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기다리던 프로였습니다.

 

제 관심은 임재범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그리고 PD이하 제작진이 과연 임재범을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였어요. 

 

첫방 시청 소감은.. 임재범이라는 사람을, 예능과 방송의 한계 내에서 그냥 보여주는 쪽을 택했군..하는 느낌? 사람들 긴장시키고 말도 많고 주목받기 좋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 그대로..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컨트롤 하기 어려운 사람이니, 원하는 대로 판 깔아주고 그 안에서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죠. 덕분에 프로그램이 다큐가 되긴 했지만, '임재범의 음악다큐'라는 부제를 걸고 있으니, 임재범 관찰 + 음악여행다큐 보는 느낌으로 시청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을 테고. 일요일 밤 6시에 저런 걸로 시청률이 나올 것 같냐, 평일 밤으로 옮겨라..이거야 제작진과 방송사가 고민할 문제죠.

 

진짜 문제는 어느 정도 가감 없이 보여지는 임재범의 성격이, 지켜보기 재미있고 긴장감 넘친다..고 좋게 이야기하고 넘어가기에는 사람을 좀 피곤하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나가수 초반에 임재범씨 본인 입으로 조울증, 우울증 이야기를 하셨죠. 멤버들 잠 안 재울 거라 강조하는 임재범의 윽박에, 지상렬도 '진짜 잠을 안자!!' 거들고. 확실히 재범씨는 정서?모드?변환이 통제가 잘 안 되는 사람 특유의 위화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게 긴장감일 수도 있고(승화되면 카리스마의 원천이 되지요.) 불편함이나 짜증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강한 매력일 수도 있지만, 하여튼 감각적으로 오는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임재범씨는 그 정도가 상당히 강렬합니다. 지켜보면서 제 머리가 다 지끈... 뭔가 막 소진되는 느낌??  좋은 쪽으로 말하면, (제 3자 입장에서는) 어디로 튈지 몰라서 긴장감 넘치고 흥미로운 것이지만, 반대쪽으로 말하면 보고만 있어도 어딘지 피곤해지죠.

 

이런 불편함은, 두시의 데이트에서 김어준과 윤도현이 언급한 '정말 말 많다..아줌마 수다 수준..'을 두 눈으로 확인케하는, 수다스러운 아줌마 꼰대? 마초? 느낌이라던가, 이 분 특유의 기로 압박하고 자기 느낌대로 나가는 성격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의 것입니다. 보여지는 성격 부분에 대해 저는 '아, 가까이서 같이 일하기 짜증나겠네 ㅋㅋㅋ'하다가 지상렬의 '형님이 제 동생을 태어났으면 좋겠어요..(한대 때려주게?)'하는 멘트에 낄낄대며 웃고 넘어갔지요. 원래 그런 성격인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런 부분과는 별개로, 그 분이 본능적으로 풍기는 특유의 불안하고 컨트롤 안되며 이질적인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긴, 이 부분에서 바로 임재범 특유의 긴장감과 시선을 주목시키는 흡입력이 생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양날의 칼이랄까.

 

하여튼 그런 '임재범' 덕분에, 그와 같이 있는 사람들은 긴장하고 불편해하며 자기 페이스를 찾기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바람에 실려'는 그런 사실을 편집으로 숨기거나 아닌 척 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때로는 부각시키는 쪽을 택합니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아슬아슬 긴장감 철철 넘치는 예능?으로 보이기까지 했지요. 임재범의 등장에 긴장해서 딱딱하게 얼어붙은 멤버들의 태도나,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강의에 짜증을 그득 담은 꼼지락거리는 손놀림, 스튜디오 녹화시 보는 사람까지 땀을 흘리게 만드는 오상진씨의 긴장하고 겁먹은 태도도 그렇고, 그런 긴장과 불편함을 참다 못해 소심한 반란을 계획하지만 '투표하기 전에 전멸시킬 것!'이라는 임재범의 윽박에 재압당하는 이준혁 등등. 그 속에서 제일 빛난 건 농반진반 '재범형님이랑 방송 할 때는 기저귀차고 나와..'하는 멘트를 치면서도 '예능인의 본분'을 위해 온 힘을 다해 깐족거린 지상렬 정도지요. 하지만 공항에서 이준혁이 두려움 잔뜩 담아 '(미국 여행)끝까지 같이 해주시면 안 돼요?' 하는 간청에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지상렬의 모습이 상징하듯, 그마저도 임재범과 '예능'을 하기 위해 정신 에너지를 있는 대로 쥐어짜내며 어마어마하게 소진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아 참, 불만 하나. 스튜디오에 임재범 팬들은 대체 왜 불렀답니까.  차라리 방청객 없이 자기들끼리만 녹화했어도 초반의 오오 재범 오오 수준의 오글 일변도로 흐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초반부에 대해 짜증난다 오글거린다 불편하다 등의 반응에는 팬으로 구성된 방청객이 만들어낸 특유의 분위기(와 팬들 덕에 더 업된 임재범)이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초반부에 대한 불쾌감? 오글거림?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이미지나 시청률에도 악영향을 미칠거라 생각.

