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스포일러 많음)

2014.10.02 22:03

스위트블랙 조회 수:1897

프랭크에 대한 정보는 이전부터 꽤 들었으므로 주저않고 달려가 봤습니다.

잘 만들어진 아티스트에 대한 영화였어요. 아웃사이더와 창작가들은 이 영화를

보고 감정이입이 안될 수 없을 거예요. 

아무도 그들의 예술과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해 빌빌거리는 예술가들의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였어요. 그래도 그들은 그 안에서 나름 균형을 찾아가며 살아가고 있었어요.

존이 끼어들기 전까지는.

처음 존이 등장할 때부터 이 찌질한 녀석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죠. 직장까지 갖고 

있는 어른이 중2병 허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자니 불쾌해지더군요.

그리고 창작욕은 별로 없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 하나로 남보다 특별해지길... 아니,

유명해지길 바라던 존의 결말이 이렇게나마 끝난 것이 정말 다행이예요. 훌륭한 맺음말

이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으니. 어쩌면 실패한 존의 성장기인지도...

중간에 돈 꼬나박을 때, 빼도박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본전 이상 뽑을 각오까지 하겠구나

했는데, 그래도 존 역시 예인이었던 거군요. 

사실 그 정도 투자하고 잊는 일이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전 프랭크가 만든 모든 음악들이 싫습니다. 엔딩곡 하나만 제외하고 전부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아요. 클라라가 부르는 노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프랭크가 존의 노래를 부르려다가 너무 음악이 구려서 못부르겠다며 쓰러지는 장면은

백퍼 이해갑니다. 네, 유명세에 취해 구린 노래를 부르려다가는 주화입마 당하는 거예요.

억지로 후진 일 시키는거 죽어도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마지막에 프랭크의 단아하고 점잖은 중산층 분위기의 집에서 그의 부모들이 겪었을 고충이 

참 아련하게 다가오더군요. 노부부의 표정하며... 억누를 수 없는 아들의 재능과 기행들을

그래도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전 그 노부부의 표정이 마음에 남더군요.


자살해버린 돈 이야기를 하자면, 전 그가 녹음이 끝나고 자기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결코 될 수 없는 프랭크의 탈을 쓰고 죽음으로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프랭크에게

가까이 다가간 걸로 이해했어요. 그의 이루 말 할 수 없이 깊은 불행함.


클라라는 유일하게 프랭크의 음악을 온전히 이해하나 보더군요. 프랭크와 멤버들 사이의 통역

이기도 했던 것 같고요. 매력적인 여성이나 저는 무대 위에서만 보고 싶은 타입이예요. 아마도

서로 싫어해서 말도 안섞었을겁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트위터, 그들을 뮤지션이라기 보다 보기드문 괴짜라고 여기는 팔로워들, 

그것을 음악에 대한 관심이라도 오해했던 밴드 멤버들. 그리고 팬이라고 주장하면서 쉽게 

떠나는 사람들. 팔로워와 좋아요의 허상에 대해서도 잘 짚어줬어요. 


꼭 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극장에서 내리면 다운 받아서 보시라고 권할 만큼 좋은 영화였어요.

그러나... 저는 처음부터 프랭크가 천재적인 음악가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것이고, 그걸 가장 잘 표현하는 사람이 프랭크와 클라라 일 뿐. 

전, 허세에 찌든 망상가들이 몰락하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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