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아기와 함께 한 지 50일이 지났습니다.

조리원에서 돌아온 후 잠시 동안 겪었던, 지금 내 상황이 너무도 부자유하게 느껴지고,

지나가는 젊은 아가씨들이 죄다 부러워보이고 그렇게 자유스럽고 예뻐 보일 수가 없고...하는 증상은 다행이 좀 수그러들었습니다.

대신 아기에 대한 사랑이 꽃피었어요(응?)

생각보다 산후우울의 전형적인 증상은 겪지 않은 편인데, 그 대신 저런 생각들이 찾아왔다 간 듯합니다.

그 시기에는 아직도 삶에 관한 다양한 선택권을 가진 이들에게서 풍겨나는 특유의 젊음이 너무 부럽더군요.

 그때는 아기돌보기도 익숙치 않아서 더 적응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결코 적응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때보다 책임감은 조금 더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자식이라 그런지 되게 예뻐 보입니다.

임신 중 힘들어하는 제게 "그래도 네 자식은 다 예뻐 보일거다" 고 위로하는 주변인들의 말이

때로는 듣기 싫기까지 했는데(예뻐할지 안 예뻐할지 어떻게 아냐고요) 저도 피해갈 수 없나봅니다.

 

요즘 들어 아기를 안고 돌봐 줄 때마다 너무 예뻐서(절대 객관성을 요구하는 예쁨 아닙니다) 어쩔 줄을 몰라요.

저도 얼마전에 '카톡으로 주구장창 아기사진 보내는 직장동료 이야기'를 읽었거든요.(풀의 성장과정 댓글의 센스!)

그 글이 생각나서, 오늘 아침 또 아기를 예뻐하다가 문득 '지금 이 아이는 남의 아이다.'라고 객관적으로 아이가 칭얼대는 모습을 바라봤어요.

 

...남의 아이였으면 진짜 하나도 안 예뻐보였을 모습이었어요.

더워서 얼굴에는 발긋발긋한 것이 돋고 눈곱, 수유하다 묻힌 우유 찌꺼기들이 붙어 있고...

순간 놀라 다시 모드를 전환하여 '내 아이' 모드로 바라보니, 또 칭얼거리는 모습조차 귀엽게 보이더라고요.

요즘 저의 모토 중의 하나는 '적어도 내 아이에게 완전히 눈멀어 남들에게 폐 끼치지 않기, 남들에게 내 아이 예쁘다고 칭찬해대지 않기'가 되었어요.

 (어차피 '실미도' 에 들어가, 식구 외에 만날 사람도 없지만;;;)

 막상 내 일에서 객관성을 지키기란 힘든 일 같네요. 그래도 꼭 지키고 싶어요. (듀게에 이런 글 쓰는 것만으로 이미 객관성 상실 -1점)

 

 

 

 

 

 

 

아기도 조금씩 저를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착각일지도...)

하지만 저를 좋아하는 것과, 저를 배려하여 울음을 그치는 일은 무관한 모양입니다.(;;;)

 

아기가 울어대면 아직도 힘이 듭니다.

왜 그런지 어제 알았는데,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제 온몸이 뻣뻣하게 긴장하더라고요. 자동적으로 온몸이 긴장하고 어깨가 굳는 듯합니다.

 

 

 

 

 

 

 

 

그리고 다른 식구들(아이 아빠나 제 친정 어머니)에 비해 저는 아이 달래는 기술이 현저히 모자란 것 같아요.

아이를 달래는 입장이 굉장히 어색하고, '자세'도 나오지 않아요.

수유하여 재우고, 기저귀 갈아주고 이런 일은 제법 하는데,

아기를 감싸주고 돌봐주는, '내려다보며 자애롭게 감싸주는' 위치가 아니라

아기와 저를 동등하게 느끼는 게 문제 같아요.(그렇다고 제가 아기같다는 게 아니고요;;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뜻이죠)

 

 

육아하기 전에 저는 아기에게 모빌을 돌려주거나(제 아기는 아직 너무 어려서 모빌 볼 때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장난감을 틀어주거나 딸랑이를 흔들어주면

아기가 울음을 그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아직은 장난감을 즐길 때가 아니라서 그런지...하여튼 아직 많은 것에 서툽니다.

 

 

 

 

 

 

 

 

며칠 전엔 아기의 50일 셀프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공원 나들이를 했어요.

동행한 식구들에게 그간의 육아 수고를 덜어준 것을 감사하는 뜻으로 근처 카페에서 다과도 조금 대접했지요.

아기는 자기의 50일 촬영임에도 불구하고(그런 걸 알 리가 없죠;;) 열심히 잠만 자더군요.

집에서는 새벽까지 안 자고 우는 녀석이...

 

 임신부터 성장과정까지 스튜디오에 일일이 갈 틈도 비용도 없고 해서 제가 수동 필름카메라로 이것저것 찍어주고 있는데,

사진이 잘 나오기가 힘들더군요. 실내 사진이 많아서인지 늘 어둡게 나옵니다.
필름을 일부러 감도 400을 구입해서 찍었더니 그제야 건질만한 게 좀 나오더군요.

DSRL 살 여유가 없다며 시작한 일인데, 필름 값에 인화값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DSRL사는 게 비용이 덜 들었겠다 싶어요. 그래도 사실 전 필름카메라가 좋아요. ^^

 

 

 

 

 

 

 

 

 

 

오늘 밤에도 잠들지 않고 투정부리는 아기와 한판 하겠지요.

그럴 때는 또 얼마나 클래식한 울음소리로 울어주시는지...왜 사극에 아이 태어났을 때 들리는 "응아 응아아~응아 응아아~"소리 있죠

딱 그 소리로 웁니다.

제발 오늘 밤에는 12시 안에 이 모습으로 잠들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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