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입니다. 두 시간 조금 넘구요.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썸네일의 아담 샌들러 얼굴에 조금 압박감이 있습니다만... 저게 그나마 영화 내내 가장 상태 좋은 모습이라는 거. ㅋㅋ)


 - 아담 샌들러가 연기하는 '하워드'란 녀석은 정말 정이 안 가는 녀석입니다. 일단 유태인이고 보석상에 농구 매니아입니다. 돈 벌기 위해서라면 불법이든 장물이든 어리숙한 고객들 뒷통수를 치든 어떤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엘사랑 목소리가 똑같은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 둘을 키우고 있지만 외모만 보고 뽑은 자기 부하 직원과 시내 아파트에서 대놓고 바람을 피우고 있구요. 맨날 여기저기서 돈 빌려서 농구 결과 도박에 돈을 쏟는데 그러다 빵꾸가 나도 별로 신경도 안 쓰고 또 다른 데 빚을 지거나 아무거나 전당포에 맡기거나... 암튼 되게 마이웨이면서 대책 없이 막 사는 인간이죠.

 암튼 이 인간이 인생 한 방을 노리고 아프리카에서 오팔 원석, 그러니까 '언컷 젬스'를 들여오고, 그걸로 한 몫 해보려는데 일이 꼬이기 시작하고, 꼬인 데서 또 꼬이고 다시 꼬이고 계속 꼬이면서 상황은 점점 나빠져만 가는데 정작 본인은 정신을 안 차리고 계속해서 더 큰 사고를 치는... 뭐 그런 내용의 영화입니다.



 - 사프디 형제... 의 영화라는 걸 꽤 큰 홍보 포인트로 잡고 있는데 전 이 분들의 전작을 본 게 없어요. 그래서 그 쪽으론 할 말이 없구요.

 뭔가 90년대말, 00년대 초에 많이 나왔던 영화 스토리들과 비슷한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본인 삶에 만족 못하던 소시민들이 어쩌다 인생 대박 찬스를 잡게 되어서 거기에 뛰어들고. 처음엔 단순하고 쉬워 보였던 일이 운명의 장난으로 살짝 꼬였다가 그게 점점 걷잡을 수 없이 꼬이면서 결국 하나 둘 파멸해나가는... 일단 '쉘로우 그레이브' 생각이 나고 또 제가 좋아했던 샘 레이미의 '심플 플랜' 생각도 나구요. 올리버 스톤의 '유턴'도 조금 우기면 이 족보에 넣어줘도 될 것 같고 또 뭐가 있더라... 코언 형제의 '파고'도 조금 비슷한 패턴이겠네요.


 암튼 이 영화도 상당히 모범적으로 그 패턴을 따라갑니다만. 한 가지 큰 차별점이 있다면 주인공 캐릭터에요. 위에서 이미 말 했듯이 이 인간은 정말 정이 가는 구석이 단 하나도 없는 놈입니다. 대단한 빌런까진 아니지만 그냥 되게 나쁘고 찌질하고 못돼먹은 놈이죠. 스스로 남에게 해를 가하기 위해 뭘 하는 인간은 아닌데 뭐랄까... 책임감이란 게 단 0.1ppm도 없으면서 욕망은 강하고 행동력은 쩔다 보니 그냥 숨쉬는 것 자체가 민폐.

 위에서 말한 저런 스토리의 다른 영화들의 경우엔 주인공이 시작부터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이더라도 뭔가 일말의 감정 이입 여지를 만들어둬서 씁쓸한 페이소스 같은 걸 남기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느낌이 거의 없어요. 이게 신선하다면 가장 신선한 부분이었네요.



