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시에 플랫메이트와

2012.06.18 08:45

열아홉구님 조회 수:2238

크게 싸웠다기 보다는 불편한 대화를 길게 했습니다.


플랫 메이트(이하 룸메)가 청소를 안해요. 그리고 저는 집주인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원래 세입자에게 작은 이야기를 해도

크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학생이기 때문에 볼 시간이 한밤 중-오후 1시경(그 친구는 아침이라고 부름)

얼굴을 볼 때마다 ~해라, ~하지마라 라는 이야기를 하면

더 방어적으로 행동하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청소 등의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나

기억해야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할때는 말보다 메모를 선호합니다.


화장실과 욕실 청소는 저는 이틀에 한번, 가능하면 매일 합니다. 

그렇게 약속도 했고, 청소와 소독하는 법을 게시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청소를 저 혼자 하고, 그 친구가 애인을 데려와 거의 같이 살고 있는 바람에

청소양이 너무 많은 겁니다.

어차피 세입자에게 큰 건 안 바라니 

<청소는 내가 자주 할테니 머리를 말리고 나오는 머리카락만 치워달라>고 메모를 남기고

냉장고 온도를 계속 높여놔서 제 음식이 다 쉬어버리길래 온도를 낮게 유지해달라고 메모를 남겼습니다. 

혹시 온도를 높여야하는 이유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당부를 더했고요.


그랬다가 밤 11시에 들어온 룸메가 황소의 똥을 두시간 동안 시전하고 갔네요-0-


룸메: 난 화장실 청소를 자주 한다. 5일 전에 했다.

-이틀에 한번 하는 게 약속이지 않나. 청소는 내가 다 할 수 있는데 머리카락만 보이는 대로 치워달라.

룸메: 두달 전에도 청소 했는데 화장실 더러웠다. 내가 보기엔 너도 청소를 안 한다.

-난 되도록이면 이틀에 한번은 하는데 그것 봐라. 화장실은 빨리 더러워진다.

룸메: 내가 청소를 그 전에 한 건 두달 전 화장실이 완전 까맸다. (바보같이 왜 이런 걸 고백하는 걸까요?)

-그건 손님들이 신발을 신어서 그런 거니까 우린 자주 청소를 해야한다.

룸메: 내 잘못이 아니라 손님들 잘못이다. (하지만 실내에서 신발신는 손님은 룸메의 손님들뿐....)


이 부분에서 제가 그렇지? 신발 신는 손님때문이야. 한 다음에 작년부터 솔직히 몇번 했니?^^ 

머리 어디서 말리니? 하고 물어보고 나니 갑자기 멘붕을 시작하더니

저보고 메모는 일방적인 소통이라 저는 독재자고

얼마전에 아침에 굿모닝했더니 제가 대답을 안했다고 본인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비난

포커스를 메모의 비인간성으로 돌려서 두시간 동안 난리를 치고 갔습니다.

저는 계속 왜 메모를 남긴 건지 설명했고요. 메모는 물론 다른 동거인들에게도 해당되는 거고,

얼굴 볼때마다 지적을 하면 서로 많이 피곤할 거라고 계속 같은 설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멘붕멘붕...


룸메: 냉장고에 야채가 얼어서 온도를 높였다.

-어디다 뒀는데? 원래 야채칸이 제일 온도가 높아서 안 얼고 윗칸은 얼 수 있다.

룸메: 아니다! 야채칸이 제일 차갑다! 내 오이가 얼었다!

f워드 섞어가며 우기고 저에게 욕을 쏟아내기 시작. 

제가 칸마다 보관하는 음식과 온도가 다르다는 것과

식중독균 감염 예방을 위한 이유도 있다고 이야기하니까 멘붕하여 

온도를 낮춰두는 걸 보니 너는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맹비난.


여기가 1시간 까진데요 

결론적으로

저는 독재자고요 

환경 막 파괴하고요

저 때문에 앞으로 지구는 망할 거래요

그리고 포스트잇으로 종이 낭비해서

제가 밀림 다 죽인대요 ㅠㅠ


결국 이야기가 나오다 나오다 그동안 부순 컵 다수, 접시 다수, 후라이팬 두개, 믹서, 기타 물품들(변상한다고 하고 안 했고 저도 요구 안 했음)

까지 이야기가 나오니 믹서 같은 건 딱 한번 부순 거니까 괜찮은 거랍니다.


룸메: 나는 물건 부서지고 그런 사소한 거에 신경 안 쓰는데 신경 쓰는 니가 문제 아니냐.

-내 돈 주고 산 내 물건이라 신경이 쓰이는 거란다.


그랬더니 들고 있던 컵 던지려 함. 이 컵은 지금 깨면 처음 깨는 건데 처음 깬 거 가지고 뭐라고 할 거냐고.

아놔 이거 결혼하면서 처음 장만한 물컵이야 더이상 깨지마 ㅜㅜ

그래서 더 이상 나온 이야기는 저거보다 더욱 수준 낮아서 소개를 차마 못 하겠네요. ㅜㅜ


암튼 한밤 중에 두시간 맹비난을 들었네요.

나이 어린 애가 자존심 상해서 이기고 싶은 건 알겠는데

디아블로 결제해서 악마를 이기지 왜 나를 이기려해...

내일 본인이 억울한 거 저녁에 와서 다 말하겠다면서

자긴 일주일에 한번 자기 방을 청소한다고(공동공간 청소랄 니 방이랑 무슨 상관이야?!)

억울하다고 내일 보자며(...) 갔습니다.


학생이고 마지막 달이라 

10만원만 부담시키려고 한 90만원 가스비를 사이좋게 나눠내야 겠네요.

그리고 전 잠을 줄이고 알바를 뛰어서라도 일이 없음 밥을 굶어서라도 비용을 아끼지

룸메는 안 받으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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