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

2014.04.22 11:18

조성용 조회 수:2699

oV13aiw.jpg

 [암스트롱 라이]

  2009년 투르 드 프랑스에 복귀 출전한 랜스 암스트롱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오스카 수상한 경력도 있는 감독 알렉스 기브니는 훈련 기간부터 경주까지의 암스트롱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작년에 암스트롱은 자신의 약물 복용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고 그러니 기브니는 후반 작업 중 다큐멘터리의 방향을 바꾸었지요. 덕분에 영화는 원래 의도보다 많이 재미있어졌습니다. 단순히 암스트롱의 거짓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어떻게 그가 자신의 명성으로 그 거짓을 가차 없이 유지해 왔는지를 통해 스포츠계의 전반적 문제점을 지적하는가 하면, 어떻게 감독 본인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암스트롱에게 속았는지에 대한 고찰을 하기도 하지요. 제작 배경이 더 극적이란 생각이 들지만, 여러 모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이고 여전히 반성의 기미가 별로 안 보이는 암스트롱은 꽤나 얄밉게 보입니다. (***)    



ikmiU6s.jpg

[천주정]

지아 장커의 영화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다지 열렬해 하지 않기 때문에 보는 게 망설여졌긴 했지만, [천주정]은 생각보다 괜찮게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급변하는 현대 중국 사회 속에서 낙오되는 서민들 애환을 덤덤하게 관조하는 건 변함없는 가운데, 그 와중에서 터져 나오는 폭력적인 순간들을 보다 보면 이게 남의 나라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더군요. 지아 장커의 전작들을 봤을 때도 그러듯이 전 담담하게 영화 속 주인공들을 지켜보기만 했지만, 보는 동안 흥미를 잃지 않았습니다. (***)




WkcZ5vE.jpg

[Generation Iron]

다큐멘터리 영화 [Generation Iron]는 보디빌딩 선수 시절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Pumping Iron]의 후속작쯤으로 보셔도 될 것입니다. 영화는 2012년 미스터 올림피아 대회를 준비하는 여러 보디빌더들을 번갈아가면서 둘러보는데, 우승하기 위해 이들이 많이 먹고 땀 빠지게 훈련한다는 거야 별 놀랄 사실은 아니지만 이들 중 몇몇은 꽤 흥미로운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운동을 통해 불우한 유년시절을 극복한 카이 그린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할 얘기 많을 것 같아 보이고, 깐깐한 귀신 잡는 할머니 트레이너 곁에서 철없는 애 같은 모습을 보이곤 하는 롤리 윈클라는 왠지 모르게 웃기지요 경기가 중점인 후반부에 가서 늘어지는 가운데 약물 복용 문제와 같은 중요 토픽을 건성으로 처리한 게 아쉽고, 초점을 좀 더 좁혀서 내러티브를 덜 산만하게 했었다면 좋았겠지만, 전반적으로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가운데 미키 루크의 내레이션도 인상적입니다(왜 그런지는 다들 아시지요?). (**1/2)  



cIM1Ijt.jpg

   [한공주]

   고등학교 학생인 한공주는 어떤 불미스러운 일로 다른 학교로 전학 오게 됩니다. 그다지 사교적이지 않지만 얼마 안 되어 친구도 사귀게 되고, 그런 동안 나름대로 새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에겐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영화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우리에게 서서히 드러냅니다. 개봉하기 전부터 영화가 몇 년 전 상당한 파장을 야기한 어느 실제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게 많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영화는 비밀 자체보다는 그 비밀 때문에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영화의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의 덤덤하고 절제된 자세 속에서 간간히 엿보이는 감정들 그리고 플래시백을 통해 대변되는 그녀의 암담한 상황엔 상당한 힘이 있고, 주연 배우 천우희의 과장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도 훌륭합니다. 보기 편하지 않지만, 놓치기엔 아까운 수작입니다. (***1/2)   



sSArMEV.jpg

[모두를 위한 불평등]

  [모두를 위한 불평등]은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를 통해 현재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경제 문제와 그 뒤에 있는 원인들을 명쾌하게 지적합니다. 2008년 금융 대란 이후 시작된 미국 중산층의 몰락은 이미 1920년대 후반 대공황 시대에서도 보여 진 사회 현상이었는데,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역사가 반복되었는지를 여러 설득력 있는 자료들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면서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강조합니다. 보다 보면 이게 단순히 미국 사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생각이 드는데, 요즘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걸 보면 우린 미국보다 더 암담한 처지에 놓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2)   




WKvsojj.jpg

 [In the Family]

