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4주차 목이 부어서, 밤에 못자는 날들이 많아집니다. 병원에서 수면제도 처방해주어, 한 알 먹고 자면 되는데 수면제에 중독될까봐 혹은 수면제가 없이 잠못드는 날들이 지속될까봐, 수면제 없이 잠드는 길이 생소해질까봐, 수면제 지속되는 복용으로 부작용이 나타날까봐 도무지 버티지 못하겠다는 날을 제외하곤 처방만 받고 먹질 않고 있습니다. 오래 괴로워하니 엄마는 한 알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조심스레 말씀하시더라구요. 그 때 문득 제 모습을 봤습니다. 어머니께서 재작년 우울증을 깊이 앓고 현재는 쾌차하시어 훨씬 발랄해지셨지만 종종 불면의 밤을 호소하고 가끔 수면제를 드시고 잠드시는데요. 물론 종종 불면의 밤을 버티기도 하면서 괴로워하십니다. 수면제를 먹은 다음날이면 몸이 가볍다고 좋아하시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제가 수면제를 권했었어요. 한 알 정도는 괜찮으니 의사가 처방하는 거 아니겠느냐, 다음날 힘들어하느니 매일 한 알씩 드시고 건강하게 지내는 게 보다 좋지 않겠냐, 너무 염려하지 말고 숙면을 위해서 먹자, 부작용은 정말 드문 일이라더나, 내성에 너무 겁먹지 말자면서 수면제를 먹어도 된다고 했었죠. 그랬던 시간들이 스치듯 지나가며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건 얼마나 쉬운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엄마를 염려해서 했던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수면제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 불안한 측면들-의학적 불안은 자세히 모르니 생략하더라도-에  감정적 공감없이 너무 쉽게 내뱉은 말이구나 싶었어요. 하물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게도 나 자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볍게 말하게 될지언데,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 내뱉는 말은 얼마나 가벼운가, 쉬운가, 책임지지 못하는 말인가,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타인에게 섭섭하다라거나 서운하다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이제까지 건방지게 사람들에게 내가 뭐라고 이런저런 말을 내뿜었나 후회도 되고 부끄럽기도 하고요.  타인을 생각한다는 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참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와 타인이 얼마나 깊은 강 건너에 있는지 인정하고 관계를 확장시켜나가야 하는 것도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조금 우울해지고 그래서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대충 살자! 하며 잊기도 하지만요^^; 오랜만에 토요일근무다 보니 뻘생각이 많아졌네요^^; 퇴근시간이 임박하다보니 급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제가 뭐 그렇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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