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2

2011.09.27 16:40

김리벌 조회 수:1119

1. 출발점(1)

 

A: 경제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정치 시스템 및 넓게 보아 경쟁이 작동하게 하는 경제 시스템 (노스-토마스 & 로젠버그-버드젤)

A1: 높은 식자율, 널리 분포된(분배된) 토지 소유권, 안정적인 정부, 사적 소유권의 안정성을 폭넓게 보장한 경쟁력 있는 정치 제도, 지역간 자유로운 상품 교역 및 노동 이동이 가능한 거대한 내부 시장

 

B: 광대한 천연자원 - 넓은 미개척지(하버드 대학의 데이빗 교수)

 

C: 좋은 정책 / 좋은 제도: 안정적 거시경제 정책, 자유무역과 외국인 투자 자율화, 민영화와 규제완화 / 민주적 정부, 재산권(지적 재산권 포함)의 보호, 독립적 중앙은행,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및 금융기관 (워싱턴 컨센서스) 

 

A는 어윈이 인용한 기념비적 저작들이 말하는 근대적 경제 성장의 기초 요인들입니다.

A에 대해 겨자님은 장하준이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생각되는군요.”, "그저 타당한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님도 상투적 모범답안이며 맞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 A는 합의된 내용입니다.

A에 대한 장하준의 입장은 잘 모르겠습니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그의 입장은 대체로 명료하지 않고, A를 부인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만큼 이상한 얘기를 종종 하고, A를 부인하지 않는다 한들 그의 주장이 타당한 것도 아니니까요.

 

A1 A의 미국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내부 시장의 규모를 제외한 요소들은 서구북미 부국들이 공유하는 특성입니다.

모든 부국들은 지역간 자유로운 상품 교역 및 노동 이동이 가능한내부 시장이 모든 빈국들에 비해서 컸습니다. 모두 미국만큼 크지는 않았더라도요.

 

B는 겨자님이 인용한 미국의 성공요인입니다. A1에 대해 한숨이 나와대안을 제시하셨습니다.

 

C는 근대적 경제성장 이후 부국들에 자리잡은 정책/제도들입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C를 안정적 경제 성장을 위한 일반적으로 좋은 조건으로 받아들입니다.

(NOT 필요조건, NOT the more the better, hell NOT 충분조건)

 

A C사이에는 명백한 연속성이 있습니다. 그 얘기가 그 얘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항목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C는 대체로 A를 구체화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강조할 만한 사실은, 이전에 두어 번 얘기했듯

A-A1-C 의 각 항목 간에 상당한 양방향 인과관계, 상보성(complementarity)이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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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전공 여부에 무관하게 널리 알고 있고, 받아들이는 사실은

서구북미 부국들이 다른 지역의 빈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A-A1-C 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19세기와 20세기 동안, 21세기에도 매우 일관되게 그러했습니다.

A-A1-C 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A C가 얼마나 연속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A OK, 하지만 C는 신자유주의 나쁜놈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장하준은 19세기 서구북구북미 부국들이 보호무역 조치들을 시행했던 사실을 정당하게 고발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당시에 다른 빈국들은 더 많은 보호무역 조치들을 시행했으며, 경제의 대외개방도가 훨씬 낮았다는 점입니다.

반복이지만, 이 사실은 경제학 이론 등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그저 현재까지 알려진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알기 위해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강조점이 약간 다르지만 북구도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보다는 서구북미에 가까운 시스템이었습니다.

일본 및 전후 독일에 관해서는 주1 참고.

 

이것이 출발점(1)입니다.

출발점(2)는 나중에 얘기하겠습니다.

 

 

2. 장하준

 

자유무역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부국들이 19세기에 이상적인 자유무역을 시행했던 것은 아니다.

보호무역조치도 엄청 많았다. 대부분의 부국들이 보호무역조치 시행했다.

따라서 부국들이 부국이 된 것은 보호무역조치 때문이다.

(따라서 빈국들도 보호무역조치를 써야 한다. 또는 보호무역 조치를 하면 부국이 될 수 있다.)