 테네시 주 마틴에 사는 게이 커플 조이와 코디는 결혼만 안 했을 따름이지 금슬 좋은 부부나 다름없습니다. 코디의 아내가 아들 칩을 낳는 도중 죽은 뒤 얼마 안 되어 조이와 코디는 예상치 못하게 서로에 대한 감정을 발견했고, 지난 몇 년 동안 그들은 어린 칩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왔지요. 한데 어느 날 코디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이로 인한 슬픔에서 겨우 헤어 나오기 시작할 때 조이는 또 다른 가족 문제에 봉착합니다. 코디가 원래 써둔 유언장을 수정하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칩의 양육권이 코디의 가족에게 넘어가게 되었고, 가면 갈수록 조이가 법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건 분명해져만 가지요. 감독/제작/각본/주연을 맡은 패트릭 왕은 느릿한 전개 속에서 사실감 넘치는 분위기로 우리 관심을 붙잡고, 담담한 관조적 시점 아래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감정적 순간들은 조용하지만 상당한 흡인력이 있습니다. 상영 시간이 거의 3시간에 달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많이 지루하지 않은 데 무척 가슴 뭉클한 수작으로 다가옵니다.  (***1/2)    



JO61fKm.jpg

[모어 댄 허니]

스위스의 2013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작이었던 다큐멘터리 [모어 댄 허니]는 양봉산업의 여러 모습들을 관조하면서 꿀벌이 달콤한 꿀 그 이상의 것을 인간 사회에 제공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많이 들어 본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스위스, 미국, 중국 등 여러 장소들을 둘러 다니는 동안에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들은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생각 절로 나는 벌집 장면들이 기본으로 나오는 가운데, 미국 전역에 널린 과수원들의 수분 작업을 위해 벌집들이 이리저리 운반되는 모습이나 꿀벌이 사라져서 이젠 직접 수분 작업을 해야 하는 중국 농민들의 웃지 못할 광경은 정말 꿀벌이 우리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걸 실감케 합니다. 보고 나면 오늘도 어김없이 꽃밭에서 꿀 모으느라 바쁜 꿀벌들을 다시 한 번 유심히 보게 되더군요. (***)




y0O6f2t.png

 [님포매니악 1부]

 제목부터 상당히 도발적인 라스 폰 트리에의 신작의 1부는 누가 라스 폰 트리에 영화가 아니랄까봐 막 나가기도 하지만 동시에 꽤 발랄(?)하기도 합니다. 어느 우중충한 골목 바닥에 의식을 잃은 채 버려진 여주인공 조를 발견한 독신남 셀리그만은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오는데, 침대에서 잠시 쉰 후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긴 시간 동안 그에게 털어 놓습니다. 1부는 어릴 때부터 섹스에 탐닉한 조의 유년기와 청춘기를 다루는데, 챕터별로 이야기가 덤덤하게 진행되는 동안에 상당히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나오지만 영화의 냉정한 접근 방식 덕분에 야하기보다는 분석 대상으로 다가옵니다. 그런가 하면 셀리그만과 조 간의 대화를 통해 본 이야기가 별별 소재들과 함께 섞이기도 하는데, 이걸 보다 보면 왠지 모르게 웃기기도 합니다. 샬롯 갱스부르와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뒤로 물러나 있는 동안 신인배우 스테이시 마틴이 라스 폰 트리에 영화 여주인공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주는 가운데, 샤이아 라보프는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고 우마 서먼은 짧지만 알찬 조연 연기를 선사합니다. (***)   


Ll64Wxf.jpg

 [님포매니악 2부]

 1부가 우리 관심을 낚아내는 전희였다면 2부는 본격적으로 어떻게 우리의 여주인공 조가 바닥을 치게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1부 마지막에서 쾌락의 정점에 도달한 후 조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고, 그에 따라 그녀가 좀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동안 그녀의 인생은 망가져 가기 시작하지요. 1부가 스테이시 마틴의 무대였다면 2부는 샬롯 갱스부르의 무대인데, 여기서도 꽤나 보기 불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가운데(갱스부르와 두 흑인 남자들 간의 장면의 경우 신체노출이 하드코어 수준입니다) S&M 전문가를 맡은 제이미 벨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여러 모로 1부에 비해 덜 흥미진진하지만, 전반적으로 라스 폰 트리에가 한 건 또 해냈다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1/2) 



KPmWjYf.jpg

 [그랜드 피아노]

  5년 전에 공연 중 신경쇠약에 빠졌었던 피아니스트 톰 셀즈닉은 유명배우인 아내의 주선 아래 복귀 공연을 할 기회를 잡습니다. 공연 도중에 또 무너질까봐 두려운 것도 그런데, 무대에 올라선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는 한 음절이라도 잘못 치면 죽는다는 협박을 받고 금세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가면 갈수록 이게 그냥 장난이 아니란 게 확연해지고, 자칫하면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셀즈닉은 협박범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비교적 짧은 상영 시간 동안 영화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꽤 그럴 듯하게 굴러가고 일라이저 우드의 연기도 좋은데, 문제는 결말이 전개에 비해 상당히 약하고 여러 모로 말이 안 되는 구석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영화는 [논스톱]보다 더 개성이 있는 편이고 그러기 때문에 전 본 영화를 약간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 




