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모던 러브, 더 퀸 단평

2019.11.30 17:00

겨자 조회 수:615

1. 모던 러브 

아마존 오리지널 시리즈 '모던 러브'입니다. 원래 '모던 러브'는 뉴욕타임즈 코너 이름이예요. 팟캐스트도 있다 하는데 들어보진 않았습니다. 이 코너는 '현대이기 때문에 생기는 사랑 이야기'가 주제입니다. 예를 들어 정자를 기부한 남자가 자기 자식들을 찾았는데, 자기 자식들을 낳아준 여자와 연애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예요. 


아마존 '모던 러브'의 첫 에피소드는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하는 문지기 (도어맨) 이야기입니다. 매기는 도어맨이 있는 뉴욕의 아파트에 사는 독신여성이예요. 남자친구들을 데리고 올 때마다 도어맨은 "걔는 아냐" 이런 얼굴표정을 짓습니다. 어느날 잘생긴 영국남자를 만난 매기는 도어맨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와 잡니다. 그리고 바로 임신하는데 남자는 책임지지 않고 그냥 자기 삶을 살아요. 도어맨의 도움으로 매기는 딸을 낳고 점점 성장하죠. 


모던한 이야기죠. 아버지 상 (father figure)과 생물학적 아버지가 같이 가지 않는. 생물학적 아버지가 사회적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데, 사회적 아버지 역할을 하겠다는 남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한 여자의 아버지이자 한 아이의 할아버지가 되는 거죠. 깔끔하게 끝나는 좋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뉴욕에서 80년대 렌트비를 내면서 도어맨이 있는 아파트에 사는, 책 평론가로 먹고 사는 팔자 좋은 인텔리의 인생이 그렇게 흥미롭지는 않아요. 편집장이 되어 스모그 가득한 LA로 이사가야한다는 게 갈등도 아니고, 잘생긴 남자들이 차례로 인생에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 누구를 골라야할 지 몰라 얼굴에 망설임 가득하다는 게 고민이 될 수도 없고. 모던하긴 한데 절실하진 않아요. 


2. 더 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퀸'은 회를 거듭해갈 수록 몰락해가는 영국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계의 패권은 미국으로 넘어갔고 영국의 힘은 점점 더 쇠퇴합니다. 뭘 느끼라고 만든 시리즈인지 모르겠는데 저는 "왕족/귀족/기득권이 저 모양이라서 영국이 저렇게 쇠락한 거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득권들은 단물 빨아먹느라 제정신 못차리고 있고 민중들의 목소리는 그 사람들 귀에 들리지 않아요. 처음에 저는 이 시리즈가 '토지'처럼 최서희 보라고 만든 시리즈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큰 살림 꾸리는 사람의 고뇌를 보여주려는 거라고.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은 살림을 꾸리지 않죠. 나라가 기울어 가는데 에든버러 공작이 중년의 위기를 겪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4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1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56
125346 “배현진, 남일 같지 않아”…이수정 떨게 한 ‘협박 쪽지’ [2] ND 2024.01.27 526
125345 [영화바낭] 20세기의 가난한 사이버펑크, '네메시스'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1.27 332
125344 클롭이 리버풀 떠나네요 [5] daviddain 2024.01.26 162
125343 프레임드 #686 [4] Lunagazer 2024.01.26 74
125342 AI시대의 반골기질 & 어느정도까지가 약속대련일까.... [3] 왜냐하면 2024.01.26 402
125341 내일 오후 1시 30분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마지막으로 상영되는 미지의 걸작, 마누엘라 세라의 <사물의 움직임> 초강추! ^^ [2] crumley 2024.01.26 240
125340 [핵바낭] 또 아무 맥락 & 의미 없는 일상 잡담 [22] 로이배티 2024.01.26 577
125339 내일 공개될 황야를 미리 보고 상수 2024.01.25 330
125338 슈퍼 마리오 형제를 봤어요 [1] 돌도끼 2024.01.25 192
125337 문학전집 여주인공 삽화/삼성당 [2] 김전일 2024.01.25 219
125336 장혜영‧류호정‧박지현이 연출한 '이준석 축사' 부조리극 [5] ND 2024.01.25 591
125335 프레임드 #685 [5] Lunagazer 2024.01.25 61
125334 지옥에서 온 사무라이 흡혈귀 폭주족 [2] 돌도끼 2024.01.25 163
125333 땅위의 에어울프? [6] 돌도끼 2024.01.25 229
125332 에어울프 vs 미그기 돌도끼 2024.01.25 128
125331 뜨거운 영화와 차가운 영화를 연달아보기 [2] Sonny 2024.01.25 298
125330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4.01.25 493
125329 인디아나 존스와 아틀란티스의 운명 음악 돌도끼 2024.01.24 105
125328 [영화바낭] 공포의 그 시절 자막, '나이트 크리프스'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1.24 230
125327 프레임드 #684 [4] Lunagazer 2024.01.24 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