 

자유무역= A-A1-C

보호무역= A-A1-C 에서 벗어나는 것

으로 바꿔서 읽어도 대체로 성립합니다.

 

 

3. 어윈

 

장하준의 접근법(방법론)의 더 광범위한 문제는 표본 추출 bias (sample selection bias) 이다. 장하준은 19세기 동안 성공한 나라들과 그 나라들이 추구했던 소수의 정책들만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19세기 동안 실패했던 나라들을 검토하지 않았고, 그들이 동일한 비주류 정책들을 더 강력하게 추구했던 것은 아닌지 살펴보지 않았다. 이것은 허술한 과학적 역사적 방법()이다. 의사가 오래 산 사람들을 조사하고 그들 중 일부가 흡연자였음을 발견하였는데 오래 살지 못한 사람들과 그들 중에 흡연자 비율이 더 높은지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라.”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그런 보호무역조치들을 도입하였던 과거 그들의 경험이 성공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질문들을 제기하며 도발하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궁극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장하준이 특정한 질문 예를 들어 보호주의 정책이 오늘날의 선진국의 성공을 어느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지 - 에 깊이 있게 초점을 맞추고..”

 

 

4. 겨자

 

더글라스 어윈 교수의 세번째 지적은 sample selection bias인데, 다시 말하면 성공적인 케이스 (survival) 에 대해서 연구할 뿐만 아니라 낙오그룹에 대해서도 연구하라는 말입니다. 분명 의미 있는 지적입니다. 제가 보기엔 장하준 교수 저작의 한계로 보일 뿐, 그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 부분은 다음 논문에서 연구하면 되는 정도의 한계로 보인다는 뜻입니다.

 

아홉번째, "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진국들의 사례만 연구했느냐"는 장하준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저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초입에 장하준 박사가 이미 적은 내용들을 다시 들춰보기를 권합니다. 이 사람은 자기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 (그리고 한국어)였고, 그래서 제 3세계의 문헌을 제대로 번역하기 어려웠으며, 3세계 사료 자체가 많이 나와 있지를 않았고, 영어로 적혀진 문헌이 가장 접근하기 쉬웠기 때문에 그랬다고 미리 설명하고 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남더러 " 3세계 사례도 연구하지 그랬느냐"라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본인들은 얼마나 제 3세계 사례를 연구들을 하시길래. 방법론에 대해서도 이미 장하준 박사는 왜 이런 방법론을 썼나 앞머리에서 쓰고 시작합니다. 

 

 

5. 감상

 

5-1.

신뢰할 만한, 영역된 제3세계 경제사 사료가 매우 빈약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사료가 풍부한 서구북미 경제사에 대해서는 그만큼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성과가 축적되어 있고요.

장하준도 다 그런 자료들을 참조한 것이죠. 이전에도 지적했듯, 본인이 1차 사료를 발굴한 것은 없습니다.

어윈은 미국 경제사 연구 수준의 라틴 아메리카 경제사 연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많은 경제학자가 달려든다 해도 오랫동안 아주 어려울 것입니다.

 

어윈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그는 19세기 동안 실패했던 나라들을 검토하지 않았고, 그들이 동일한 비주류 정책들을 더 강력하게 추구했던 것은 아닌지 살펴보지 않았다.

실패한 나라들이 성공한 나라들보다 유치산업보호를 포함한 보호무역조치를 더 강력하게 추구한 사실모두가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죠.

 

(1) 19~20세기 동안 대부분의 부국들이 보호무역조치 시행했다.

(2) 19~20세기 동안 모든 빈국들이 모든 부국들보다 더 강력한 보호무역조치 시행했다.

(3) 따라서 부국들이 부국이 된 것은 보호무역조치 때문이다.

 

장하준은 (1), (3) 을 말하는데, (2)는 어디 갔냐는 문제제기입니다.

 

저의 궁금함은 이것입니다.

장하준이나 겨자님은 (2)를 모르거나 부정하는가?

