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로 정의하겠습니다)이 꽤 오랜 기간동안 오르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해서 2019년까지 연말 기준으로 6년 연속 상승하였습니다.(KB부동산 서울아파트 시세 기준)  86년 통계 작성이후 가장 최장기간 상승이고 올해 역시 올 연말의 집값이 올 연초의 집값보다 높을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그럼 내년은 어떨까요?  내년에도 오르면 8년 연속 상승이라는 정말 보기 드믄 상승을 경험할 것입니다.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매우 높은 확률로) 저는  왜 집값이 올랐고 앞으로도 내릴 것 같지 않은지에 대해 얘기해 보려합니다.


1. 집(Residential Property)이란 인간의 생존 필수 요소인 의식주의 하나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오늘 저녁에 내 한몸 누일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집은 구체적인 사용 용도를 가진 범용재(Commodity)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집이란 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투자자산의 성격을 가가집니다.  내가 살고 있지 않은 빈집은 임대를 통해 임대료란 현금을 벌어다주죠. 그래서 범용재인 집이 순수한 투자자산인 채권, 주식처럼 투자의 대체재로서 광범위하게 간주됩니다.   


2. 흔히들 "집은 여자가 봐야지 남자가 (주택 매매를)결정하면 결과가 별로다"란 통설이 있습니다. 살아보니 그 말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남자들이 주택에 관한 의사결정에 여자보다 못한 이유라면 저는 여자들은 주택을 범용재로 보고 남자들은 주택을 투자자산으로 보기 떄문이 아닌 가 생각합니다.  투자자산으로 서울의 아파트는 그닥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전월세 수익이 집값대비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가 너무 비싸다(서울 집값 거품이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만, 서울의 집값은 전월세 수익율과 관계없이 꾸준한 우상향을 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및 2010년대 중반을 제외하고) 그 현상에 대한 저의 해석은 주택은 투자자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그 가격을 결정하는 보다 근본적인 요소는 범용재로서의 사용가치라는 것입니다.    


3. 자본주의의 다른 모든 재화처럼 범용재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일 뿐입니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은 오르고 수요가 적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오릅니다. 자본주의는 가격의 상승을 통해 공급을 유인하고 많아진 공급은 가격을 다시 내립니다. 이게 우리가 매일 매일 소비하는 모든 재화의 기본 원칙이고 마치 중력처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사회 모든 부분에 적용됩니다.   다만 가격의 상승이 공급을 증가를 유인할 수 없는(공급의 비탄력성) 재화는 가격이 계속 오를 수 밖에 없고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가격의 상승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꽤 길게 쓸 얘기지만 한줄로 요약하면 결국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정부가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비탄력적으로 만드는 정책을 계속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4. 집값이 이렇게 오랫동안 오른 건 문재인 정부 탓만은 분명히 아닙니다.  주택가격 상승은 박근혜 정부였던 2013년 부터 시작되었고 그것은 박근혜 정부의 의도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나쁜 정부라서 집값을 부양하려 한 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후반부부터 집값은 계속 하락하였고, 경기의 부양이 필요한그런 상황에서 집값의 부양은 정부의 정상적인 정책입니다.  LTV를 높여주고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추가 택지 개발 종료)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나, 그 당시 집값은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의 건설한 2기 신도시(판교,위례, 광교, 동탄, 한강, 김포 등)와 뉴타운 등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4~5년간 집값은 계속 부진하였고, 집값이 조금 오르기는 하였으나 사람들은 집 살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당연히 전세가는 매우 높아 집값대비 전세율이 75%에 육박, 2016년, 2020년 6월말 지금은 53%)  


5.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은 집값이 부진하고 인구 감소의 시대에서 더 이상의 신도시 개발은 중단하고 기존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에 촛점을 두었습니다. 재건축 연안을 30년으로 줄여주고 안전진단의 기준도 내려주어 재개발 재건축을 촉진하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당시의 상황과 장기적 관점 모두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이 난맥을 띠게 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이 정책을 폐기하고 도심 재개발, 재건축의 적극적 저지와 3기 신도시 라는 해서는 안되는 정책으로 선회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구가 줄고 특히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서 여성 취업자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 서울에서 먼 신도시들의 집값이 시들하고, 유독 직장(강남, 광화문, 여의도)에서 가까운 아파트들의 가격이 약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성 취업자들의 증가로 출퇴근 시간이 주택 선택의 가장 중요한 팩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맞벌이 부부는 빨리 귀가해서 애들을 돌봐야합니다).  일산은 1기 신도시 초기분당과 맞먹는 위상을 가졌으나 지금은 부천보다도 선호가 떨어집니다.  주거의 편의성과 환경에서는 부천이 일산과 상대도 안되지만 결국 출퇴근 시간(교통)이란 요소는 주택시장에서 압도적 변수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 것은 저의 의견이 아니라 그냥 팩트입니다. 문제는 직장이 있는 시내에서 가까운 지역(당연히 서울시내)엔 빈땅이란 존재하지 않고, 오래된 아파트, 상가, 단독주택, 빌라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바로 그 위치에 존재하는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합니다.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는 재개발 재건축이 아니면 방법이 없는데, 현 정부와 죽은 전 서울시장은 지속적으로 그 욕구를 거부하거나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았습니다. (안전진단 강화, 실거주 요건 추가, 재초환, 분상제, 서울시의 아무 이유없이 인허가 안해주는 그냥 깡패짓 등)그래서 이미 그런 지역(강남, 마용성)에 이미 지어진 새 아파트들은 매우 큰 희소성(Limited Editions)을 띠고 계속 오르고 또 오릅니다. 정부의 정책으로 그런 주택의 공급은 앞으로 난망하게 되어 버리니 앞으로도 가격이 내릴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게 본질이고 핵심입니다.    


