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는 없겠지만 사실 뭐 대충 뻔해서.



 - 영화가 시작되면 웬 옛날 시골 풍경이 나옵니다. 예쁘장하지만 짓궂은... 을 넘어 좀 지나치게 사악한 어린 여자애 둘이 별로 안 잘생긴 남자애 하나를 격하게 성희롱하고 굴욕감을 줘요. 그리고 그 남자애는 상황을 주도한 여자애 한 명을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현재로 점프. 미모의 여대생이 주인공입니다. 집안 사정이 팍팍해서 학비 & 가족 부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걸하우스'라는 곳에 취직하기로 결심을 해요. 이곳은 그러니까 온라인 포르노 사이트인데... 컨셉이 이름 그대로 커다란 저택 하나에다가 예쁜 여자애들 잔뜩 모아 놓고 생활하게 하면서 그 모습을 24시간 캠으로 중계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예쁜 여자애들은 다 노트북을 하나씩 갖고서 팬들 상대로 채팅을 하며 벗고 춤추고 뭐 그러고. 남자 배우도 한 명 상주하고 있어서 가끔 본격... 음... 암튼 뭐 그런 걸로 돈을 버는 겁니다. 상냥한(!) 갑부 사장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최고의 네트워크 전문가들이 늘 상주하고 있어서 절대 해킹의 위험도 없고, 집의 위치도 극비라 저얼대로 신상이 공개될 일도 없다고.

 암튼 그래서 주인공이 이 곳에서 일하게 되는데, 뭐 동료들도 다 성격 좋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심지어 한 번 해보니 본인 스스로도 몰랐던 소질이 막 폭발하는 것 같네요. 그래서 기쁜 맘으로 일을 하는데... 근무 딱 하루만에 초,중,고 동창 남자애가 온라인으로 본인을 알아보고 접근하기 시작하고, 동시에 (아마도 도입부의 그 살인 어린이였을) 걸하우스에 중독된 폐인 하나가 주인공에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이 양반 직업이 하필 온라인 네트워크 전문가입니다...



 - 속셈이 아주 뻔한 영화입니다. '싸구려 에로틱 슬래셔 영화를 만들어 해당 수요층에 어필하겠다'는 거죠. 그리고 자신이 의도한 일을 아주 열심히 합니다. 사실 '야함' 의 수위로는 그냥 멀쩡한 넷플릭스 드라마들의 베드씬들보다도 약해요. 하지만 그래도 빈도면으로라도 일(...)을 게을리하진 않구요. 슬래셔로서도 할 일을 다 하기 위해 늘 과도하게 잔인하고 쓸데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이 죽어나가고, 또 아주 많이 죽습니다.



 - 사실 위 문단의 처음 두 문장으로 이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다 얘길 했어요. 수요층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딱 그 방향과 수준에 맞춰 성실하게 만든 싸구려 에로틱 슬래셔 무비입니다. 진지하게 평하면 지는 거죠. ㅋㅋ 그래도 글 적는 김에 괜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당연히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말이 안 됩니다. 철옹성이라던 '걸하우스'의 보안은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빌런과 동네 주민들(?)에게 뚫려버리구요. 그냥 고도 비만의 방구석 폐인이었던 우리 빌런은 후반부에 갑자기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급의 먼치킨이 되어 다 쓸고 다니구요. 그 외의 디테일까지 들어가면 끝도 없으니 여기까지만.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도 그래요. 음... 그냥 그만할래요. ㅋㅋㅋ '엉망'과 '대충'을 디폴트로 깔고 가는 영화라 이런 걸 하나하나 지적하는 건 너무 시간 낭비네요.



 - 근데 놀랍게도 좋게 봐 줄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중후반 이후로 벌어지는 학살극은 그 상황의 압도적인 멍청함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느낌이 조금은 살아 있어요. 그 많은 인물들 중 대부분을 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는 식으로 슬래셔 장르에 대한 도리를 지키려 애쓰는 것도 갸륵한 부분이구요. 또 그 과정에서 살짝은 의외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구요. 뭣보다 마지막에 벌어지는 주인공과 살인마의 1 vs 1 대결이 '나름 신경 썼네?'라는 정도의 퀄리티는 되면서 마무리는 상당히 슬래셔 무비스럽게 좋습니다.

 그리고 보다보면 크게 재미는 없어도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아요. 대놓고 노린 자극적인 장면들의 연속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애초에 명작이 될 생각조차 없었던 영화이고 보는 사람도 아무도 그런 거 기대하지 않을 테니 '지루하지 않다'는 건 상당한 미덕이겠죠.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마지막 문단 때문에 낚이지 마세요. 잘 만든 영화도 아니고 재밌는 영화도 아닙니다. ㅋㅋ 소재와 설정의 특성상 늘씬한 글래머 여성들의 육체를 착취하는 게 50%인 영화이고 그걸 뭔가 다르게 포장해볼 의지도 별로 없기 때문에 듀게 분들이라면 보면서 불쾌하실 경우가 많을 거에요.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대놓고 싸구려에 야하고 자극적인 한 시간 40분을 보낸 후 곧바로 다 잊어버릴 용도의 영화를 원하신다면... 뭐... ㅋㅋㅋ




 - 여담이지만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가 예뻐요. 극중 역할이 늘씬하고 예쁘지만 동시에 수수하고 착실하면서 '그런 거 안 할 것 같은' 캐릭터인데 정말 딱 그렇게 생겼어요. 그리고 숱한 조연들이 영화의 의도대로 온몸을 내던지는(...) 와중에 홀로 노출씬이 없습니다. 아마도 나름 캐릭터성을 지켜주기 위한 감독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네요.



 - 사실 뭐 자극적인 장면들 같은 건 대체로 그러려니 하면서 봤는데, 딱 하나 많이 거슬렸던 게 살인범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과거 장면에서도 현재 장면에서도 이 양반이 폭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늘 상대방 여자가 먼저 자극을 해서 폭발하거든요. 다행히도 대놓고 범인에게 연민을 표하는 연출은 없지만 그래도 좀 찜찜할 수밖에.



 - 얼굴 까고 사생활 다 생중계하는 포르노 사이트에서 일하게 하면서 '절대 신상이 유출되지 않을거야'라고 설득하는 사장이나 그 말을 믿고 취업하는 주인공이나 도대체 뭔 생각이었던 건지...

 그리고 영화 속 '걸하우스'는 되게 유명한 사이트이고 이용자도 전세계적으로 엄청 많은 걸로 묘사되는데 (주인공이 출연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길거리 남자애들이 막 알아보는 연출이 나옵니다) 영화 속 장면을 보면 동시 접속자는 고작 천명 수준입니다. 장난하나.



 - 요즘 세상에 이런 내용의 영화를 만들어 내놓는 게 좀 찔렸는지 중간중간 여성 혐오의 혐의를 벗고 싶은 감독의 소박한 심정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종종 있습니다. 사실 영화의 셀링 포인트는 분명 여성 혐오적 소재인데 인물 하나하나의 행동들을 보면 그거랑은 다른 방향으로 가는 내용이 더 많아요. 그래도 근본적인 한계는 벗어날 수 없겠습니다만, 감독의 그런 심정은 충분히 전달이 되더군요. 원래 그런 분 아니시라는 건 알겠어요 감독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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