또는 제3세계 사료를 더 발굴하고 번역하면 (2)가 부정될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혹시라도 제 글에 대해 다시 반론하고자 한다면,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포함해주시길 바랍니다.

어윈의 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달리 하더라도, 어윈이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를 했다 하더라도, (2)는 엄연한 사실이고, 따라서 장하준은 경제학자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까요.

제 글에 대한 반론이, 이제껏 그러했듯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논점들에 대한 답변은 포함하지 않고,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논점들에 대한 오독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면 저도 더 이상 대꾸하지 않을 것입니다.)

 

5-2.

만약에 만약에 장하준이나 겨자님이 (2)를 부정한다고 가정합시다.

아니, (2)가 사실이 아니라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전제: 부국들이 빈국보다 더 강력한 보호무역조치 시행했다.

결론1: 따라서 부국들이 부국이 된 것은 보호무역조치 때문이다.

결론2: 따라서 빈국들도 보호무역조치 시행하면 부국될 수 있다.

 

이것은 타당한 추론, 논증입니까?

여기에

전제2: “보호무역조치의 장점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몇몇 이론이 있다

를 추가하면 타당한 추론이 됩니까?

 

형식 언어로 번역하면 이 추론이 오류라는 점이 금방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무수한 내생변수간의 상호작용인 경제 현상에 대해 얘기하노라면 그런 오류를 범하기 십상입니다.

경제학의 본령은 이런 오류들을 피하기 위한 훈련입니다.

직관에도 부합하고, 심지어 경제학 이론에 의해서도 지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추론들이 여러 오류 중 하나에 감염되어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는 훈련, 그 방법을 훈련하는 것이 경제학 교육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든, 반제국주의 이데올로기 때문이든, 다른 어떤 이유로든,

저런 식으로 사고하고, 정책 선택하려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됩니다.

, 경제학이라는 이름은 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긴급한 현실 과제에 대한 경제학의 한계나 무능, 이론-논리 집착(?) 을 비난하고 싶으면 하면 됩니다.

저야 그보다 나은 것을 알지 못하니 주의 깊게 잘 쓰는 게 최선이라고 믿지만, 못 믿겠다는 사람 다수를 설득할 자신도 없고,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런 방법론을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저 사실이 아닙니다.

차라리 장하준처럼, 주류 경제학보다 훨씬 뛰어난, ‘다른 어떤 것이라고 주장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제가 읽기로 어윈은 5-1 5-2의 경계를 타며 둘 다를 겨냥해서 쓰고 있습니다.

제 짐작으로 분량 제약도 고려하고 5-1을 강조하다가 5-2가 묻힐 가능성도 우려한 것 같습니다.

5-1은 보다 명백한 공지의 사실로 가정된 반면, 5-2는 학문적 교육적 목적에 의해 강조되었을 수도 있고요.

저라면, 글이 장황해지더라도 구별해서 둘 다를 얘기했을 것입니다.

어윈의 대상 독자와 저의 대상 독자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지금 듀게에 글을 쓰는 저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고요.

 

5-2의 요약이 장하준의 논지에 대한 부당한 단순화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겠죠.

출발점(2)를 포함한 다른 많은 내용이 덧붙여져야 하는데, 절반 정도 정리한 내용 그냥 올립니다.

어차피 읽는 사람도 적고 소수의 읽는 사람들에게도 별로 가치 있는 글이 아닌데, 길게 쓰는 건 여러 면에서 낭비니까요.

낭비는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공익을 위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어윈의 얘기는 없는 사료 번역해 가며 깊이 연구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1) 빈국의 흡연율이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

2) 빈국의 흡연율에 대해서 알 수 없()다면, 그런 주장이 아니라 다른 주장 – “예를 들어 보호주의 정책이 오늘날의 선진국의 성공을 어느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관한 주장 - 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일부 내용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책의 사례들은 이 책의 도발적 주장들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다.

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겨자님이 어윈을 오독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윈의 비평 맥락은 이해하지 못 했고, 인신공격은 했습니다.

또한, 겨자님이 어윈을 오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장하준 주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가 뻘글2의 요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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