6.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처음 들으신 분들은 없을 것이고 그런 기사는 넘쳐 납니다.  정부는 김현미 장관은 공급은 충분하다고 계속 반복해서 주장하시는데 누구 말이 맞는 건가요?  정부말을 신뢰하신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급은 충분한데 가격은 계속 올라가니 결국 수요가 이상한 것이고 그 수요는 투자수요이며 투자수요란 결국 투기꾼들의 수요이다로 결론이 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생각하면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의 주택공급은 적지가 않았습니다. (10년 평균 3만호 정도인데 2018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4만호를 넘었죠) 그런 원인을 생각해보면 1) 2010년대 부진했던 주택가격으로 전세에 머물던(주택구입을 이연한) 많은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주택을 구매하기 시작하여 많은 공급을 모두 소화하고도 가격이 상승   2) 기존 주택의 노후화 심화 + 신축 선호로 신축가격 상승. 입지 좋은 신축이 집값을 레벨업 하면서 전반적 집값이 상승.  이 두가지 현상에 대해 현정부의 책임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현정부가 정말 잘 못한 것은 입지(교통) 좋은 곳의 신축에 대한 수요가 집값을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라는 너무나 뻔한 현실에서 그럼 그런 집이 될 수 있는 잠재공급인 재건축 재개발을 못하도록 철저히 막아놓았다는 겁니다.  시장은 알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향후 2~3년간 집(새 아파트)가 나올 물량이 없다는 걸. 너무나 당연하지요.  올해 서울 공급은 4.3만채 정도(통계치가 조금씩 다르네요)인데 내년엔 2만 5천채입니다.  후년엔 1만채 남짓.  정말 무서운 숫자입니다.  그나마 재초환 미적용으로 부랴 부랴 재건축을 진행해서 분양한 서초구, 강동구(둔촌주공) 물량이 23년 24년에 각각 5만채 정도 나온답니다.  문제는 그게 다 입니다. 알다시피 그 이후 정부와 서울시는 철저히 재건축을 막아왔고 재초환을 피한 그 집들이 입주를 하게 되면 그 후에 서울 시내에 더 이상 나올 집은 없습니다.  


7. 그게 다가 아니죠. 서울의 집들은 하루 하루 늙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의 아파트중 제일 비중이 높은 게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지어진 것들이고 이 집들이 나이가 30을 넘어 40이 되어갑니다. 국민소득 3만불이 넘는 사람들이 국민소득 1만불이 안되는 시기에 지어진 집에 살고 있으니 만족스러울리가 없습니다. 재건축에 대한 욕구는 날이 갈 수록 커질 것이고 이 문제를 계속 미룰 수록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커져만 갑니다.  질적 공급이 아니더라도 양적으로도 서울시의 주택숫자는 매우 부족합니다.  주택보급율이란 말도 안되는 기준으로도 서울시의 주택보급율은 95%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의 인구는 줄고 있습니다. 사람이 들어가 살 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주택보급율에 잡혀있는 주택에는 실내에 화장실조차 없는 게딱지같은 주택도 한채로 잡혀 있고, 내일 쓰러질 것같은 폐허같은 단독주택 다세대 주택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우스꽝스럽게도 땅값이 가장 비싸고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서울의 전체 주택대비 아파트 비중은 전국에서 제일 낮은 편(맨 아래에서 3번쨰 ,43%)입니다. 어떤 기준을 갇다 대도 서울의 아파트 공급은 매우 부족한게 팩트입니다.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8. 제가 여기엔 인용한 숫자들은 기밀 문서가 아니라 조금만 써칭을 해봐도 인터넷에 널려 있는 공개화된 정보들입니다.  그 정보를 조금만 들여다 봐도 서울의 집값은 우상향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걸 알면 뭐합니까?  대출을 안해주니 살 수가 없는데.  선택은 대출이 전과 같았다면 살 수 있었던 그 집보다 못한 집을 사거나 전월세로 사는 거 2중의 하나 입니다.  좋은 집이 공급이 부족해서 오르는데 그 보다 못한 집들(경기도에 있는 집들)은 서울에 그 집을 못사는 사람들이 그 집이라도 사야하기 때문에 오릅니다.  그렇게 내려가고 내려가서 요즘에 빌라, 다세대 주택들도 가격이 꽤 오르고 있습니다.  내가 소득이 있고, 멀쩡한 담보(주택)가 있어서 은행에서 떼일 일이 없는게 분명한데도 정부 정책 때문에 나는 돈을 못빌려서 그 집보다 못한 집을 비싸게 주고 사야하는 게 현실입니다.


