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와 도움의 차이

2020.07.18 16:28

안유미 조회 수:353


 1.세상은 돈이 전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고방식을 내가 굳이 고쳐 주고 싶지는 않아요. 어차피 돈이면 다 된다 라는 생각...그런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니까요.



 2.하지만 글쎄요. 내 생각에는 '세상은 돈이 전부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기도 해요. 아직은 행복한 시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인거죠. 자신의 시야, 자신의 인식 안에서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 사람이 어느날 '휴 알고보니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었어.'라고 말하는 날이 온다면? 그 사람의 친구들, 주위 사람들은 반가워하고 기뻐하겠죠. '짜식 드디어 정신 좀 차렸구나!' '이제야 좀 철이 들었구나!'라면서요.



 3.그러나...그 사람이 정말로 좋아진 거고 철이 든 걸까요? 내 생각엔 글쎄올시다예요. 그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된 것 뿐이지 스스로의 관점으로 보면 그냥 약해진 거니까요. 에너지도 많이 잃고 넘치던 욕망도 줄어들어 버리고 자신확신과 교만함, 자의식이 깎여나갔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 되어버린 거예요.


 약한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남이 보기엔 좋은 사람, 상냥한 사람이 된 것 처럼 보이겠지만...냉정히 생각해보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거죠. 정신을 차리거나 철이 들어버리면 무조건 행복하기는 힘들어요.



 4.휴.

 


 5.그야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더라도, 여전히 돈은 최고이긴 해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전부가 될 수 없을 뿐이지 돈은 여전히 최고이긴 하니까요. 그러나 그 점에서...나이가 들면 슬픈 거예요.


 어렸을 때는 돈의 용도가 그렇거든요. 남에게 자랑하고, 남에게 으스대고, 질투를 유발하게 만드는 데 쓰이죠. 그리고 그런 돈은 사실 많지 않아도 돼요. 어중간한 돈만 있어도 남을 조롱하고 기죽이는 건 충분하니까요. 남의 기를 죽이거나 폼잡는 것은 부자가 아니라 부자 행세만 할 수 있으면 충분하거든요.



 6.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마음이 약해지고...모질지 못하게 돼요. 남을 기죽이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니라 괜히 남을 돕고 싶어지죠. 그리고 그렇게 되어보면 알게 돼요. 사실은...돈이 너무 적다는 걸 말이죠. 돈이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말이예요.


 왜냐면 부자 행세를 하는 것과 진짜 부자인 건 차원이 다른 일이거든요. 그리고 남을 도울 수 있으려면 진짜 부자여야 하는 거고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데는 돈이 많이 필요없지만 다른 사람의 처지를 나아지게 만들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7.그리고 자기자신을 위해 돈을 쓸 때는 거래만 잘 하면 돼요. 내가 돈을 쓰는 만큼 돌아오는 게 있으면 쉽게 돈을 쓸 수 있죠.


 그러나 남을 위해서 돈을 쓸 때는 계산이 아니라 각오를 해야 해요. 왜냐면 '남에게 투자한다'라고 생각하면서 돈을 써봐야 절대 그만큼 돌아오는 게 없거든요. 그냥 도와준다고 생각하면서 돈을 써야 하죠. 그리고 이 도움...이 지출에 기대한 반응이 돌아오지 않아도...설령 기분나쁘고 엿같은 반응이 돌아와도 그냥 그런가보다 해야 하는 거예요. 


 내가 너를 위해 도움을 줬으니까 네가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거나, 최소한 감사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라...라고 기대하면 안된다는 거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대개 밑빠진 독이 되어버린 상태인 경우도 많거든요. 그리고 문제는, 밑빠진 독이 밑빠진 독인지 아닌지 알려면 물을 부어봐야 한다는 거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때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고 그냥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는 마음으로 도와줘야 하는 거예요.





 -----------------------------------





 그래서 남을 돕는 일은 마음 다스리기가 정말 힘들어요.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쓸 때는 물건이 허접하거나 서비스가 허접하면 화가 나잖아요? 딱 하루...딱 한번만 그런 일이 일어나도 기분나쁜 법이예요. 딱 한번만 그래도, 가서 항의하거나 환불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인 보통 사람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가 엄청나게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거나 여유로울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두세명 도와주다가 실망하고 나가떨어지게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머리 검은 짐승들은 도와 봤자 소용이 없더라고!'라는 소리나 지껄이게 될 거거든요. 남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접고 쓸데없어 보이는 지출...출혈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가능한 거죠.


 남에게 과시하는 건 싸지만 남을 돕는 건 절대로 싼값이 아닌 거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11124
113881 ‘100명 규모’ 믿었다 [3] 사팍 2020.08.19 833
113880 미분귀신을 만나서 [5] 어디로갈까 2020.08.19 589
113879 헬보이 리부트, 기대(?)보다는 괜찮았지만 [1] 노리 2020.08.18 278
113878 호텔 행사 또 줄줄이 취소 되네요 신천지 교훈을 잊었는지? [3] 하아 2020.08.18 998
113877 저는 지금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다운로드 중입니다. [3] Lunagazer 2020.08.18 343
113876 오늘의 잡담...(거짓말과 대중의 속성) [2] 안유미 2020.08.18 412
113875 [조국 기사 펌]검찰이 유도하고 조장한 "고대논문 제출" 허위 보도 [48] 집중30분 2020.08.18 1216
113874 남산의 부장들을 넷플릭스에서 보았습니다 [13] Sonny 2020.08.18 931
113873 You 1 시즌 [6] daviddain 2020.08.18 288
11387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0.08.18 473
113871 두사람 누구일까요 [7] 가끔영화 2020.08.18 336
113870 (바낭) 전광훈의 꽃놀이패 [8] 가라 2020.08.18 1001
113869 [영화바낭] 올해 나온 블룸하우스 영화 헌트(The Hunt)를 재밌게 봤어요 [8] 로이배티 2020.08.18 412
113868 대물, 복학왕, 지은이, 현실 [41] 겨자 2020.08.18 1482
113867 이토준지의 인간실격 보신 분? [3] 하워드휴즈 2020.08.18 484
113866 [넷플릭스바낭] 그동안 열심히 보던 '리타'의 마지막 시즌을 끝냈어요 [8] 로이배티 2020.08.17 376
113865 잡담...(생일파티의 목적) [1] 안유미 2020.08.17 341
113864 주말 [4] daviddain 2020.08.17 378
113863 어디 안나가고 집에만 있습니다 [6] 예상수 2020.08.17 819
113862 내용 펑 합니다. [32] 하워드휴즈 2020.08.17 18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