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콘서트를 다녀왔...;;

2012.04.01 23:25

로이배티 조회 수:2669

- keen님께 상세한 후기를 떠넘겼 부탁드렸으므로 그냥 대충 간단하게만... 이라는 생각이지만 당연히 또 길어지겠죠. 네, 그냥 긴 글입니다.


- 전철에서 내리니 역에서부터 이미 '나 콘서트 가요' 무리들이 득시글 득시글. 태어나서 이렇게 여성 성비가 높은 전철역은 처음이었습니다(...) 문 밖까지 길게 줄을 서 있었는 여자 화장실도 인상적이었구요. 그래도 공연장에 들어가니 가끔 남자들이 없진 않더라구요. 저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도 몇 분 봤습니다. 학부모님들...;

 그래서 처음엔 좀 어색해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차피 난 매일 출근하는 직장부터가 이렇잖아? 여학교 선생이 벌써 몇 년짼데? 그리고 금방 편안해졌습니다. ㅋ


- keen님을 만나서 인사 드리고 '맨손으로 앉아있긴 좀 썰렁하겠죠?' 라는 생각들을 하곤 야광봉이라도 사 보자고 둘러봤는데, 이게 또 공식과 비공식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아무리 돌아봐도 '공식'을 파는 곳은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 결과 '왜 우리 인피닛은 공식 야광봉 하나 없나효 ㅠㅜ'라는 글 몇 개를 확인하고 그냥 아무 야광봉이나 사 버렸습니다. 

 ...근데 티켓을 내고 입장하니 바로 그 '공식' 야광봉을 그냥 주더군요. 아효 돈 아까워. orz 이럴 거면 미리 공지라도 해 주지.


- 콘서트 시작 전 시간 때우기 용으로 대형 화면에서 뮤직비디오를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차례대로 틀어주고 있더군요. 재밌었던 건 그 당연하고도 식상할 뮤직비디오를 보며 자기들 좋아하는 멤버 얼굴이 나올 때마다 열광의 함성을 지르는 10대 팬들이었습니다. 그렇지. 그래야지. 그러려고 온 거니까. 암튼 그 열광 자체가 재밌었어요.


- 근데 생각해보니 아주아주 먼 옛날에 이 동네에 온 적이 있더라구요. 1995년 겨울 N.EX.T 콘서트(...) 체조 경기장인 줄 알았는데 방금 검색해보니 바로 옆에 있는 펜싱 경기장이었더군요. 그래서 또 기억이 났습니다. 바로 옆에서 더 큰 규모로 콘서트를 하는 팀이 있었거든요. 당시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 듀오 '더 블루'! 으하하.

 친구들이 몽땅 배신 때려서 혼자 줄 서 있다가 급 친해졌던 지방에서 상경한 누님들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실지. 바로 뒤에 서서 신해철의 가창력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던 교복 입은 여학생분들은 뭐 하고 사실지. 그냥 생각이 났습니다.


- 콘서트는 그냥 정시에 시작했습니다. 예의상(?) 10~20분은 늦어질 줄 알았는데 거의 정확하게 시작하더라구요. 유튜브에 올렸던 콘서트 홍보 영상이 풀버전으로 길게 나오면서 영상 속 내용과 이어지는 식으로 등장.



 이 영상의 매우 긴 버전이었습니다만... 뭐 충분히 짐작 가능하듯이 좀 오골오골. ㅋㅋㅋ 하지만 무대 반대편에서부터 미사일(...)이 날아가 무대 위의 컨테이너를 때리는 연출은 꽤 괜찮더군요.


- 곡 리스트를 다 적진 못 하겠고; 암튼 첫 곡은 '다시 돌아와' 였고 활동 곡과 비활동 곡들을 섞어서 보여주는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She's back, Nothing's over, Cover girl 같은 류의 상큼 발랄 곡들은 '정리하는 의미에서 막판 분위기 띄우기'로 후반에 몰아서 나오더군요. 덕택에 좀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 분들의 출세작 내꺼 하자는 마지막 바로 전에 불렀구요. 앵콜은 Julia와 하얀 고백이었습니다.


- 중간 중간에 뮤직드라마(...)를 찍어서 다음 무대 준비 시간을 벌고 또 그 내용에 따라 무대가 전개되고 했었는데. 결말은 어쩔 수 없이 오그라들긴 했지만 그 내용이 멤버들의 특성을 이용한 자학/가학 개그들이어서 볼만 했습니다. 특히 막내 성종군이 '성규 조용히해!!!' 라고 소리치는 장면엔 삶의 애환이 묻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웃음이;

 엘명수군이 출연중인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서 내용을 따 온 것인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곽정욱군이 우정 출연을 했는데, 전 '닥치고 꽃미남 밴드'는 안 보지만 이 분이 출연했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열심히 봤기 때문에 반가웠구요.


