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로 출장을 가면서 주유를 했습니다. 생각없이 적립 카드를 내밀었고, SK 주유소였기에 오케이캐시백이 적립되었죠. 영수증을 보니 제 이름으로 떡하니 포인트가 나와있더군요. 이거 좀 찜찜하다 싶어서 결제 취소하고 다시 포인트 적립 없이 결제했습니다.

 

또 전에 회사 행사때문에 빵을 대량구매한 적이 있어요. 프랜차이즈 빵집에 갔으니 당연히 포인트 적립이 있었죠. 이거 안하면 빵값 깎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안된다고 하더군요. 만약 개인 명의로 적립하기 찜찜하면 빵집에서 나눠주는 사은품(동물모자 등)을 왕창 주겠다고요. 결국 그거 받아와서 행사 스태프들에게 돌렸어요.

 

회사 와서 정산하면서 영수증 내미니 한 선배는 "포인트는? 안쌓았어? 야, 그건 괜찮아. 회사가 적립받을 수 있는데 니가 가로챈 것도 아니고, 그냥 날라가는 포인트인데 주유소나 빵집 하는 재벌들 비용 아껴주는 대신 니가 가지면 어때서?" 하더군요.

 

사실 찜찜해서 그리 처리하긴 했지만 사실 누가 그걸 적립했다고 해도 별로 큰 잘못이라고는 생각 안합니다. 제가 적립하지 않은 것도 철저한 도덕적 기준이 있어서라기보단 그냥 혹시라도 별 것도 아닌 금액때문에 뒷말 들을까봐 귀찮았던 거죠. 근데 이게 항공 마일리지 정도로 덩치가 커지면 좀 애매합니다. 저도 회사 일로 비행기 타고 출장 가봤지만, 굳이 "이건 마일리지 적립 안할테니 빼라"고는 주문하지 않았거든요. 말하자면 적극적으로 적립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자동으로 쌓이면 굳이 나서서 막지는 않았던 거죠.

 

근데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오다보니... 이거 내가 썩어서 무감각해진건가 싶기도 합니다. 국감에서 해피포인트 이런거 가지고 시비거는 건 못봤지만, 항공 마일리지 이야기는 거의 매년 나오거든요. 해외출장이 잦은 기관 국감때 잊을만하면 나오는 이야기가 "정부 예산으로 출장가면서 개인 마일리지는 쌓고, 이걸 또 개인 용도로 쓴다. 이거 문제다." 니까요. 사실 전 "그럼 어쩌라고? 회사가 대한항공이랑 협정 맺어서 출장으로 인한 마일리지는 현금으로 돌려받아낼 수 있다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라면 굳이 직원이 못쌓고 못쓰게 할 건 뭐람?" 했는데, 이게 매년 반복되니 이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소심한 설문조사라고 해놓고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공용 사무용품 사러 교보에 갔는데 핫트랙스 회원 아니냐고 할 때, 부서 회의비로 던킨도너츠 사는데 해피포인트 적립 안하세요? 라고 할 때, 공용차량 주유하는데 엔크린 카드 없으세요? 라고 하면, "안해요"라고 하시나요, 아니면 "여기요"라고 하며 카드를 내미시나요?

 

p.s. 개콘 애정남에 사연 보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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