 

그래도 공항씬 부터는 보기 편해졌습니다. 그제야 '본격 음악 여행 다큐'스러워지기도 했고. 특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후 예상치 못한 첫 무대, stand by me, 참 좋았습니다. 아..저런 모습을 보고 싶었어..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외국인들과 블루스를 추는 커플이 어우러진 즉흥연주와 즉흥무대, 그리고 신나서 흥얼거리는 임재범과 자유로운 분위기, 멋있었어요. 그리고 'left'로 끝나는 마루리 역시 ㅋㅋㅋ 위에 뭐라뭐라 쓰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전 임재범을 좋아해요. 아주 예전에, 이 사람 노래에 반해 넋 놓고 있는 저에게 심술 궂게 각종 악성 루머와 지인의 실제 경험담 따위를 잔뜩 주입하던 락빠돌-_-형님들의 방해에도, 전 임재범의 음색에 반해버렸죠. 더구나 비슷한(?) 부류의 사람으로, 심정적인 이해가 가미된 안쓰러운 마음도 가지고 있어요. 본인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되실 것이 뻔한 그 성향 덕에 주변인의 막대한 피해는 물론 분명 본인도 참 괴로울텐데, 그럼에도 부디 하늘이 내린 재능을 무기로 잘 살아가시기를, 성장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거든요. 나이도 많이 드셨으니 (ㅋㅋ) 좀 유해지시지 않을까 혹은 수행이 더 되시면 훨씬 더 나아지시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도 있고. 그래서 나가수의 대성공이 참 반가웠어요. (하지만 마무리와 논란들은 역시나 다운?? 모습;;;) 그러니 이 음악여행에서 즉흥공연 등 멋진 음악적 장면들만 뽑아내 준다면, 전 불편해하면서도 또한 흥미진진해하며, 긴장감과 애정을 가지고 '바람에 실려'와, 임재범을 지켜볼 것 같아요.

 

음, 하나 안심되는 것. 전반적인 편집도 그렇고, 임재범을 보여주는 전략도 그렇고, 제작진과 PD의 센스가 괜찮더군요. 초기 스튜디오 녹화분은 임재범의 방출하는 기를 컨트롤하지 못해서인지 붕붕 건너뛰고 불안한 감이 있지만, 임재범을 보여주는 방식이라던가 미국 도착 후의 편집 분량을 보면 자신들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감을 잡고 있는 것 같고, 전반적인 방향은 괜찮았어요. 집드림 대망하니 임재범 내세워 예능이나 한다 하고, MBC예능국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나..싶던 우려와 달리, 생각 보다 '바람이 분다' 제작진의 능력치가 좋은 것 같아서 안심했어요. 제영재 PD도 있던데, 이 분 무한도전에도 있으셨던 분이죠??  

 

결론은...임재범은 예상했던 대로. 한국땅이 아닌 이국땅에서, 특히 여행 중에는 좀 더 자유롭고 편해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임재범'과 '예능'과 '돌발사고'만 예상했지, '음악다큐'는 별생각 없었는데, 생각보다 '음악'쪽이 흥미진진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음. 오늘 마지막의 길거리 공연이나 예고에서 나온 '즉석음악' 장면들에 준하는 씬들만 제대로 나와줘도, 뭐... 다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 떠나도 힘든게 여행인데, 예능 생초보들이 대거 섞인 멤버구성에 폭탄까지 안고 가니, 다른 멤버들이 지치고  짜증섞이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줄까 봐, 그게 걱정. 무한도전도 여행만 가면 재미없어지더만. (남격도 배낭여행에서..음..-_-) 부디, 부디, 무사히 잘 흘러가길 빕니다.

 

그리고 대놓고 '얼굴마담'으로 초대 된 이준혁씨. 정말 송승헌 닮았네요.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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