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5 11:02
제 얼굴에 침 뱉기인 줄은 알지만 하나만 털어놓으려구요
저희 외갓집은 엄마가 결혼 하기 전까지 무척 부유하게 살으셨다고 해요
엄마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국민학교 육성회비를 사는 형편에 따라
냈다고 해요. 그 당시 육성회비가 50원 정도 했다는데
엄마는 5000원 정도를 내셨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에 어느 정도로 잘 사셨는지를 짐작만 할 뿐입니다.
그런데 결혼할 즈음에 가세가 기울면서 지금의 외갓집 (덩그러니 집 한 채) 이 되었다죠
그러니까 제가 본 외갓집은 덩그러니 집 한 채 있는 평범한 시골 집이 전부인 것이죠
아빠 집 역시 가난한 집이었고 특별히 물려받은 재산도 없어서
저희 네 식구(엄마,아빠,오빠,저)는 풍족하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낸 것이죠
형편이 그렇다보니 제가 자라면서 보아온 엄마의 모습은
늘 근검절약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었죠
예를 들면, 자습서 한 권을 사더라도
'공부나 잘하면서 사달라하면 억울하지는 않겠다.'
는 뻔한 잔소리와 눈치밥을 먹으며 사야 하는 그런 집이요.
그러다가 제가 결혼을 하면서 저희 집안 형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시골이지만 그래도 남들을 부러워하며 살지는 않는 정도의 형편은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형편이 풀리다보니 유년시절 엄마의 소비 습관이 그대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제 평생에는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저와 오빠에게는 너무도 낯선 모습이죠
아마 아빠 역시도 그렇겠지만 아빠는 그럭저럭 봐주고 계십니다
아마도 평생 고생한 엄마에 대한 미안함에서 그런 것일 테고
그 정도는 커버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려니 하고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로 고급스러우시냐면
일단 수입제품이 아니면 사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명절이나 생신 때 우리 형편에 맞는 선물을 사가면
당연히 엄마는 그닥 좋아하시지 않죠
고맙다는 말은 하시지만 사용하지는 않는 거죠
그러니 저는 당연히 제 남편에게 눈치가 보입니다
얼마전에는 몸이 좋지 않으셔서 동네의 제법 큰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경과가 좋지 않아서 고려대학교 병원에까지 입원을 하셨는데
그 와중에도 아이크림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며느리에게 아이크림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시고는 나한테 맞을지 안맞을지 모르니까 일단
여러 제품을 다 사오라고 시키신 거죠
저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말은 못했지만
새언니와 남편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새언니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직 덜아프다며 제대로 한번 쓰러져봐야
나 죽는다고 고래 고래 소리칠 거라며 오히려 제가 엄마에게 면박을 주었었죠
오빠와 나만 몰랐을 뿐 엄마의 원래 모습이 저랬다는 것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20년 넘게 저렇게 살고 싶은 것을 꾹꾹 참고 사시느라
속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되었을까를 생각하면 조금 미안하기도 하네요
그렇지만 황당하고 적응안되는 것은 여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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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에서는 사람들이 잡혀가고 목숨걸고 투쟁하는데
뭐하는 짓이냐고 했다가 "빨갱이년" 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조,중,동을 좋아하시지는 않지만 그쪽 계열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