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가 왔습니다

2022.03.07 17:57

노리 조회 수:833

미남이시네요를 네번째인가 다섯번째 돌려보다가 현타가 왔습니다. 박신혜는 리트리버 강아지마냥 엄청 귀엽더군요. 작중에서도 강아지에 비유될 정도이니 대놓고 노린거죠. 장근석은 멋있었습니다. 장근석 연기를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목소리에 놀랐어요. 음색이 좋더라구요. 장근석 이름만 들었지 이 사람 목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던 제 자신에도 새삼 놀랐구요. (난 어떤 인생을 살아온 것인가...)  드라마는 완벽한 팬픽 환타지입니다. 시크! 소프트! 큐티! 각각의 매력을 가진 아이돌 멤버 오빠들이 일개 팬일 뿐인 '나'만을 바라보는 이야기에요. 홍자매가 각본을 썼더군요. 환상의 커플과 최고의 사랑을 재미나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작가들의 유머가 제게는 꽤 먹히는 편인데 미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어설픈 대중문화 패러디는 빼고 말이죠. 


다만 과장되고 전형화된 연기톤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이건, 팬픽이니까요. "박신혜는 귀여운데 장근석은 도저히 못봐주겠네." 주구장창 재생되는 미남이시네요를 곁에서 흘깃 보던 남자 가족이 한 마디를 보탭니다. 글세, 왕 귀엽긴 해도 내게는 박신혜가 좀 너무하던걸. 장근석은 못봐주기는 커녕 화보가 말을 하는데 어찌 안좋을 수 있겠나요. 여러번 볼수록 장근석이 괜찮은 배우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중저음 목소리에 딕션도 좋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보였죠. 그리고 예쁨 *_* 확실히, 90년대 일본 비주얼 소프트 락밴드 리드보컬 같았습니다. 연기 좋았어요. 


미남에서의 박신혜는 천연 속성의 캐릭터로 나와요. 아예 공홈 인물소개에서 아둔하고 사회성, 융통성, 사교성이 다 떨어지는 인물이라고 설명됩니다. 서브 플롯은 빨리 감기하며 건너 뛰는 편인데 반복적으로 보다보니 건너뛰었던 부분도 눈여겨 보게 되었죠. 그러다가 드라마 후반에서 딱, 현타가 왔어요. 여주의 아둔함이 진짜, 너무,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거에요. 다정도 과하면 병이라더니 순진도 과하면 독입니다. 저 정도로 순진하고 바보같아야 멋진 오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기분이 나빠졌어요. 나의 환타지는 이렇지 않아. 약에 절여졌던 뇌 세포들이 전기충격받고 깨어나는 느낌. 


상속자들은 얄팍하고, 캐릭터들도 흔한 로맨스 클리셰의 보편선상에 있습니다. 미남은 보기와 달리 이보다는 진지해요. 평범한 팬과 무대 위 스타사이의 아득한 거리가 주요한 내적 갈등요소입니다. 있을 법 한데, 그럴 듯하지는 않네요. 남장여자 컨셉으로 인한 초중반 전개는 재밌습니다. 마치 강아지 훈련시키듯 눈에 힘 빡준 츤데레 장근석의 여주 조련질도 볼만하고요. 그런데 후반의 한 장면에서 이 멋진 오빠들에 아련 달달 멋지구리 서사까지 더하려다보니 여주 캐릭터를 바닥까지 너무 후려치는 거 있죠. 그러지 말지. 보기 좋은 풍경도 한 두번이라고 박신혜가 그 커다란 눈망울에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있는 것을 보기도 어느 순간 지겹. 돌림노래처럼 나오는 나같은 것 이란 자책에는 귀를 막고 싶어지구요. 화면 밖에서 눈높이를 어디에 두고 오빠들을 바라봐야 할 지 난감하고 불쾌한 지점들이 발생하는거죠. 여주 시선과의 동일시를 유지하기가 힘든 드라마입니다. 돼지토끼처럼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고.  여주 캐릭터가 도구로서 적나라하게 활용되는 몇몇 장면들은 PC고 뭐고 다 떠나서 그 노골성 때문에 정서적으로 정말 보기가 편치 않았어요. 왕 귀여운 박신혜가 주는 착시효과도 소용이 없더군요. 그리고 로맨스 여주는 딱 한 번만 할래요. 계속하면 손목 빠지겠.. 


그래도 결말은 여러모로 나쁘지 않습니다. OST는 미남 쪽이 개취이기도 하고 더 좋았어요. 잘 안보던 로맨스물을 연달아 보며 짧고 강렬하게 즐거웠네요. 발리 여행만이 휴가겠나요. 거기 로맨스가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고. 이 참에 저 혼자 이상형 월드컵도 해보았더랬죠. 역시 전통적인 미남보다는 중성적인 매력이! 민호 군에겐 미안하지만 장근석을 픽하겠어요. 물론 그래도 결승에서 강동원을 꺾을 수는 없었지 말입니다. 이제 투표나 하러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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