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튜버든 연예인이든, 가장 유명해지는 순간은 추락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 김구라가 '내가 검색어 1위 하려면 좋은 일로는 불가능하다. 음주운전도 아니고 음주 뺑소니 정도는 저질러야 한다.'라고 자조했듯이요. 평소에 자신의 일을 아무리 잘 해도 잘 되는 시기보다 몰락하는 순간이 더욱 화제가 되는 거예요.



 2.이번 논란을 알고 나서 유튜버(였던?) 오가나라는 사람의 유튜브를 가봤어요. 그를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의외로 오래 된 유튜버고 그 전부터 sns활동을 해왔더군요. 그리고 오가나는 오르가닉을 변주한 단어이거나 멋진 뜻이 담긴 한자어인 줄 알았는데 진짜 이름이더라고요.


 댓글창을 보니 역시...일정 시기를 기점으로 온통 까는 댓글밖에 없더군요. 오가나가 사기꾼인 건 사기꾼이라고 쳐도, 한 명의 사람이 이렇게 전방위적인 공격을 버텨내는 게 가능한 것일까...궁금해지는 댓글창이었어요. 오가나의 입장에서는 마치 나라 전체가 자기 얼굴을 아는 것 같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비웃는 느낌이겠죠. 


 시기에 따라 댓글의 낙차가 너무 큰 게, 오래 전에 써진 댓글은 온통 찬양 일색이고 최근에 써진 댓글은 온통 비웃음과 모욕뿐이던데...흠. 차라리 오래 전부터도 '이놈 되게 수상한데'라는 의혹이 있었다면 나을 것 같은데 이전에 써진 건 몽땅 찬양일색이고 최근에 써진 건 몽땅 비웃음이라...좀 안쓰럽긴 하더라고요. 그야 벌을 받을 게 있으면 법적으로 벌을 받고 욕도 좀 먹는 게 맞겠지만, 이렇게 벌떼처럼 한번에 달려들어서 공격하는 건...한 명의 사람이 버텨낼 수 있을까 안쓰럽긴 해요. 


 

 3.영상을 몇 개 봤는데 생각한 것처럼 심하진 않았어요. 그동안 돈자랑과 졸부코스프레하던 놈들에 비하면 매우 얌전하더라고요. 물론 허세+안 좋은 타이밍에 터지는 돈자랑 콤보는 어색하긴 했지만...어쨌든 전문직이라는 근본이 있어서인지, 그동안 본 사기꾼들보다는 신사적이고 점잖은 편이더군요.


 하지만 그래봐야 일반 대중들이 오가나를 곱게 볼 리는 없겠죠. 지금은 그의 유튜브에서 영상이 거의 삭제되어서 어떤것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재벌 행세를 했다고 해요. 이건 어느 순간부터 그의 선택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죠.



 4.휴.


 

 5.왜냐면 그래요. 전에 썼듯이 거짓말이라는 건 한번 하기 시작하면 구렁텅이에 빠져 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되거든요. 일정 이상의 거짓말이 쌓여 버리면?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하도록 '몰아붙여'지고 말죠.


 거짓말을 처음 할 때는 본인의 선택이예요. 어느 정도의 거짓말을 할지 언제 거짓말을 할지 어떤 거짓말을 할지 본인이 선택해서 말할 수 있죠. 그러나 말이라는 건 입밖에 내놓는 순간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걸 들은 사람들의 것이 되어버려요. 


 처음에는 '이 정도는 양념 좀 치는 건데 뭐 어때. 이건 거짓말도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그걸 세상에 내놓으면? 어느 순간부터는 한 마디의 거짓말이 한 번의 거짓말이 아니게 돼요. 그 거짓말은 마치 메아리처럼 반사되어 자신에게 끊임없이 돌아오고, 그 때마다 그걸 무마하고 받아치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거죠.


 

 6.그래도 초기에는 그 거짓말을 폭로할 수 있는 권한이 자신에게 있어요. 그리고 아직 그럴 수 있을 때 스스로 자신을 규탄해야만 하죠. '제길 미안해! 처음엔 허세 좀 부리려고 한건데 일이 이렇게 됐네.'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좀 쪽팔리고 적은 피해보상으로 끝나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시기도 지나가버리면 더이상 자기자신을 스스로 폭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요. 호랑이 등에서 뛰어내릴 수 있던 기회가 날아가 버리는 거죠. 그 지경이 되면 거짓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물론 언젠가는 그게 들킬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거짓말이 들키면 끝장인 상황'이 되어버린 뒤에는 자기자신이 스스로를 찌를 수는 없는 거죠.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살다가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폭로되길 기다리는 수밖에요.


