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군의 정체에 수상한 점이 많은건 사실입니다.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무장과 조직을 갖춰서 나토 공습 전 한창 기세를 올렸을땐 국토의 80%를 장악하는 과정에도 의문점이 많고요. 미국과 나토의 개입 역시 순수한 인도주의적 동기라는 것 역시 절대 믿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카다피는 최근에는 부쩍 서방과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레이건이 "미친개"라고 불렀던 그때의 카다피는 아니라는 거죠. 유럽이 리비아산 원유에 많이 의존하긴 하지만, 이미 유럽 석유업체들도 많이 진출해있었고요. 리비아의 지정학적 가치는 잘 모르겠지만 이집트보다는 덜 할겁니다. 요컨대 서방이 '소나기 내린 김에 청소한다'는 식으로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렸다는 해석은 약합니다.

리비아에서 정권 퇴진 시위가 일어나고(동서로 이미 혁명이 일어난 튀니지, 이집트와 접경하고 있는데 이 영향에서 무관했다고 말할 순 없겠죠), 카다피 정권의 무자비한 유혈진압이 시작되고, 이에 항의해서 일부 고관들이 정부에서 이탈하고, 참다못한 시민들이 무기를 들고 첫 시위가 일어난 벵가지를 거점으로 무장세력화하고, 전 고관들이 합류하면서 국가과도위원회가 생겨난겁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알카에다 잔당들, 이슬람주의자들 등등이 섞였겠죠.

그리고 그 도화선이었던 민주화 시위도 시작은 카다피가 과거 폭동을 일으킨 감옥의 죄수 1200명을 학살한 사건의 진상규명 시위?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높은 실업률, 물가 등도 그 원인이 되었고, SNS의 영향도 있었겠죠. 그리고 카다피가 자신의 통치를 위해서 이용한 부족간 갈등도, 결국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가속화했죠.

아직 카다피가 완전히 축출된게 아닌만큼, 상황을 속단하고 평가하긴 이르다고 봅니다. 분열상으로 인해 이라크에 버금가는 헬이 될 수도 있겠죠. 확실한 것은 반군은 서방의 공습 없인 승리할 수 없었을거고, 카다피군이 벵가지를 함락했다면 지금보다 더 큰 참극이 벌어졌을 거라는 거죠. 고로 이번 리비아 사태의 뿌리가 시민혁명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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