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씨름의 희열. 어제 첫방을 했는데, 요즘의 유튜브 화제 선수들을 중심으로 씨름을 부흥시켜 보고자 하는 열의가 느껴졌어요. 음악도 괜찮고, 편집도 공들인 것 같더라고요.

과거 씨름의 인기도 당시 씨름계의 꽃미남이었던 이만기 선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게 큰 것으로 아는데.. 화제 선수들을 통한 마케팅도 나쁘지 않은 방법 같습니다.

씨름 경기를 자세히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기술적인 면 이전에 우선 원초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게 상당한 매력 같았어요.

당연히 팬티 한 장 입고 하는 운동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복장적인 면 외에도 선수끼리 서로 거리를 두고 하는 경기와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선수들은 상체도 좋지만 특히 하체를 엄청 발달시킨 체형인 게 인상적이고요.

경기 시작 전 샅바 잘 잡기 싸움부터 이미 시합이 시작된거나 마찬가지인데, 이 때 맨 몸을 맞댄 채 서로 어깨와 샅바를 유리하게 하려고 힘껏 밀고 당기는 모습은 마치 사람 버전 소싸움을 보는 것 같았어요. 

샅바 싸움이 워낙 치열해서인지 심판이 반말로 뭐라고 계속 지시를 하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홍샅바 허리 들어줘라. 팔 펴라. 낮춰라. 오른 다리 나와야 된다.

샅바 잡기로 긴장감을 고조시킨 뒤의 본 경기는 생각보다 순식간에 끝이 나요. 경량급 선수들이라 그런지 몇 초 안에 두세개의 기술이 후다닥 나왔어요. 아직은 리플레이로 보면서 설명을 들어야 무슨 상황인지 알겠더군요.   

가장 화제 선수 중 한 명인 황찬섭 선수는 여진구 닮은 걸로 유명하던데.. 저는 나른한 눈이 왠지 차이밍량 감독의 단짝 이강생 배우가 자꾸 생각이 났어요.

첫회를 재밌게 봐서 아마 다음주에도 볼 것 같네요.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헐리우드 대작전. 전작을 뒤늦게 너무 재미있게 봐서, 1시간도 안되는 스핀오프 버전인 걸 알지만 개봉 소식을 듣고서는 최대한 재빨리 봤어요.

전작과 별도의 작품으로 본다면 솔직히 황당할 수 있겠고, 전작 팬들을 위해 좀 길게 정성스럽게 만든 팬서비스 영상 같은 느낌이었어요. 나중에 천천히 다운받아 보시면 될 듯. 

영화에 대한 영화다 보니, 작품 자체 보다는 오히려 영화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는 GV가 더 재밌었을 것 같더군요. 더 많아진 좀비와 마오의 활약, 퐁 앤드 퐁!을 볼 수 있습니다.



- 펄프픽션과 킬빌1. 타란티노 영화는 분명 취향이 아닐 것 같았지만, 바람직한 시네필이 되고자(?) 마음 먹고 두 편을 봤습니다. 펄프픽션은 볼 때는 그냥 그랬는데, 보고 나서 곱씹을 수록 참 재미있고 영리한 작품 같았어요. 황당한 장면들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 존 트라볼타가 죽는 장면이 중간에 갑자기 나오고, 사무엘 잭슨과 나란히 식당 나서는 장면을 마지막에 배치한 건 가장 여운이 남았어요. 피가 난무하는 수위 높은 유머에는 결국 적응이 안됐지만.. 이 영화에 대한 호감의 9할은 사무엘 잭슨 때문일 듯 하네요.

옛날 버전의 자막은 쿼터 파운드를 15파운드로 번역한 건 그렇다 쳐도, 주류 판매상이 주로 베트남인, 한국인이라는 부분을 왜 베트남인, 일본인, 한국인으로 번역했는지 모르겠어요.

여하튼 진짜 제목처럼 펄프픽션 답구나 생각했는데, 킬빌1을 보고 나니 펄프픽션은 갑자기 고급진 영화 유산으로 위대하게 격상되어 다가오더군요.. 킬빌이 워낙 대놓고 쌈마이 B급 스타일이라..

영화 순서 상 첫번째로 복수 당한 버니타 그린은 죽을 만했어요. 애 간식 뒤에다 총을 숨겨서 쏘다니 비겁한 Bitch.. 사지가 절단되고 목이 따이는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신 희극지왕'이 생각이 나더군요. 백설공주가 피의 복수를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건 '폭력의 미학'이라구! 장첸 감독에게 바치는 거야! 그러다가 뱃속에서 내장 대신 케찹을 뭍힌 줄줄이 비엔나가 막 나와요. 사실 이건 명절 개봉용 영화야.. 비지니스는 복잡한 거라구! 하지만 타란티노는 그런 배려 따위 안 한다..   

전혀 일본인 처럼 안 생긴 동양 여자와 이소룡 옷을 입은 서양 여자가, 혀 꼬부라지는 일본어를 하며 일본식 정원의 정념 속에서 결투하는 장면은 정말 오묘하더군요. 후반부의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은 스타일리시한 B급의 품격을 원없이 보여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나 킬빌2를 보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0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6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10
125361 프레임드 #689 [4] Lunagazer 2024.01.29 55
125360 "오토라는 남자"(원작: 오베라는 남자) [6] 산호초2010 2024.01.29 309
125359 바낭-너무 웃긴 유튜브 예능 [2] theforce 2024.01.29 469
125358 [넷플릭스바낭] 언젠간 본다 본다 하다가 이제사 본 '윤희에게'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4.01.29 515
125357 요즘의 취미생활들 [2] ND 2024.01.28 313
125356 [넷플릭스] 범죄의 한복판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 ‘우주를 삼킨 소년’ [4] 쏘맥 2024.01.28 342
125355 프레임드 #688 [4] Lunagazer 2024.01.28 52
125354 약속대련에 관하여... [2] ND 2024.01.28 341
125353 일본영화 지옥의 화원 웃기네요(스포) [1] 첫눈 2024.01.28 264
125352 챠비가 사임의사 밝히며 퍼거슨 언급 daviddain 2024.01.28 126
125351 [왓챠바낭] 옛날 말로 '저주 받은 걸작', '사냥꾼의 밤'을 봤습니다 [12] 로이배티 2024.01.28 487
125350 시위대 앞에서 상수 2024.01.27 180
125349 프레임드 #687 [4] Lunagazer 2024.01.27 54
125348 일종의 취미/near dark [1] daviddain 2024.01.27 145
125347 정치글 [2] Sonny 2024.01.27 299
125346 “배현진, 남일 같지 않아”…이수정 떨게 한 ‘협박 쪽지’ [2] ND 2024.01.27 526
125345 [영화바낭] 20세기의 가난한 사이버펑크, '네메시스'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1.27 333
125344 클롭이 리버풀 떠나네요 [5] daviddain 2024.01.26 162
125343 프레임드 #686 [4] Lunagazer 2024.01.26 74
125342 AI시대의 반골기질 & 어느정도까지가 약속대련일까.... [3] 왜냐하면 2024.01.26 40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