 

 7.한데 허세컨텐츠로 유튜브를 하다보면 결국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게 돼요. 유튜브를 안 하면 몰라도 유튜브를 계속 하는 이상, 전투력을 인플레시켜야 하잖아요? 드래곤 볼에서 크리링도 지구정도는 손쉽게 부술 수 있지만 드래곤 볼을 보는 독자들은 아무도 크리링을 인정하지 않죠. 


 유튜브도 그거랑 비슷해요. 한때는 롤렉스 차고 벤츠s500정도만 몰아도 사람들이 우와 했겠지만 이제는 시계는 파텍 필립, 스포츠카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정도를 몰아야 사람들이 보러 와주니까요. 롤렉스 차고 벤츠 몰고 있으면 댓글창에 '카걸은 롤스로이스 타던데 ㅋㅋ.'같은 리플이나 달리니까요. 


 그러면 둘 중 하나예요. 허세유튜브를 접던가 아니면 어디서 끌어오든 협찬을 받든, 더 많고 더 비싼 스포츠카와 부동산을 유튜브에 과시해야 하는 거죠. 그 스포츠카나 부동산이 자기 것이 아니어도 자기 거라고 뻥치면서요.



 8.여기서 오가나의 문제는...그는 카걸보다도 더 심하게 망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오가나 같이 여러가지를 벌려 놓고 사업체도 있는 사람은, 비유하자면 비오는 사막을 걸어가는 거랑 비슷하거든요. 물 공급만 계속될 수 있다면 사막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현금흐름이 한번 끊기는 순간 사막에 내리던 비가 그치는 것과도 같은 거죠. 


 현금흐름이 끊기는 순간 말 그대로, 물통 하나 없이 해가 쨍쨍 비치는 사막 위에 홀로 남겨지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사실 카걸은 망할 것도 없어요. 원래부터 가진 게 별로 없었으니 유튜브를 접어도 원래 인생으로 돌아가는 거죠.


 하지만 무언가를 벌려놓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나가는 인건비...임대료...판촉비 같은 것만으로도 한 달에 돈이 뭉텅이로 깎여나가니까요.  



 9.여기서 군중들이 참 사악하다고 느끼는 게, 이미 사람들은 카걸에겐 관심이 없더라고요. 왜냐면 카걸을 더이상 망하게 할 수 없다는 걸 다들 아니까요. 인터넷 대중들은 지금 오가나를 더욱 더 망하게 하려고 계속해서 두들겨대는 중이예요.


 인터넷 사람들이 하는 걸 보면 이걸로 끝내지 않고 오가나가 의사 면허도 잃고 검찰 조사도 받고 실형까지 살기를 바라며 계속 두들겨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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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사기꾼들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예요. 오가나든 아니면 카걸이든, 그들은 처음부터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속이려고 한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거짓말이란 게 점입가경이 되어버리는 건 계속해서 그들을 몰아붙인 환경 탓도 있다는 거예요. 거짓말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되거든요. 자신이 더이상 거짓말을 멈출 수 없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버렸다는 걸 말이죠.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사기꾼들에 대한 게 아니예요. 어차피 걔네들은 환상을 쫓은 인간들일 뿐이니까요. 


 내가 눈여겨 보는 건 대중들의 속성이예요. 그들은 자신들이 꽃가마에 태워준 사람을 멀리 높이 보내주다가도 어느 순간...조금 삔또가 상하면 그 꽃가마를 100층에서 내던져 버리는 거죠. 그리고 끝장날 때까지 돌팔매질을 하고요. 


 이번 건에서야 누구의 잘못이 큰지 명백하죠. 그 유튜버들이 먼저 대중을 속이려고 다가갔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케이스들...인기인과 대중의 손바닥이 맞아서 박수소리가 나는 일들에서도 그렇거든요. 대중들이 마음만 먹으면 꽃가마를 태워 주다가도 꽃가마를 불태워 버리곤 하니까요. 자신의 명운을 지나치게 대중들에게 맡겨버리는 비즈니스는 꽤나 위험한 거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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