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한 해에 32명 뽑아서 옥스포드 수학을 시켜주는 로즈 스칼라에 선발된 건 작년 일입니다. 그런데 아래 써주신 글도 그렇고 요즘 들어 부쩍 로넌 패로우 얘기가 눈에 많이 뜨이네요. 이상할 것도 없어요.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와 천재 영화인 사이에서 태어났고 유아기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부모의 양육권 분쟁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데다가 11살에 대학에 들어가 15살에 졸업하고 바로 예일대 법대 대학원에 합격한 다음 유명한 정치인과 외교관들의 자문역을 하기 위해 입학을 미뤘으니까요. 게다가 엄마를 닮아서 준수하게 생긴, 예일대 법대 졸업생에 아프리카 분쟁지역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액티비스트, 이렇게 스타성을 갖췄는데 화제가 안 된다면 더 이상합니다.



아버지와 입양된 누나의 스캔들에 대한 다음의 언급이 자주 인용되더군요.


"그 (앨런) 는 제 누나와 결혼한 제 아버지입니다. 따라서 저는 그의 아들인 동시에 그의 처남이 되지요. 이건 중대한 불륜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를 만날 수 없어요. 제 아버지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제 도덕적 일관성을 지킨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저는 입양된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라 왔고 그들은 제 가족이에요. (그 중 한 명인) 순이를 제 누나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모든 입양된 아이들에 대한 모독이에요."


+

저는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하고 우디 앨런 자체도 대단히 매력적인 천재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의 사생활과 여성 편력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어려서 결혼한 첫 부인에게 이혼 후 소송을 당하는데, 우디 앨런이 워낙 인터뷰를 많이 당하는 유명인이라고는 하지만 미디어에서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이 너무 잦고 뒤끝이 길었어요. 소송의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 우디 앨런 본인의 설명이 종종 바뀌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우디 앨런이 인터뷰에서 전 부인이 당한 성폭력을 공공연한 농담의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었지요. 뒤끝이 긴 데다가 사실이라면 참 구리죠.

첫 결혼이야 쌍방이 어렸으니까 이해한다고 하지만 그가 40대 중반에 감독한 명작 맨해튼은 우디 앨런이 17세의 뉴욕 여고생과 실제로 사귀었던 경험에 기반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래서 요즘 스칼렛 요한슨 같은 어리고 탱탱한(...) 뮤즈를 선호하는 걸 봐도 괜히 의심스럽고 그래요.


지성과 유머, 그리고 돈 (우디 앨런은 코미디 작가로 10대에 맞벌이 부모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까지 갖추고 다이앤 키튼 같은 예쁜 여배우들과 잘도 사귀던 앨런, 1980년대 초 앙드레 프레빈과 막 이혼한 미아 패로우를 만나 동거를 시작합니다. 미아 패로우는 프레빈과의 사이에 세 자녀를 낳았고 순이 패로우 프레빈을 포함한 동양계 양자녀 셋을 두었죠. 이후 1992년 순이 때문이 관계가 박살나기 전까지 앨런-패로우 커플은 두 아이를 더 입양하고 우디 앨런의 유일한 생물학적 자녀인 로넌을 낳습니다. 이 관계는 1992년 미아 패로우가 우디 앨런의 소지품에서 막 스무살이 된 순이의 누드 사진을 발견하고 관계를 추궁하면서 끝납니다.




순이와 앨런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했지만 진행된 시점을 볼 때 순이가 10대 후반일 무렵 이미 관계가 시작되었을 거라는 의심이 짙죠.

분노한 패로우는 양육권에 대한 소송 진행 중 앨런과 함께 입양한 일곱살 딸을 우디 앨런이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그 딸을 진찰한 의사는 아이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아마도 분노한 엄마 미아 패로우가 딸에게 성폭력의 기억을 주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놓습니다. 반면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는 충분한 근거가 있으나 아이의 복지를 고려할 때 기소를 중지하겠다고 하고, 재판부는 우디 앨런의 양녀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은 채 재판 무효를 선언합니다. 대신 우디 앨런은 어린 양녀를 접견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생물학적 친자 로넌은 보호인의 입회 하에 제한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로넌은 성장해서 아버지를 보지 않기로 결정하고, 십대의 나이였던 패로우-앨런 커플의 또다른 입양 자녀는 우디 앨런과 순이의 관계에 격분해서 우디 앨런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다시 한 번, 전 우디 앨런의 팬이고 우디 앨런과 순이는 잘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듯 34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뉴욕 소셜라이트로 잘 살아오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는..글쎄요.