- 이런 아이돌 콘서트에서 가장 관심을 끌게 마련인 개인 무대는...

 1) 성규군은 피아노를 치며 신곡 발라드를 불렀는데 아무리 들어봐도 이건 넬 노래(...) 넬의 김종완처럼 되고 싶어서 울림 엔터를 찾았다가 아이돌이 되어 버린 개인사가 생각이 나서 왠지 좀 웃겼지만, 암튼 괜찮았구요.

 2) 성규군 팬들이 좋아하는 성규 솔로곡 Because는 뜬금 없게도(?) 동우군이 불렀는데. 성규군 팬들은 좀 아쉬웠을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노랠 꽤 하더군요. 목소리도 괜찮구요. 후렴의 고음 부분은 어쩔 수 없이 MR의 도움을 좀 받았지만 듣기 괜찮았습니다.

 3) 불쌍한 호야군은 특기인 춤에 노래를 곁들인 무대였는데... 초반에 마이크 선이 빠져 버리는 바람에 잠시 좀 헤맸습니다; 다행히도 총알처럼 핸드 마이크를 들고 달려온 스탭 덕에 수습이 되긴 했는데, 마이크가 바뀌어서 퍼포먼스를 제대로 보여주진 못 했죠. 그래도 막판의 이기광 미국춤(...) 덕분에 호응은 좋았습니다.

 4) 우현군은 젝스키스의 커플을 부르며 스탠딩 관객의 캠코더를 빼앗아 리프트를 타고 뱅뱅 돌며 셀카를 찍어 주는 팬서비스 무대를. 마침 또 제 동행분이 원조 젝키 광팬아니었겠습니까. 참으로 좋아하면서 '마지막에 안무 좀 틀렸어'라는 냉정한 지적도. ㅋㅋ 그리고 아이돌들이 자주 스페셜 무대용으로 써먹어서 그런지 그 노래 가살 많이들 알더군요. 제 옆에 앉았던 여중생들도 따라 부르고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5) 성열군은 Sexy Back을 했는데. 다른 멤버들에 비해 많이 어설프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 분은 요즘 그 어설픔 자체가 캐릭터라서.

 6) 명수군은 이승기의 연애 시대를 불렀습니다. 비주얼 담당 답게 꽃다발 들고 마지막에 오그라드는 멘트까지 치는 팬서비스 무대였는데, 중간에 성규군이 치고 올라와서 랩 피쳐링하는 부분만 기억에 남습니다. 뭐 그럴싸하던데요. 하하;

 7) 막내 성종군은 한국 아이돌 콘서트의 단골 소재... 여장하고 나와서 '성인식'을 불렀습니다; 것 참 정말 말랐더군요 이 분;;


- 그리고 몇 가지 그냥 대충 기억에 남는 것들은

 1) B.T.D 무대에서 다들 LED가 박힌 옷을 입고 나왔는데 동우군 옷에 불이 안 들어왔어요. LED를 강조하느라 조명도 거의 꺼진 상태였는데 덕택에 동우군은 무대 내내 닌자가 되어... orz 중간에 뒷쪽에 앉은 여학생들이 갑자기 '카메라 비켜!! 안 돼!!!!' 라고 고함을 지르길래 왜 그러나 했더니 바로 그 다음이 전갈춤. 다행히도 카메라가 비켜줬나봐요. '내가 이거 보려고 여길 온 건데!' 라면서 좋아하더군요.

 2) 초반엔 무대 양쪽 셋트 위에 밴드가 자리 잡아 연주를 깔면서 곡들도 살짝 락 버전 비스무리하게 편곡이 되어 나왔습니다. 그 밴드는 중반에 빠졌다가 후반에 다시 등장하더군요. 마지막 앵콜 곡이었던 하얀 고백 끝 부분을 무한 반복하면서 멤버들이 무대 이 쪽 저 쪽에서 인사할 시간을 벌어주던데, 괜찮았습니다. 서비스 영상으로 유튜브에 풀어줬음 좋겠어요.

