을 샀습니다. 자전거를 사면서 4관절락을 같이 사려고 했더니 (숍에 없기도 했고) 점원 말이 그건 관절부분을 망치로 때리면 더 쉽게 풀린다는군요. 일단 다른 걸 사왔는데 그래도 최선의 안전장치가 4관절 락일까요. 윽. 

하지만 자전거를 사서 굉장히. 한강변에서 세 시간 타고 왔어요. 이름도 지었습니다 ("웬디") 쓰디쓴 전재산을 털어서 구입한 소중한 물건인데 도둑맞지 않고 한평생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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