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이 대개 비슷한 것 같습니다.그럭저럭 괜찮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다,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다.좋게 봤든 아니든 다들 어딘가 좀 아쉬운 모양입니다.

 

아쉽다는 분들의 글을 읽어보면,영화가 스스로 던진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공통적이더군요.

사실입니다.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우리는 어디서 왔고 왜 태어났으며 어디로 가는가’하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관객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전 이게 아쉬움을 느껴야 할 대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웨일랜드 회장은 조물주

(조물주란 표현을 이들에게 같다 붙여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를 만나자마자 철학 도서의 목차에나 나올 질문들을 쏟아냅니다.

그 대가로,대답도 못 듣고 맞아 죽고요.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마지막 말로 그는 운명을 달리합니다.

 

전 영화가 스스로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게 아니라 그냥 이게 이 영화의 대답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인류는 답을 찾으러 그곳에 갔지만,그들은 기독교의 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더라.예측 가능한 행위의 동기가 있거나

선문답이 가능한 존재가 아니더라.그냥 거기까지인겁니다.블록버스터에 철학을 기대하는 게 우습다는 식으로

이 영화의 각본을 옹호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전 그렇지는 않습니다.철학적인 블록버스터,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심지어 〈프로메테우스〉는 철학적인 고민을 해보자며 스스로 판을 벌인 작품이고,스스로 판을 벌였으면 거기에 뭐든 대답을 하는 게 사실 맞죠.

다만 애초의 질문 자체를 그냥 박살내버리고 결국엔 출산 직후의 주인공과 덩치 외계인의 힘자랑 한 판으로 끝나는 지금의 결말도 제 눈엔 꽤 멋있었습니다.

 

결국엔 재밌었단 얘기.많이들 아쉬워하는 부분이 제겐 아쉬움이 아니었으니까요
안 보신 분들 중에 안 보실 마음으로 이 스포일러 글을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마음 바꿔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