LEbjUPy.jpg

[제5계급]

  [소셜 네트워크]가 실망스럽게 나왔었다면 성취도가 [제5계급] 정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글로벌 수준의 한 변화 뒤에 있는 개XX 컴퓨터 전문가 그리고 그의 절친한 동료였다가 결국 그와 사이가 틀어지게 된 인물 간의 실화 드라마가 이야기 바탕인 가운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 등에서 여러 공통점들이 있거든요. 한데, 잘 쓴 대사들을 분주하게 던져대면서 상영 시간 내내 우릴 흥미진진하게 하는 [소셜 네트워크]와 달리 [제5계급]은 위키리크스에 관해 이것저것 바삐 다루면서 객관적 시점을 유지하려고 하다가 [철의 여인]처럼 맹맹하게 실망스러운 인상을 주게 됩니다. 지금도 논쟁 대상인 위키리크스의 창안자 줄리안 어샌지에 대해 영화는 성질 무지 더럽다는 것 빼곤 그리 많은 걸 말해주지 않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영화 속 어샌지로써 나무랄 데가 없고 어샌지의 동료 다니엘 베르크를 맡은 다니엘 브뢸도 성실한 연기를 합니다. (**)  





BBkhDLf.jpg

[우리는 비밀을 훔친다: 위키리크스 스토리]

 [제5계급] 바로 다음으로 작년에 국내 DVD 출시된 본 다큐멘터리를 봤었는데, 훨씬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사람들과 외부 인사들 인터뷰들 그리고 자료 화면들을 오가는 동안 감독 알렉스 기브니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많은 정보들을 풀어놓는데, 여전히 어샌지가 이 소동 속에서 가장 정 떨어지는 인간으로 다가온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그가 일으킨 변화가 좋든 나쁘든 간에 현재 그 한심한 지경에 빠진 건 본인 탓이 크긴 크지요. (***) 




tHhCVDj.jpg

 [런치박스] 

 인도 영화 [런치 박스]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익숙한 유형의 로맨스입니다. 뭄바이 시에 사는 젊은 중산층 주부 일라는 오늘도 어김없이 남편을 위해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배달시키는데, 실수로 그 도시락은 고참 회사원 사잔에게 배달됩니다. 이를 계기로 서신을 교환하는 동안 둘은 친구 같은 사이가 되고, 서로에게 속내를 털어 놓는 동안 서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들 사이엔 어떤 감정이 싹트게 됩니다. 보는 동안 내내 머릿속에서 [84번가의 연인]를 비롯한 다른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과 비교되곤 했지만, 일라와 사잔의 이야기는 두 주연배우들 이르판 칸과 님랏 카우르의 좋은 연기 덕분에 진솔하면서 절제된 로맨스로 다가오고, 감독/각본가인 리테쉬 비트라는 이야기를 공들여 쌓아가면서 익숙함에서 살짝 탈피하곤 합니다. 신선하지 않아도 나름대로의 색깔과 맛이 있습니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0
125966 프레임드 #762 [4] Lunagazer 2024.04.11 56
125965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 (2020) catgotmy 2024.04.11 89
125964 총선 결과 이모저모 [22] Sonny 2024.04.11 1369
125963 오타니 미 연방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9] daviddain 2024.04.11 406
125962 10년 전 야구 광고 [2] daviddain 2024.04.11 132
125961 22대 총선 최종 의석수(업데이트, 21대와 비교) [1] 왜냐하면 2024.04.11 507
125960 [핵바낭] 출구 조사가 많이 빗나갔네요. 별로 안 기쁜 방향으로. [14] 로이배티 2024.04.11 1150
125959 프레임드 #761 [2] Lunagazer 2024.04.10 74
125958 [핵바낭] 아무도 글로 안 적어 주셔서 제가 올려 보는 출구 조사 결과 [22] 로이배티 2024.04.10 1066
125957 [왓챠바낭]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의 영화 만들기 이야기,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 잠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4.10 176
125956 간지라는 말 [7] 돌도끼 2024.04.10 355
125955 우리말에 완전히 정착한 일본식 영어? [5] 돌도끼 2024.04.10 370
125954 메이헴 (2017) catgotmy 2024.04.10 92
125953 아일릿, 정병기, 김사월 [1] 부치빅 2024.04.10 211
125952 '브레이크 댄스' 돌도끼 2024.04.10 87
125951 위화감 1도 없는 시구자들 daviddain 2024.04.10 185
125950 민주진영은 200석을 넘을수 있을까 분홍돼지 2024.04.10 291
125949 조커: 폴리 아 되 예고편 [1] 상수 2024.04.10 154
125948 [넷플릭스] '리플리', 인상적인 장면 몇 개 (스포일러 포함되었을지도) S.S.S. 2024.04.10 183
125947 [넷플릭스바낭] 고지라 말고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를 봤어요 [15] 로이배티 2024.04.09 236
XE Login