 3) 역시 앵콜 무대에서 공연장 천장에 묶어 놓았던 노란색 풍선을 떨어뜨리고 멤버들이 그걸 객석쪽으로 날려주는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마침 제 좌석 쪽에 서 있었던 명수군. 풍선 하나를 들어 두 팔로 안고 진하게 키스-_-를 한 후 객석에 던져주더군요. 당연히도 그 풍선이 날아간 쪽은 아비규환. 지옥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그리고 역시 당연히도 명수군은 자기가 인기 많다는 걸 참 열심히 의식하고 열심히 행동해요. 하하.

 4) 앵콜 때 멤버들이 둘로 나뉘어서 이동 무대를 타고 공연장을 도는데, 마침 제가 있던 쪽으로 도는 이동 무대에 엘군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치 은혜 받아 성령 충만한 교회 누나들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가족분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나와서는 성종군이 맘에 들었다고 하면 내가 속을 것 같냐 이 얼빠야!!!! ;ㅁ;

 5) 사운드가 아주 좋았다고 하긴 힘들겠지만 체조 경기장이라는 걸 감안하면 괜찮았어요. 대형 콘서트는 잘 안 가 봤는데 16년전-_-에 찾았던 펜싱 경기장 N.EX.T 공연보단 훨씬 나았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나 소극장 공연들보단 못 했지만 공연장 규모와 장소의 특성을 생각하면 예상보단 좋았구요.

 6) 데뷔곡 제목과 후렴구 때문에 이 팀은 은퇴하는 그 날까지 앵콜 요청은 무조건 '돌아와~ 돌아와~'로 확정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그랬던 건지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딱 저 부분만 무한 반복하는데 좀 재밌기도 하고.

 7) 실물로 봤다고는 해도 '가까이서 봤다'라고 할 수 있는 건 막판 이동 무대 위의 명수, 성종, 성열 셋 뿐인데. 뭐 어쨌거나 이상하게 티비 화면으로 볼 때보다 공연장 대형 스크린 쪽이 잘 생겨 보이더군요. -_-;; 그간 또 외모가 업그레이드가 된 건지 뭔지. 왠지 동우군이 가장 '더 잘 생겨 보이'더라... 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그거야 뭐 제가 그 중에서 이 분을 좀 귀여워하는 편이라 그런 걸 거구요;

 8) 본인들 콘서트라 그런지 라이브가 다들 티비에서 볼 때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당연히 가끔은 춤을 덜 추면서 노래에 집중하기도 했는데 뭐 그것도 라이브 공연의 재미죠 뭐. 어차피 아무리 칼 군무 춰 봤자 제가 앉은 자리에선 개미만해 보였기 때문에... orz

 9) 거의 막바지에, 내꺼 하자 부르기 직전에 멤버들 소감 발표(?) 시간이 있었는데... 난데 없이 학생들 수련회 촛불 의식-_-시간 같은 음악이 흘러 나오며 슬픈 분위기를 잡고. 팬들은 노골적으로 눈물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울지 않으면 때릴 것 같은 분위기가; 다행히도 호야군과 성열군이 호쾌하게 울어줘서 다들 만족하는 해피 엔딩을 맞았... 긴 한데 좀 웃겼어요. '우리가 달래줄 수 있도록 울어줘!' 라는 듯한 느낌이라서. 콘서트 여러 번 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나중엔 눈물도 안 날 텐데 그 땐 팬들 정말 실망하겠어요. orz

 그래서 멤버들도 울려고 노력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좀 그렇긴 했는데. 성열군의 '제가 많이 부족하... 어흑;'은 왠지 진심인 것 같아서 애잔했...;;

 10) 현장에서 느낀 멤버별 인기도는 뭐 당연히 명수군이 압도적이었고 우현군도 만만치 않더군요. 우현군은 예능 담당으로 여기저기 계속 얼굴 비치더니 말빨이 좀 생겼는지 팀 내 MC처럼 항상 토크를 주도하는데... 뭐 무난하게 잘 했습니다.


- 암튼 뭐. 난생 처음 가 본 아이돌 콘서트였고 이 이전에 본 아이돌 무대라곤 kissing you 시절 소녀시대 무대를 홍대 앞에서 목격한 것 밖에 없어서 비교 대상은 없지만 그냥 괜찮은 콘서트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용도 충실했고 퍼포먼스도 충분히 훌륭했어요. 노래야 뭐 애초에 제가 이 팀에 관심 갖게 되었던 게 곡이 다 맘에 들어서였으니까. 본문에 적었듯이 진행 사고가 좀 있긴 했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았고 전체적인 짜임새는 괜찮았습니다.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 그래서 다음에 카라가 또 콘서트하면 그 땐 꼭 가려구요(!?)




+ 아 그리고 keen님은 미인이셨습니다. '삼촌'팬 아니시라능. <-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