9.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조세정책 등으로 지속적으로 매각을 유도하고 실거주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그 얘기는 꺼꾸로 임대가 될 수 있는 집이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이고 이 얘기는 임대료(전세가, 월세)가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아니 오르는 건 두번째고 전세 구하기 정말 힘듭니다.  저도 전세를 꽤 살아봤지만 전세가 오르는 시기엔 정말 전세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도 집을 산 케이스고요.  앞으로는 과거의 전세난과는 차원이 다른 전세난을 겪게 되실 겁니다. 그러다 보면 집을 안 살 수가 없는 상황으로 몰립니다.  당장 내가 자리에 누울 집은 필요한데 전세가 없으니 어떻합니까? 집을 살 수 밖에. 아니면 월세?  올라간 전세가는 집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정부가 그렇게 미워하는 주택투자자들의 주택 투자를 용이하게 만듭니다. 어떤 경로이든 전세가의 상승은 주택 가격을 끌어올립니다.            


10. 뭐가 되었든 정부의 현 정책은 집값을 계속 올리고 올릴 수 밖에 없는 정책입니다. 그 핵심은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정부의 태도이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별로 어려울 게 없는 이 단순한 논리에 대해 정부는 끝까지 외면하는 것이 1) 재건축 재개발 대상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자본 차익을 절대 허용해선 안된다는 선악위주의 판단인지  2) 재건축 재개발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론(3년 이후) 집값이 안정되나 추진 초기의 부동산 급등을 현 정권이 감당하기 싫어서란 현실적인 판단인지 궁금합니다.  물론 둘 다 일 수도 있지만 요즘 민주당 돌아이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보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짐작이 어렵습니다. 


11. 논의의 시작은 서울에 직장이 있고 맞벌이를 하는 우리 사회의 꽤 상위층의 욕구로 시작되었으나 결말은 그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게 시작된 최상위권의 주택수요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서 빌라와 다세대 주택, 경기도의 아파트들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전세를 거쳐 월세를 사람들의 인생에 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재건축 재개발을 허용하면 그것이 가능한 지역(주로 부유한)의 토지 소유자에게 자본 차익이 나는 것은 필연이나 장기적으로 재건축 재개발의 이익은 사회 전체에 긍정적으로 미칠 수 있습니다.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자본이익은 적정한 선에서 사회에 환원(토지 기부 체납, 적정한 수준의 개발이익 과세)하는 방향으로 잡아가야 합니다만 현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게 그들의 정략인지 철학인지는 모르겠으나 사회에는 해악만을 끼칠 뿐입니다. 


12. 민주당은 서울 부산 시장 보궐 선거에서 당연히 패할 것입니다. 그리고 1년후 정권을 잃을 것입니다.  이번에 정권을 잃으면 다시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 통진당은 한나라 보다 훨씬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민주당이 통진당이 집권하면 벌어질 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주당내의 운동권들이 사라질 때까지 민주당의 집권은 요원할 겁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0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6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08
125389 프레임드 #693 [6] Lunagazer 2024.02.02 65
125388 즐겨찾기 목록 catgotmy 2024.02.02 85
125387 [KBS1 독립영화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1] underground 2024.02.02 230
125386 Chita Rivera 1933-2024 R.I.P. 조성용 2024.02.02 101
125385 벨링엄이 그린우드한테 한 말 조사 daviddain 2024.02.02 110
125384 [넷플릭스바낭] 이거슨 매우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품격있는 사람들' 잡담 [8] 로이배티 2024.02.01 666
125383 프레임드 #692 [4] Lunagazer 2024.02.01 74
125382 무리뉴 ㅡ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2.01 142
125381 영화 러브레터 catgotmy 2024.02.01 204
125380 이런저런 정치 잡담...(이준석) [2] 여은성 2024.02.01 580
125379 [왓챠바낭] 스나이퍼가 아닌 표적들의 이야기, '다운레인지'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2.01 227
125378 '유열의 음악앨범'을 봤어요. [12] thoma 2024.02.01 406
125377 킬러들의 쇼핑몰 5-6화 소감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1.31 309
125376 프레임드 #691 [4] Lunagazer 2024.01.31 71
125375 옛날 멕시코 공포 영화 daviddain 2024.01.31 160
125374 삼성당 문학전집 남주인공들 [7] 김전일 2024.01.31 312
125373 자유형 접영 발차기 [6] catgotmy 2024.01.31 278
125372 [왓챠바낭] 본격 시골 백합 스릴러(?), '그녀의 취미 생활'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1.31 416
125371 [EBS1 위대한 수업] 켄 로치 감독 [3] underground 2024.01.30 360
125370 야만인 영화 음악 몇개 돌도끼 2024.01.30 9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