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작품이고 런닝타임은 2시간 11분. 장르는 뭐 막 뒤섞여 있는데 일단 가장 큰 덩어리는 스릴러구요. 스포일러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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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마약 카르텔...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구요.)



 - 영화가 시작되면 쌩뚱맞게 우주가 보입니다. 그러다 궤도에 떠 있는 인공위성도 보이고, 지구도 보이고, 브라질 땅이 보이고... 하다가 장면이 바뀌면 낡아빠진 트럭에 탄 남녀의 모습이 보여요. 지명수배된 자기들 친구 얘길 주절주절하다가 도로에 널부러진 빈 관짝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뭐... 암튼 이들의 목적지는 '바쿠라우'라는 외딴 마을이고 그 마을의 족장쯤 되는 할매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온 겁니다. 남녀 중에서 여자 쪽이 손녀인 듯 하구요. 


 이 마을의 상태는... 참 희한합니다. 학교도 있고 핸드폰도 터지고 학교 선생은 태블릿으로 수업도 합니다. 애들은 아디다스 옷 입고 뛰어다니구요. 그런데도 동네 분위기는 21세기 근미래(시작할 때 '몇 년 후'라고 나옵니다)는 커녕 무슨 아마존 깊숙한 곳에 숨어 사는 부족들 느낌. 할매 할배들 중엔 정말 문자 그대로 누드로 돌아다니는 양반들도 있어요. 할아버지 고추도 나오고 막(...) 젊은이들은 그래도 요즘 사람들 같지만 그 중간 연령대 분들은 또 20세기 중반쯤 되는 느낌이구요.


 '황폐하다'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느낌이 많이 달라요. 대체로 황폐한 게 맞긴 한데 사람들은 그냥 멀쩡히 버티며 살고 있어요. 근처의 댐을 차지한 나쁜 놈들이 물 공급을 끊어 버려서 한참 먼 곳에서 트럭으로 물을 실어다 날라야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잘 삽니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되게 분위기도 좋아요. 누가 대장 행세하고 이웃들 갈구고 그런 것 없이 그냥 있는 거 나눠 먹으면서 화목하게 잘 사네요. 어쩌다 가끔 들르는 외부인들에게도 친절하구요.


 그런데 갑자기 마법처럼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거죠. 구글 지도에서 이 마을이 사라졌습니다? 핸드폰이 안 터지네요? 하늘엔 아담스키 UFO처럼 생긴 드론이 붕붕 날아다니고. 한밤중에 인근 목장의 말들이 뛰쳐나와 마을을 달리구요. 그 시국에 문득 굉장히 수상쩍은 바이커 커플이 나타나 어슬렁거리구요. 그러다 결국에는 잔혹하게 살해된 주민의 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하고...



 - 사실 이 마을 사람들이 처한 위기가 어떤 것인지는 스포일러가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의 영화 소개글이나 리뷰에서 언급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영화에서 그게 구체적으로 밝혀지는데 50분이나 소요가 되고, 그래서 그 동안은 알쏭달쏭 궁금함으로 보내는 편이 훨씬 재밌을 것이기 때문에 이 글에선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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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무슨 브라질 민속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느낌입니다만.)



 - 기본적으로는 웨스턴입니다. 선량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을 갑자기 나타난 악의 무리들이 위협하고. 결국엔 마을 사람들 중 그나마 젊고 능력 되는 애들 중심으로 그에 맞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뭐 그런 스토리구요. 목장도 나오고 말도 나오고 총도 나오고 최후의 결전도 나와요. 다만 현지색이 엄청 강한 브라질 깡촌 버전 웨스턴이랄까요. 그리고 여기에서 '브라질 깡촌 버전'이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전반부 거의 한 시간 정도는 브라질 오지의 부족민들을 탐사하는 다큐멘터리 보는 느낌으로 느긋~하게 이 동네 풍경, 동네 사람들을 보여줘요. 결국 이 또한 아주 서서히 시동을 거는 이야기인 것이구요.


 동시에 사회/정치 풍자극인데요. 기본적으로 '압제자 vs 민중'의 대결 구도로 가는데 그게 그냥 보편적인 세팅이 아니라 역시 브라질 색채가 강해요. 전 무식해서 브라질 현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대충 주워들은 내용들이나 영화 속 디테일 같은 걸 감안할 때 실제 브라질 민중들의 역사나 현실을 상당히 많이 반영한 이야기라고 짐작을 하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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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분위기는 전원 SF??)



