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미래(from 김두일)

2020.07.12 10:34

사팍 조회 수:846

7/11 생각: 정의당의 미래
1.
2015년 상하이에서 노회찬 의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뒷풀이 자리에서 술도 한 잔 하면서 진보정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와 노동에 대한 정책공약집은 새누리당, 민주당, 정의당의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대단히 유머러스하게 말했지만 나는 그 부분이 정의당이 가지고 있는 큰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정당과 정책적으로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 진보 정당은 지지세를 넓혀가기 힘든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2.
우리나라의 진보정당은 재벌위주의 경제성장 정책에서 소외 받아온 노동자를 위해서 탄생되었다.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정의당으로 이어지는 진보정당의 계보에서 당의 정체성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고 때문에 당의 주요한 간부들도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들 중심이었다.
물론 80년대 운동권을 대표하는 NL계열이 진보정당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들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들도 학생운동시절과 달리 정당에 들어와서는 노조와 노동정책에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활동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된 후 그들은 뿔뿔이 갈라져서 각각의 정치적 행보를 펼치고 있다. 즉 과거와 같은 결속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3.
통합진보당 시절까지의 진보정당은 노동운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정의당도 처음 창당이 되었을 때는 동일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2013년 7월 21일 진보정의당의 전당대회때 노회찬이 공동대표수락 연설에서 보여준 ‘6411번 버스’ 이야기를 보면 정확하게 정의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새벽부터 6411번 버스를 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인데 정말 명연설이다. 한번 보시라. (댓글 링크 참조)
4
정의당이 지금처럼 세력을 갖춘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나름의 운도 따랐다. 통합진보당이 해체가 됨으로써 진보를 대표하는 정당으로 대표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과 유시민과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국민참여당의 당원들이 함께 정의당으로 입당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참여당 계열의 당원들은 정의당에서 가장 많은 숫자와 가장 많은 당비를 냈지만 당내에 어떠한 지분도 없는 호구노릇을 했다. 운동권이나 활동가 출신이 아닌 일반 국민들 중심이라 '참여계는 창녀'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사실은 유시민이 당에 몸을 담았지만 당직을 맡지 않았기에 지지자들도 유시민과 똑같이 행동한 것이다.
5.
민주노동당 시절과 통합진보당 시절 대의원 숫자와 조직력에 밀렸던 PD운동권 출신의 심상정은 정의당 창당 이후 당권과 지분확보에 집착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정의당은 정체성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2015년 상반기 정의당은 노동당과 통합을 했다. (정확하게는 노동당에 통합을 원하는 진보결집파가 나가서 정의당에 합류를 했고 그들은 정의당에 주요한 간부가 되었다)
노동당은 심상정, 노회찬이 통진당에서 나와 만들었던 진보신당에서 또 탈당해서 정의당을 창당할 무렵 남아있던 진보신당의 잔류파와 사회당이 합쳐져서 만든 정당인데 홍세화, 박노자 등 좌파 지식인들이 몸담고 있었고 사회주의 강령이 있지만 사실은 여성주의와 소수자운동에 관심이 많은 활동가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정당이었다.
6.
나는 정의당과 노동당이 통합한 2015년 하반기 부터 노동당의 주요 강령에 해당하는 여성주의와 소수자운동이 정의당의 주요한 노선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2016년 5월에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을 여성계와 정의당 등에서는 ‘여성 혐오 살인사건’으로 규정한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젠더갈등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는데 그 시기를 거치면서 여성주의가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특히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정의당에 많이 합류했다고 보고 있다.
7.
2017년 리얼뉴스라는 매체에 의해 정의당내 주요 모임인 ‘저스트 페미니스트’의 단톡방이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꽤 충격적이었다.
동성애 합법화를 반대하는 문재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욕설, 정의당 당원게시판 폐쇄 모의, 노회찬에 대한 공격 모의, 자신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당원을 제재하는 모의 등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워마드가 사용하는 유행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한 것이다.
가령 ‘한남충 재기해’라는 말은 ‘한국 남자는 죽어버려라’는 지독한 욕설인데 그들은 그런 말들을 너무 일상용어처럼 사용했다.
8.
이 단톡방은 당내 포럼(혹은 모임)이지만 사실상 여성주의자들로 이뤄진 특정 계파라고 해도 무방하고 주요 당직자와 여성운동 활동가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대체로 정의당과 노동당이 통합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당에 합류했으며 젊고, 급진적이다.
즉 심상정은 과거에 NL계열의 대의원들의 조직력에서 밀린 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치적 우군으로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을 대거 합류시켰고 그 결과가 이번 21대 총선의 비례순위로 나타난 것이다.
대부분의 정의당원들이나 시민투표단은 류호정, 장혜영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여성과 청년의 선택지에서 직관적으로 투표했는데 그래서 1.76%와 1.62% 밖에 받지 못했지만 1, 2번을 받아 이번에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그 절차와 과정은 전혀 민주적이지도 않다.
9.
지난 7월 8일 국회에서 ‘문화콘텐츠포럼’이라는 것이 만들어졌고 나도 구경을 갔는데 그날 류호정 의원을 처음으로 보았다. 문화체육부 장관과 19명의 국회의원 그리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었는데 류호정은 그 속에서 외로워 보였고 또 불안해 보였다.
정청래, 조승래, 설훈, 도종환, 홍준표 같은 다선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초선이라도 이수진, 김용민, 김남국에게는 사람들이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려고 줄을 서 있었지만 류호정에게는 거의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다. 그녀는 기본 행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가장 먼저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10.
그런데 박원순 시장 조문 관련해서 이번에 올린 글을 보면 확실히 류호정은 요즘 세대답게 온라인에서의 맨탈은 강해 보인다. 어쩌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대중들 앞에 서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온라인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에는 익숙한 것일 수도 있겠다.
누가 조문을 가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굳이 조문을 안 가면 그만일 것을 굳이 그런 글을 올려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도 여성주의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인 셈이다. 그것은 류호정에 이어 동일한 글을 올린 장혜영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류호정과 장혜영의 이런 모습이 정의당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자를 위한 정당에서 여성주의를 위한 정당으로의 탈바꿈 말이다.
11.
나는 정의당이 더 이상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정의당의 정책과 노선은 여성주의와 소수자운동 중심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정부여당이 정의당에서 정책적 차별을 두기 힘든 수준의 친 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과 심상정 개인의 정치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나는 여성주의와 소수자운동을 주도하는 정당이 있는 것도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충분히 필요한 담론이니까 말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수준의 국회의원 배출과 정치적 영향력은 앞으로 어려울 것 같다.
12.
일베가 지지하는 미래통합당은 극우포지션
워마드가 지지하는 정의당은 극좌포지션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중도와 진보의 포지션에서 합리적인 정책과 선명한 노선의 경쟁을 해 나가면 좋겠다.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것 같다.
다만 유시민, 노회찬, 심상정이 함께 의기투합해서 만든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 이렇게 변질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 보아야 하는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
+++내용 추가+++
13.
일베 극우, 메갈 극좌라는 제 용어적 해석에 반론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 이미지를 하나 추가합니다. 극과 극은 만난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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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연 정도로 들립니다.
정책의 선명성과 당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한 몸부림이네요.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현상을 보면 정의당에게 유리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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