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짬뽕 한 봉

2011.09.15 17:25

메피스토 조회 수:3607

내가 동네에서 본 일이다.

 메피스토라는 사람이 동네구멍가게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나가사키짬뽕 한봉지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라면이 못먹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가게 주인의 입을 쳐다본다.

가게 주인은 메피스토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라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라면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이번엔 편의점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라면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나가사키짬뽕입니까?" 하고 묻는다.

알바생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라면을 어디서 훔쳤어?" 메피스토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이렇게 구하기 힘든 라면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메피스토는 손을 내밀었다. 알바생은 이 무슨 광인인가 하며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라면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라면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라면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 구하기 어려운걸 구해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나가사키짬뽕을 한봉지만 줍니까? 마트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묶음으로 파는 가게도 열에 하나꼴로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하나 가게를 뒤져가며 물건을 찾았습니다. 가는 동네마다 이러기를 수차례하여 겨우 이 귀한 나가사키짬뽕 한 봉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라면을 얻느라고 수주일이 꼬박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라면을 사려고 했단 말이오? 그 라면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라면 한 봉이 갖고 싶었습니다."

 

 

 

 

 

p.s ; 아까워서 못먹겠으니 시식기는 나중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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