 - 다만 여기에 비현실, 초현실적 분위기가 강하게 들어갑니다. 대표적인 게 UFO 드론이죠. 진짜 UFO는 아니지만 생긴 게 정말 너무 그럴싸한 UFO라서 이게 등장해서 붕붕 날아다닐 때마다 '부족' 갬성 낭낭한 바쿠라우의 풍경과 어우러져 괴상한 분위기를 조성해요. 현대인인 듯 원시 부족민인 듯 뭔가 마구 뒤섞인 주민들 풍경도 생경하구요. 거기다가 나중에 등장하는 빌런들도 희한합니다. 그들의 정체나 목적 같은 건 B급 장르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인데, 이들의 묘사가 전형적이지 않거든요. 되게 살벌한데 동시에 대놓고 모자라고... 그런데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집단 또한 브라질 현실에 대한 비유가 아니었나 싶구요.


 암튼 영화가 뭔가 시작부터 끝까지 '혼돈의 도가니탕'입니다. 얼개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뻔한 이야기인데 그걸 갖은 디테일과 양념을 쳐서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괴상한 볼거리로 만들어내는 거죠. 그리고 그 볼거리가 상당히 매혹적입니다. 보다보면 '뭔진 모르겠지만 빠져드네'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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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부만 넘기면 화끈한 장르물의 재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 그렇게 희한한 볼거리이지만 동시에 장르물이구요. 장르물로서 해야할 일은 또 다 잘 해 줍니다. 우리의 선량한(?) 바쿠라우 주민들은 결국 항전을 결심하고, 막판에 정말 화끈하게 반격을 해줘요. 거의 두 시간 동안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 그리고 그때 쯤에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정치적 메시지가 선명하게 들어가는데 이게 참 잘 섞여들어가서 마지막 액션의 쾌감을 더해주고는 이어지는 마무리 단계에서 살짝 울컥하는 감동 비스무리한 것까지 느끼게 해줍니다. 두 시간을 보면서도 그런 류의 기분이 들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막판에 갑자기. 굉장히 기억에 남는 멋진 결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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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입니다. 정말로 특별한 주인공 없이 이 동네 주민 집단을 주인공으로 놓고 전개되는 이야기에요. 파워 투 더 피플!!)



 - 스포일링을 하지 않으면서 이야기 하자니 정말 할 말이 없기도 하고. 영화가 좀 소화하기 버거운 감도 있고 해서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영화 홍보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구라 문구들 중 하나가 '이전에 없었던!!!' 이잖아요. 진짜로 그런 기분이 들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평범한 B급 감성 장르물에 브라질의 정치, 사회, 전통 문화와 역사 등등 온갖 브라질스런(...) 것들을 다 때려박고 쉐킷쉐킷해서 결과적으로 아주 독특한 물건을 만들었구요.

 보통 이렇게 독특함으로 승부하는 영화들의 경우엔 정작 자기가 선택한 장르의 재미를 살짝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환 양쪽 다 잘 챙겨내서 재미도 좋습니다.

 덧붙여서 거의 선동에 가까운 결말의 장면들은 참 갑작스럽지만 감동적이기까지 했다는 거. ㅋㅋㅋ

 의도치 않게(?) 되게 재밌게 봤어요. 아주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보다보면 대부분 적응해서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싶고. 좀 튀는 영화 즐기시는 분들에게 강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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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다보면 상당히 당황하게될 장면. 이게 뭐지? 싶은데 이런 식의 장면이 계속 나와요. ㅋㅋㅋ)




 + 넷플릭스 한달 값보다 비싼 올레티비 부가 서비스가 던져준 영화였습니다. 이런 영화 한 달에 서넛만 걸려도 그 돈 안 아깝긴 합니다만. 당연히도 이런 영화는 흔치가 않은 것이라 서비스 유지 여부를 상당히 자주 고민하곤 합니다.



 ++ 특히 맘에 들었던 건 빌런이 이 마을 박물관에 들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전부터 주민들이 자꾸 박물관 박물관 거리면서 자랑스러워하길래 도대체 뭐가 있나 했더니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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