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일어나 식사하고 눈치를 살살보다가 부모님께 투표하러 가겠다고 말하니 두분 중 한 분이 따라 나서십니다. 어제만 해도 니 말 듣고 투표했더만 별로 나아지는 것도 없더라며 제 전투력을 깎아내리시던 아버지께서 그래도 하기는 해야겠지 하시면서 외투 입으시는데 조금 울컥, 울먹했습니다. 제가 지지하는 정당을 찍으실 리는 없지만 말이죠.

어머니께서는 아마 오늘이 다 가더라도 안하실 것 같아요. 대선까지는 어떤 당이 되었든 어머니도 내켜서 투표하실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는 누군가가 있길 바랍니다. 아침 뉴스 보시면서 문재인 잘 생겼네, 심지어 목소리도 좋구나 하신 거 보면 대선 때 어머니를 움직일 누군가는 아마도 문재인씨가 될 것 같긴 합니다.

2. 다들 대구는 당연히 누구네 땅 이라고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대구라고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심지어 기초의원 중에는 진보신당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도 있지요. 이 곳 대구에서도 변화를 향한 움직임은 더디지만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구에도 박빙지역은 있습니다. 누군가는 대구의 강남이라고 부르는 수성갑 지역구인데요. 새누리당의 이한구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김부겸 후보가 오차 범위 내의 접전을 벌이고 있어요. 대구에서 유망한 야권인사가 후보로 나온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대구의 강남 수성갑에서 여권과 야권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지게 되겠죠. 정체되어 있는 이곳 대구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되는 정치가 만들어지길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이 글이 선거법에 위반될만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무서워요.ㅠㅠ)

3. 저녁 못들어온 사이에 다문화에 대한 대담한 글이 올라왔더군요. 읽어보고 어제 듀게에 안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실시간으로 봤다면 불타올랐을 거에요.

다문화에 대해서는... 싫다던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던가 그런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이미 싫든 좋든 말이죠, 존재하는 사람들이거든요. 당장 저희집만해도 친척 중 다문화가정이 있어요. 숙모님이 중국분이신데 지금은 국적을 취득하셨고, 사촌아이들도 벌써 중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사촌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픈게 교육을 위해 서울로 유학을 갔다가 다들 돌아왔어요. 무심한 선생님 덕에 혼혈이라는 게 알려져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어두운 얼굴로 그 이야기를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 혼이 났습니다.

친척 덕에 관심이 생겨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경기도권 농촌지역의 다문화가정 출신 아이들 비율이 10%가 훌쩍 넘어섰더군요.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이 친구들이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으로서 사회에 진입할 때까지 말이죠. 농촌 농장만 가봐도 그렇고 공장지역만 가도 그렇고 이주노동자 분들의 수는 상당합니다. 그리고 그 분들은 한국의 양질의 일자리를 넘보고 있는 게 아니죠. 불법체류든 연수생이든 한국경제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저임금 노동을 메워주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을 거에요.

누군가 돈많고 똑똑한 외국인이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친가에 놀러갔다 그곳 농장에서 일하시는 동남아지역 출신 노동자분을 만났습니다. 저희 영어로 대화를 했어요, 한국어는 서툴러도 영어는 유창하시더군요. 본국에서 석사과정 밟다가 들어오셨다고 하더라구요. 집안에 환자가 생겼는데 속편하게 공부 계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이 분은 돈은 없지만 똑똑한 분이죠. 그래도 어느 분에게는 배척해야할 외국인이겠지만요.

이미 배척하는 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외국인들이 인입되는 두 경로, 결혼 이주와 저임금 노동 이 두 문제는 앞으로로 계속될 거라고 봐요. 그렇다면 없는 사람 취급하며 배척할 것이 아니라 유입을 인정하고 공생할 길을 찾는게 다음 수순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쏟아져 나오는 다문화 정책들 어찌보면 늦었어요. 제대로 할 거였다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유의미한 숫자가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만들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그 글들을 아침에 읽어보며 사촌들에게 문자라도 넣어볼까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가 그만두고 듀게에 글을 올리네요. 그 친구들이 온전히 시민권을 획득하고 혼혈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경험을 다시는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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