스캔들 당시 순이는 우디 앨런이 자신의 아버지 또는 아버지 노릇을 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관계는 흔히들 떠올리는 근친상간의 혐의에서 자유롭다고 강변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우디 앨런은 나이 차이가 많이 지는 본인의 결혼 생활을 묘사할 때 모든 결혼생활이 동등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들은 마치 부녀 관계 같은 동반자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말이 맞지 않아요. 게다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십대-이십대 초반의 여자에 대한 우디 앨런의 선호 플러스 가족 내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는 남자와 딸 사이의 관계로 미루어볼 때 해당 관계가 동등한 성인 둘의 연애로 포장되기엔 무리가 있지요. 

아무리 우디 앨런이 미아 패로우와 공식적으로 결혼하지 않았고 바빠서 자주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두 사람은 12년을 파트너로 지냈습니다. 같이 아이들을 낳고 길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이 프레빈이 자신은 채 2년도 같이 살지 않았던 앙드레 프레빈의 딸이지 우디 앨런과는 부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말은 변명으로 들려요. 

뭐 거기까지도 다 사생활이니 제가 입 댈 일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저 스캔들을 둘러싸고 미아 패로우의 성격적 결함에 대한 지적이 스물스물 흘러나오는 건 보기에 썩 유쾌하지 않더라구요. 미아 패로우는 요절한 두 명을 포함한 열 다섯 명의 자식을 두었습니다. 그 중 열한 명이 입양 자녀죠. 그걸 마치 쇼핑하듯 입양 자녀를 무분별하게 들였다든가 입양 자녀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된 양육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건 너무 가혹하고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그 말이 순이의 입에서 나올 땐 말이죠. 뭐 누드 사진 들키고 나서 미아 패로우에게 멍들도록 맞았다고 하니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썩 좋진 않겠구나 싶긴 합니다.

미아 패로우의 입양을 그런 식으로 못마땅하게 본다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파파 할아버지와 나이어린 동양 여자 커플이 어린 여자아이 둘을 입양해서 기르고 있는 것도 당연하게 볼 일은 아니겠지요. 미국에서 입양이 그렇게 어렵다더니 저 가족을 보면 그것도 아닌 듯합니다. 가끔 앨런과 순이 커플의 파파라치 사진이 돌아다니는데 우디 앨런이 아이들을 손녀딸처럼 (....)정말 예뻐하는 게 보이긴 해요.


+



순이 프레빈의 사진에 어김없이 악플이 달립니다. 미국 애들도 'ugly'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서 충격이었어요.

젊을 때 사진을 보면 요즘의 장윤주 느낌이 나요.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영리하고 귀염성있게 생긴, 그리고 팔다리가 가녀린 동양 여자의 매력을 갖고 있더라구요. 부럽게 가슴도 커요 (...) 그러나 나이가 들고 화장기가 전혀 없는 얼굴에 잘 다듬지 않은 어중간한 길이의 생머리를 고수하는 것이 순이씨가 덜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겠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지탄받는 순이 프레빈, 저는 그래도 매력있다고 봤거든요. 우디 앨런의 여자라니 얼마나 후덜덜하게 똑똑할까 하는 후광효과 같은 게 있어서 그럴까요. 우디 앨런을 따라 이런저런 행사나 모임에 많이 참가해서인지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표정과 태도가 있더라구요. 웃을 때 표정도 좋구요. 그리고 역시 우디 앨런이 부자라서 그런지 입는 옷과 가방이 돈 많이 들인 티가 나요. 우디 앨런 자신이 신경을 쓰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순이 프레빈의 손길이 가서인지 같이 있는 사진에서 우디 앨런도 상당히 때깔나게 차리고 있을 때가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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