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무소유, 확립)

2019.03.27 12:11

안유미 조회 수:471


 1.돈을 편리하게 여기는 이유는 물건을 싫어하는 성향이어서기도 해요. 물건이나 물품 등...실체가 있는 용품들 말이죠. 물욕이나 소유욕 같은 게 없는 건 아니지만 내 소유나 내 명의로 된 물품들은 왠지 가지면 가질수록 귀찮고 곤란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게 좋은 물건일수록 휴대, 보관, 관리에 신경써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지방에 며칠 놀러갈 때도 차를 태워다주는 사람에게 신세지면서 아무것도 안 가지고 가요. 아니 사실 2~3일 정도가 긴 시간은 아니지만 희한하게도 충전기에서부터 감기약, 갈아입을 옷이라던가 속옷까지도 가방에 넣어 오는 사람들도 분명 있거든요. 귀찮은 것도 잘 감수한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해야 하나.


 이런 점에서 보자면 역시 나는 현대 사회에 태어나길 잘 한 거예요. 현대 사회에선 데이터가 담긴 카드 하나만 확실히 가지고 있으면 무엇과도 교환할 수 있으니까요. 물건을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돈의 제일 좋은 점이예요. 뭔가를 가지고 있기를 싫어하는 내게는요.



 2.게시판이나 개인sns 같은, 실체 없는 공간도 그래요. '내 것'이라고 명명지어진 블로그나 개인sns 같은 곳에 글이나 창작물을 올려본 법이 거의 없거든요. 오래 전에 만화를 그릴 때도 남의 사이트에 그려올렸고 그냥 소소한 글을 쓸 때도 듀게나 다른 사이트에 끄적거려 놓고 있죠.


 그야 가끔은 나도 내 블로그 개인 sns같은 공간을 꾸려 볼까...하는 마음도 들지만 역시 성향상 맞지 않나 봐요. 다른 사람의 사이트나 다른 주체가 운영하는 게시판에 글을 쓰곤 하니까요. 아직까지도.



 3.그리고 요즘 느낀 건 여자친구(...)까지도 내 것이 없다는 거예요. 내가 만나는 모든 여자는 결국 남자친구-공식적인-가 있거든요. 그녀들에게 있어 카톡 프로필에 올릴 만한 잘생긴 남자친구든, 맨날 바가지 긁고 자존심을 긁어대며 하인 다루듯 하는 남자친구든...'진짜 남자친구'라고 할 만한 존재가 따로 있는 거예요.


 하여간 잘 모르겠어요. 그런 여자를 만나면 그녀가 내게 와서 머물다 가는 건지, 내가 그녀에게 머물다 가는 건지 말이죠.



 4.휴.



 5.그러고보니 사회적으로 봐도 그렇군요. 그야 세금은 잘 내고 있지만...글쎄요.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린 사람들이 보면 나는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으니까요. 딱히 아이를 낳아서 인구구조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고...누굴 책임지는 것도 아니고...뭐 그래요.


 일도 직접 일해서 벌지 않고 돈이 일해서 벌도록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으니...내가 사라진다고 해서 곤란해질 업체나 노동자들은 없는 거예요.


 

 6.과거로 돌아가서 아주 어렸던 내게 이 얘기를 해주면 어떨까요?


 '와 멋진걸 그렇게 흐느적거리며 자유롭게 살다니! 해냈구나 나! 내가 바라던 미래가 바로 그거잖아! 만세! 니가 해냈어! 내가 해냈어! 존나 쩌는 인생을 살 수 있겠어!'


 ...라고 환호할지도 모르죠. 왜냐면 어렸던 그녀석은 살아보지도 않고 대충 짐작으로 그런 삶이 멋있다고 여길 거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면 나의 존재가 아무것도 확립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그런 느낌인 거예요. 누구에게도 어떤 의미도 없는 사람으로 사는 거니까요. 


 

 7.생각해 보세요. 어느날 누군가의 아버지가 사라지거나 누군가의 남편이 사라지거나 누군가의 소중한 남자친구가 휙 사라져 버린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난리가 날 일이겠죠. 누군가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람이 휙 사라져 버린 거니까요. 울면서 경찰서를 찾아가고 거리에 벽보를 마구 붙이고 인터넷에 도와달라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나는 어떨까...라고 생각해 보면 가끔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내가 어느날 흔적도 남기지 않고 휙 사라진다고 가정해 보면? 사회에 나와서 만난 사람들 중 나를 수소문하러 나설 만한 사람은 딱 한종류...술집 호스티스들 정도겠죠.


 그야 걔네들도 나를 죽어라고 찾지는 않을 거예요. 한 한달정도 찾아보다가 '그 자식, 결혼이라도 했나보네. 완전 우리를 끊어버리기로 작정했나봐.'라면서 찾기를 그만두겠죠. 



 8.그나마 걔네들은 나를 한달이라도 찾겠지만 내게 와서 머물다 가는 유사 여자친구들이나 동호회 사람들은 내가 사라진다면 뭐라고 할까요? 아마 걔네들은 이러겠죠.


 '아아 여은성 그녀석은 원래 좀 이상했어. 게다가 그놈은 자기가 우리들보다 잘난 줄 아니까 작별인사할 가치도 못 느낀 거겠지. 끝까지 재수가 없네.'


 라면서 그냥 잊어버릴 거거든요. 뭐...그럴 거예요.



 9.이렇게 쓰면 마치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후회하고 다르게 살려는 것 같겠지만 그건 아니예요. 나는 그냥...앞으로도 남자친구 있는 여자나 만나면서 살겠죠. 글도 이렇게 남의 게시판에 쓰고요. 지갑은 계속 안 가지고 다니면서 가끔씩 나를 생각해 주는 여자에게 '선물로 지갑 하나 사 줄까?'라는 말을 들으면 손사래를 치고...뭐 그러겠죠.


 하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약하다...는 거예요. 바뀌지 못하고 계속 생겨먹은 대로 살면서도 '만약 이랬다면...만약 저랬다면...'하고 넋두리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날 거란 거죠. 예전에는 엄청나게 강(剛)해서 자기완결된 나 자신으로 잘 살았지만 이젠 글쎄요. 내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게 아니라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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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뭘할까...오늘은 오래 전 알았던 게임 관련 멤버들이 용산에서 모인다나 봐요. 이따 저녁에요. 원래 갈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가 '네가 오면 걔네들 좋아할걸.'이라고 아침에 톡을 보내왔어요. 친구는 그런 걸로는 빈말을 안 하죠.


 내가 가면 걔네들이 좋아한다라...그 말을 들으니 그냥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나는 더이상 게임을 하지도 않고...게임과는 상관없는 사람이 됐죠. 뭐 그래요.


 하지만 어제 쓴 대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잘 해야겠어요. 활달함을 끌어올려서 걔네들을 막 웃겨주고 돌아와야겠어요. 그런 재밌는 사람 연기를 한번 하고 돌아오면 진이 다 빠지긴 하지만...그래도 나를 만나는 순간에는 그게 누구든 즐겁게 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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