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믿어보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네요. 요즘들어 유독 그래요. 날로 의심만 깊어지고 불신은 쌓여가고. 쌓아온 시간들이 탄탄한 사람들에게야 아직은 (적어도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 무슨 일을 저지르든 그게 나쁜 의도는 아니였을 거라는) 믿음들이 굳건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들이 점점 더 길어져가는 걸 느껴요.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들도 길어지죠. 하지만 그 사람을 어떤 의심도 없이 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보다도 훨씬 더 길어졌어요. 아이러니한 건, 실망은 훨씬 더 쉬워졌다는 거죠. 더 힘들게 갖게된 믿음인데도 말이에요.

재고 따지고, 믿질 못해 의심하고 실망하고. 끝까지 경계를 못 늦추다 찰라에 '역시나' 하곤 휙 돌아서고야 마는 일들이 잦아졌다는 걸 오늘에서야 문득 깨닫곤 정말 슬퍼졌어요. 예전엔 정말 쉽게 믿고 절대 쉽게 실망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반성이 많이 됩니다. 지금껏 받은 상처들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 변명하기엔 제가 그들에게 준 상처들도 결코 가볍지 않죠. 제가 받았다는 상처들 또한 제 스스로 할퀴고 헤집은 적이 너무나 많고요. 뭐가 그리 두려워 가벼운 손짓 하나에도 흠칫 놀라 발톱을 잔뜩 세우곤 으르렁대며 살았는지. 남의 눈에 눈물내면 내 눈에선 피눈물이 나는 법이라는 말을 이제야 곱씹게 됩니다.

그런데도, 변하는 건 없을지도요. 그게 가장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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