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별 에피소드는 8개. 개당 35분 정도에 몇몇 에피소드는 40분 넘는 것도 있구요. 현재까지 나온 건 네 시즌인데 이번 토요일에 다섯 번째 시즌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하필...;) 매 시즌별로 나름 완결성 있게 끝나는 이야기라서 끝까지 다 봐야 한다는 부담은 없구요. 어차피 시즌 5 다 보고 나면 또 글 적게 될 것 같아서 이번엔 가급적 짧게,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 다시 간단히 내용을 소개하자면 시즌 1 기준 나이 40세의 워킹&싱글맘. 애 셋 키우는 열정 막장 교사 '리타'라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그냥 이 '리타'의 원탑 캐릭터 쇼에 가까워요. 학생들, 특히 문제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쳐 흐르는 열혈 교사이지만 행정 싫어하고 '어른들의 사정'과의 타협 같은 거 싫어해서 함께 하고픈 직장인과는 아주 거리가 멀구요. 대인 관계도 서툴고 자식들 대하는 것도 서툴어서 자꾸 남에게 상처줄 행동을 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모질이 캐릭터죠. 매 회마다 '사이다'스런 언행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지만 그러고서 후폭풍 때문에 쩔쩔 매다가 어떻게든 해결해내고.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쇼의 핵심입니다.



 - 그래서 제가 이걸 재밌게 보고 있는 포인트는


 1. 캐릭터들이 꽤 매력적입니다.


 시트콤답게 대부분 많이 과장된 캐리커쳐 느낌의 인물들이지만 보다보면 그 중 대부분이 의외의 입체성을 드러내는데, 그게 대체로 납득이 돼요. 인물들간의 관계 변화도 꽤 격하게 일어나지만 그 역시 그렇게 수긍이 되구요. 또 주인공 외에도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성장'을 하는데 그 역시 납득이 가면서 보다보면 '장하다!'는 기분까지 들고 그럽니다. 


 2. 잘 모르는 나라 사람들 사는 모습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볍게 보는 시트콤이지만 제가 주구장창 보고 있는 연쇄 살인 범죄 스릴러 & 호러(...)들에 비하면야 훨씬 일상에 밀착된 장면과 이야기들이 많아서 '아 덴마크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죠. 그리고 덴마크가 참 뭐랄까, 한국이랑 되게 다른 게 많고 미국 같은 나라와도 차이가 커서 좀 신선한 느낌이 들어요. 좋아 보이는 점도, 나빠 보이는 점두요.


 3. 각 시즌 별로 기승전결이 확실합니다.


 한 시즌 보고 끊든, 두 시즌 보고 끊든 별 문제가 없습니다. 큰 줄기는 주인공 리타와 주변 인물들의 성장담인데, 매 시즌마다 적절한 마무리를 제공해서 다음 시즌을 강제로 시청하게 만들지 않아요. 그리고 그 마무리는 늘 적당한 현실성을 유지하면서도 훈훈하고 찡한 느낌을 줘서 만족도가 높네요.


 4. 보면서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습니다.


 주인공 리타의 삶은 사실 상당히 우중충하구요. 매 화마다 소재로 등장하는 이야기들도 어둡고 칙칙한 게 대부분이지만 '어쨌든 이건 시트콤'이라서 말이죠. 해당 에피소드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그 사건들은 수습이 되고. 등장 인물들은 웃으며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 비록 칙칙한 이야기여도 큰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요.


 5. 덴마크 사람들은 참 잘 생기고 예쁜 분들이 많네요.



 - 지금까지 보면서 느낀 유일한... 이라기보단 제게 아쉬움을 주는 단점은 리타의 자식들입니다. 얘들이 뭘 잘못한 건 없구요, 시즌 2부터 이 자식들의 비중이 격하게 증발해 버리는 게 아쉬워요. 비주얼부터 캐릭터까지 뭐 하나 부족함 없이 매력적인 녀석들인데 시즌 2 이후로는 막내 아들놈 하나 빼곤 거의 사라지다시피하고, 시즌 3 이후로는 그냥 모두가 카메오화 되어버리거든요. 아마 시즌 1에서 잡았던 가족 시트콤스런 방향을 시즌 2에서부터 그냥 리타&학교집중으로 바꿔버린 것 같은데. 그 결과물이 좋으니 괜찮... 으면서도 역시 아쉽습니다. ㅠㅜ



 - 사실 시즌 4에서 이야기를 너무 완벽하게 맺어 버려서 시즌 5에서 무슨 얘길 할지 좀 의아합니다. 전 새로운 이야기 이어가기 위해 기껏 개고생해가며 성장한 캐릭터를 퇴행 시키는 건 싫어하거든요. 근데 여기에서 더 성숙해져버리면 그건 리타가 아닌데(...) 뭐 그래도 시즌 4까지 모두 재밌게 본 시리즈라 더 이어지는 게 나쁠 건 없죠. 학교 이야기라는 게 작정하고 캐내면 소재도 무궁무진하기도 하겠구요.



 - 암튼 그래서.

 큰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만한, 그러면서 주인공의 드라마는 좀 강한 '시트콤 맛 드라마'에요.

 상처 입고 결핍에 시달리는 인간 군상들이 서로 상처 주고 밀쳐내면서도 결국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훈훈해지는 이야기... 가 취향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실만 합니다. 저는 아주 재밌게 봤어요. 보다가 캐릭터들에게 정이 드니 이놈들이 종종 좀 쉽게 화해하고 갑작스레 정리되고 그래도 그냥 다 찡해지더라구요. ㅋㅋㅋ 원래 시트콤이 그런 맛 아니겠습니까.




 + 위에서 이미 말 했지만 이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이 보다보면 참 재밌습니다. 제가 전혀 알지 못 했던 덴마크라는 나라의, 그리고 그 나라 교육계의 사정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죠. 학교에서 무슨 사안만 발생하면 극성 학부모들이 우루루 출동해서 '위원회'를 만들어 이래라 저래라 한다든가. 소위 지식인이자 중산층에 속하는 학부모들이 사회 정의 운운하며 가난한 노동자 계층 학생과 학부모들을 무시하는 식으로 계급 갈등이 있다든가. 이민자 문제는 유럽 다른 나라들처럼 여기도 마찬가지였구요. 해고가 엄청 쉬운데 그만큼 또 재취업이 수월해서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든가. 그 동네에도 자식 연예인 만들겠다며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극성 부모들이 있다든가. 이 동네 사람들도 방과 후, 퇴근 후 시간에 어지간히 어디 가서 뭐 할 게 없어서 걍 집에서 먹을 빵을 직접 굽고 앉아 있거나 그냥 맥주 홀짝거리며 티비나 보는 게 삶의 낙이라든가... ㅋㅋㅋㅋㅋ 



 ++ 그리고 이 리타라는 양반. 성격의 결함 때문에 여기저기 사고 치고 다니는 인물이긴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 대하는 것만 보면 뭐랄까. 한국풍 '호랑이 선생님' 캐릭터의 21세기 패치 버전 같은 느낌입니다. 여기나 저기나 사람들이 바라는 로망으로서의 교사상이란 다 비슷비슷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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