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정당들이 이름을 바꾸고 이합집산한 사례야 워낙 많아서 일일히 꼽기도 어렵습니다만, 문민정부 출범 이래로 보면 유독 현 야권 세력에서 그런 일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나라당은 김영삼 이후에 신한국당으로 나서서 이회창을 내세웠고, 정권 유지에 실패하고 차떼기당이라는 이미지를 얻게되자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꾼 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반면 야권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국민참여당에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까지 있죠.

 

선거때마다 한나라 vs 반한나라의 구도가 형성되고 반한나라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하라는 압박이 있는 이유는 그만큼 '저쪽'의 표가 한나라당에게만 쏠리기 때문입니다. 양측이 5:5로 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한나라당은 5 중에 4 를 가지는 반면 이쪽은 5를 네다섯개 당이 나눠먹게 되니 질 거라는 위기감이 들수밖에요.

 

근데 생각해보면 한나라당에서도 이런 저런 분열의 역사가 없는 건 아니었어요. 아마 그 중에 가장 큰 내상을 입혔던 것이 이인제였겠죠. 덕분이 이회창이 대통령이 못됐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나간 이인제가 잘됐냐 하면 그것도 아니죠. 이회창은 두 번이나 대통령 후보를 지냈지만 실패하자 은퇴했다가 도로 컴백해 자유선진당을 만들었는데, 한나라당 총재 출신이라는 이력서가 초라하게 충청도 지역당, 그것도 과거 JP의 자민련과는 상대도 안되는 소수당으로 전락했습니다. MB 등장 이후 이른바 친박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학살을 당하고 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뛰쳐나간 적도 있지만 사실 그것도 그리 그게 한나라당에 상처를 주진 못했어요. 아마 친"박"연대의 "박"이 계속 한나라당에 남아있었기 때문이겠죠. 당시엔 되게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박"은 한나라당에 있는데 그와 친한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뛰쳐나가 징징거리고 있고. "박"은 기자회견까지 해서 비판하면서 끝내 안나가고. ㅡㅡ;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지금은 미래희망연대 던가요?)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세력이 되었다면 지금처럼 매 선거가 한나라 vs 반한나라라는 지루한 구도를 형성하진 않았을텐데 말이죠. 같은 지지층을 놓고 찢어먹는 싸움에서,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잘되기는 참 더럽게 어려운가 봅니다. 그렇게 보면 박근혜는 참 똑똑한 정치인일지도... 보면 볼수록 정치는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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