 - 또 한 가지 특징이라면 굉장히 '정신이 없다'는 겁니다. 상영 시간의 거의 대부분,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시종일관 속사포처럼 말을 뱉으면서 소리를 질러요. 또 대화가 처음엔 1:1로 진행되다가도 조금 있으면 또 하나가 끼어들고 또 하나가 끼어들고 이러면서 서로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해대구요. 여기에다가 툭툭 끊어지는 빠른 편집까지 가세하니 영화 시작하고 대략 30분 동안은 그냥 대략 정신이 아득해진 상태로 보게 됩니다. 이후에도 이런 분위기는 그냥 끝까지 가지만 그래도 적응 되고 나면 볼만 해요. ㅋㅋ 게다가 어차피 그 어마어마한 대화들 중 상당 부분은 '쟤가 지금 화가 나 있다'는 것 정도만 이해해도 될 그런 대화들이라(...)

 그리고 이런 정신 없음은 주인공의 처지, 주인공의 캐릭터와 잘 어울리니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구요. 이야기 자체가 복잡하게 꼬이는 건 없어서 이해가 안 돼서 스트레스 받고 되돌리기하고 그럴 일은 없었네요.



 - 아담 샌들러의 연기가 정말 좋습니다. 정말 정이 안 가는 놈이라고 두 번이나 적어 놓았지만 암튼 이 캐릭터 자체는 정말 걸작이에요. 아담 샌들러는 '이걸로 상 못 받으면 나 다시 쓰레기 영화(?)들만 출연할 거야'라고 선언했고 상은 하나도 못 받았습니다만. 그래도 칭찬은 엄청 받았겠죠. ㅋㅋ 진짜 잘 했어요.

 그 외의 캐릭터들은 뭐... 워낙 주인공이 다 해먹는 영화라 그렇게 눈에 띄는 인물은 없지만 연기들도 다 괜찮고 뭣보다 캐릭터들 자체가 괜찮습니다. 되게 뻔하게 이러저러한 캐릭터... 라는 느낌으로 등장해서 그런 캐릭터 역할을 수행하는데 중간중간 의외의 면모들을 살짝살짝 뿌려줘서 다들 입체감이 있고 살아 있는 인물 같은 느낌이 들어요. 뭐 그래봤자 결국 정 줄 수 있는 캐릭터가 거의 없긴 합니다만. ㅋㅋㅋ



 - 뭐 솔직히 말하자면 다 보고 나서 감동을 받거나 아님 충격을 받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대체로 예측 가능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그 이야기에 무슨 깊은 울림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었구요. 하지만 배우들 연기에서부터 각본, 연출까지 뭐 하나 빠지는 데 없이 잘 만들어진 영화이고 시종일관 에너지가 넘쳐서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을 충분히 즐겼습니다. 그랬으면 된 거죠 뭐.

 기본적으로 불쾌한 인간들이 나와서 두 시간 동안 시끄럽게 떠들고 고함쳐대는 칙칙한 영화이니 그런 게 싫으신 분들은 피하시는 게 좋겠구요. ㅋㅋㅋ




 + 주인공이 nba 매니아이고 nba의 레전드 케빈 가넷이 케빈 가넷 역으로 나오는데 이게 단역 같은 게 아니라 가장 비중이 큰 조연입니다. 그리고 배경이 과거이고, 당시 케빈 가넷의 실제 농구 경기를 꽤 중요한 소재로 삼기 때문에 nba 팬이시라면 본의 아니게 셀프 스포일러를 당하실 수 있습니다. ㅋㅋ 근데 뭐 그게 크리티컬한 건 아니구요. 케빈 가넷의 케빈 가넷 연기는 그냥 괜찮았습니다. 



 ++ 이디나 멘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 같은 건 안 나옵니다. 드레스를 걸치고 잠깐 폼 잡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당연히 엘사 드레스는 아니구요. ㅋㅋㅋ



 +++ 예전 팝 음악들이 이것저것 짧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 노래를 참 오랜만에 듣고 반가웠네요.



 흘러나오는 상황 자체는 좀 웃겼습니다만. ㅋㅋ 참 좋은 노래죠. 이제 곧 나온지 30년...

 ...요즘 전 왜 자꾸 쓰는 글마다 결론이 탑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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